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단말기 빌려사용 매출 통째로 빼먹어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소문난 대로 탈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성형 고객에게 현금결제를 하면 수술비를 20~30%깎아 주는 수법과 중국관광객 손님은 환전상 브로커로부터 중국 단말기를 빌려 사용 하는 등 거액을 포탈한 혐의가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22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05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논현동 J성형외과 대표원장 신모씨(43)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의사, 간호사, 사무장 등 관련자 1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 했다. 경찰은 또 이 병원의 탈세를 도와준 환전상과 병원에 리베이트(사례금)를 건넨 제약회사 관계자, 신씨로부터 돈을 받은 경찰과 언론사 관계자 등 32명도 입건됐다고 밝혔다.
J성형외과는 강남구 논현동 고층 건물의 8개 층을 쓰는 대형 성형외과로, 의사만 14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병원은 진료 기록을 조작하고, 제약회사로부터 뒷돈을 챙기고, 언론사·경찰에 금품을 건네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의해 밝혀진 이 병원의 탈세수법은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깎아주겠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한 뒤 이를 매출액에서 빼는 방식을 썼다.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인 환자의 매출을 숨기기 위해 환전상 최모(34·중국 국적)씨에게 2000여만원을 주고 중국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빌려 썼다. 중국 단말기로 신용카드를 결제해 매출이 중국에서 발생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이런 수법으로 이 병원은 2014년에만 37억원의 매출을 숨겼다. 모든 거래 명세를 기록한 실제 장부는 숨겨두고 매출이 누락된 가짜 장부를 만들기도 했다. 신 원장 등 병원 관계자들은 7개 제약회사 관계자 20여 명으로부터 의약품을 납품받는 대가로 총 5억40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이 병원은 2014년 12월 수술 도중에 생일파티를 하는 사진을 보도한 인터넷 언론사 대표에게 "기사를 내려달라"며 1500만원을 건넸고, 다른 인터넷 매체 2곳에도 부정적인 기사를 삭제하는 조건으로 1500만원을 지급했다. 또 강남경찰서 A 경위 등 현직 경찰관 2명도 각각 신씨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