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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회계법인에 칼 뽑은 정부…등록취소 등 강경 대응
부실 회계법인에 칼 뽑은 정부…등록취소 등 강경 대응
  • 유명환 기자
  • 승인 2016.06.1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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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강경 제재안 추진 방침
학계, “자유수임제 대안으로 감사인지정제 도입해야”

정부가 부실·분식회계를 방조한 회계법인 대표 등에 대해 등록취소 및 직무정지 등의 강경 제재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등의 부실이 커지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감사 비용을 받는 회계법인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올 정기국회에 상정될 방침이다.

지난 3월 25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때 회계법인 대표의 자격박탈 제재가 가능토록 하는 법안은 철회권고를 받았으나 금융위는 내용을 일부 수정해 지난달 30일 재심사를 청구했으며 이번에 원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을 계기로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와 도덕적 해이를 지탄하는 비난여론이 높아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회계조작 기업을 감사하고도 정상기업이라고 판정하는 등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를 제재할 수 있는 확실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회계법인들의 저가 수임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 감사에 적정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지 못해 부실감사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결국 저가 수임이나 감사인력의 과소 투입 같은 문제는 대표의 결단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제재안이 도입되면, 대표가 회계법인의 전반적인 감사품질 관리에 책임을 지게 돼 감사업무의 질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같은 결정은 최근 부실기업의 회계 문제를 분석·감시하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회계법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조원대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2013년부터 2년 동안 40여 개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1조 5000억원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15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대규모 부실과 분식회계 의혹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감사 결과를 밝혔다.

산은은 2013년 2월 이후 분식회계를 사전에 적발할 수 있는 ‘재무이상치 분석 전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직접 출자한 회사라는 이유로 이 전산시스템 활용을 제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대우조선은 2013년 영업이익이 실제 마이너스 165억원이었는데 이를 4242억원으로 4407억원 가량 과다 계상했다. 당기순이익도 마이너스 824억원을 기록했음에도 2517억원으로 공시해 3341억원을 과다계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 역시 639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고도 454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조935억원을 과다계상한 것이다. 순이익도 실제로는 7569억원 적자가 났지만 720억원 흑자로 공시해, 8289억원을 과다계상했다.

금융감독원은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과 외부 감사인 안진회계법인이 고의로 이런 과다계상을 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만약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방조한 것이 입증될 경우 과징금과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0%, 당해 회사 감사업무제한 5년의 제재가 가해진다. 과실로 판명될 경우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30%, 당해회사 감사업무 제한 2년의 제재를 받는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대기업과 회계법인간에 ‘밀고 끌어주는 유착관계’가 만연해 고질적인 부실회계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회계법인이 공공성을 지켜야 하지만 을의 위치에서 갑인 기업의 의사를 무시하고 독립적인 감사를 실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꼬집었다.

 

분식회계 저질러도 처벌은 ‘솜방망이’

이처럼 분식회계가 자주 발생한 것은 회계법인이 같은 회사에 회계감사나 실사 업무외에 세무나 기업 컨설팅 등 비(非)감사 업무를 겸임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회계감사는 수수료가 1억~2억원 정도지만, 컨설팅 수수료는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해 회계감사를 엄격하게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가수주도 한몫 하고 있다. 저가에 일감을 받아오니 필연적으로 적정한 감사 인력이나 시간을 투입할 수가 없어 저질 감사라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골라 감사를 맡는 구조도 마찬가지다.

회계법인의 부실 회계에 대한 처벌이 약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분식회계, 부실 감사에 대한 과징금은 20억원이 한도다. 3800억원 분식회계가 적발된 대우건설도 과징금 20억원만 부과됐다. 반면 미국은 분식회계에 대해 최대 약 15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징계수위가 매우 높다.

 

“구조적 문제 해결에 관심 둬야”

회계업계가 거듭나도록 하려면 적절한 규제 강화와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파악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회계법인의 저가 수주 경쟁으로 감사의 질이 저하되고 회계법인에 대해 피감 기업이 '갑'의 관계를 형성하는 현 상황에선 부실 감사는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삼일회계법인의 안경태 회장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실사 대상 기업인 한진해운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예정 정보를 사전에 유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회계법인과 기업주 사이에 형성된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피감 기업이 회계법인을 고르고 감사 보수를 지급하는 ‘자유수임제’에서는 회계법인이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제한적으로 지정감사제가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자유수임제의 대안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회계법인이 저가로 감사업무를 수임하면 회계사를 많이 투입하지 못하고, 이는 곧 부실 감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저가 수주 경쟁을 막을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자격박탈 등 초강경 제재안 추진

정부는 이처럼 부실한 회계감사가 국가경제적으로 야기하는 폐해가 너무나 커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에 대해 자격박탈을 하는 등 초강경 제재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회계법인 대표에게 부실감사의 책임을 묻는 제재 방안을 담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차질 없이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회계법인의 적정한 감사시스템을 강제하는 ‘품질관리기준’도 마련한다.

이석란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최근에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관련 문제를 근복적으로 막기 위해 회계법인 대표이사를 직접 제재하는 쪽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며 “앞으로 외감법과 병행해 다양한 개선 방안을 추진하며 회계법인들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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