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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프 협박 사기와 김해 신공항
스카이프 협박 사기와 김해 신공항
  • 일간NTN
  • 승인 2016.06.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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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

스카이프 협박 사기와 창조성

▲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스카이프 협박 사기는 몸캠피싱·몸캠피씽·몸또(Sextortion)로 불리는 신종 사이버범죄이다. 주로 랜덤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미모의 여성(실제는 남자)과 스카이프·라인 영상통화를 하다가 범죄의 덫에 걸려든다. 가짜 여성은 피해자에게 음란한 행위를 유도하고 이는 고스란히 녹화된다. 동시에 스마트폰 주소록을 해킹하여 본격적으로 협박이 시작된다. 사기범은 돈을 주지 않으면 음란동영상을 해킹한 주소록으로 전송한다고 협박하고, 이를 거절하면 피해자 지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유포한다. 

돈을 지불하면 안전할까? 한번 돈을 사기범에게 부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오히려 더 큰 금액을 요구한다. 사실 사기범과 같은 범죄자가 약속을 지키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고 할 수 있다. 실례로 수천만원을 부쳤는데도 음란동영상을 뿌린 경우도 있다. 몸캠피싱을 당하면 돈을 안 부쳐도 음란동영상을 유포되고, 돈을 부쳐도 유포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동영상이 유포된 피해자는 이혼을 당하거나 직장을 잃기도 한다.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심각한 범죄이다.

흔히 몸캠피싱은 철없는 청소년이 성적 호기심으로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는 노소(老少)를 가지지 않는다. 심지어 스마트폰 해킹 없이 몸캠피싱을 당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스카이프를 통한 몸캠피싱인데 피해자는 주로 영어에 능숙하고, 고학력 엘리트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남자라면 누구나 쉽게 걸려들 수 있는 범죄가 바로 몸캠피싱이다. 정말 큰 문제는 음란동영상이 한번 유포된 경우 이것을 주워 담을 수 없거니와, 피해자에게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디지털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스카이프 협박 사기가 매년 급증하고, 수많은 선량한 남자들이 이 비열한 사기극에 넘어가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남자라는 동물이 유독 어리석다고 말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스카이프 협박 사기 범죄를 재구성해보면 그 구조와 스토리가 기가 막힐 정도로 탄탄하다. 우선 스토리는 전통적인 ‘꽃뱀’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여성은 등장하지도 않고 녹화된 포르노로 남성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리고 악성코드(apk 파일)를 통해 피해자 스마트폰을 해킹하여 주소록을 갈취한다. 즉 전통적인 ‘꽃뱀’ 스토리에 최신의 해킹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몸캠피싱이란 범죄를 최초로 설계한 사람은 사기기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창조적인 발상에서 나온 신종 사이버범죄이다. 이후 이 기법을 사용하는 사기범들은 중국, 필리핀, 한국 등에서 활약하며 최소의 비용으로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 범죄자에게 몸캠피싱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김해 신공항과 창조성

필자의 동남권 신공항 관련 칼럼이 10여개 언론사에 게재된 바 있다. 칼럼에서 신공항은 밀양이 아닌 가덕도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동남권 신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을 대체하는 국제공항이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부산에 위치한 가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외래관광객 5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가덕도가 최적지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신공항 선정 발표를 앞두고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언론과 시민들이 “밀양이냐, 가덕도냐?”란 패러다임에 갇혀서 싸우고 있을 때, 천 수석은 김해공항 확장이란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아차 싶었다”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비교했을 때는 가덕도 신공항이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우위에 있었다. 신공항 건설비용이 2배 가까이 많이 드는 것 외에는 거의 모든 면에서 가덕도가 밀양을 능가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TK(대구 경북) 민심을 고려해 정치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김해 신공항 확장 카드를 내놓고 정부는 그것을 선택한 것이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표현대로 “콜럼버스처럼 달걀을 깨트려 세우는 발상”이었다.

이미 최적의 위치에 자리 잡은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추가하여 V자 형태의 활주로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창의적이 생각이다. 밀양과 가덕도의 모든 단점은 빼고, 장점만을 모아 만들 수 있는 것이 김해 신공항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이란 발상을 한 천영우 전 수석과 ADPi는 창의적이었고, 필자는 그러지 못했다.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했던 필자는 천 전 수석과 ADPi의 창의성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김해 신공항 선정 발표 이후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은 아직도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도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대한민국과 국익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본다면 김해 신공항을 선택할 것이다. 온라인상에서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김해 신공항’을 지지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김해 신공항과 스카이프 협박 사기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창의성’이다. 김해 신공항의 ‘창의성’은 대한민국 번영을 약속하는 반면, 스카이프 협박 사기의 ‘창의성’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영혼을 말살하고 있다. ‘창의성’도 주인에 따라 그 결과가 현저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그나저나 남성들이나 신공항 투기꾼들이나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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