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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稅想) 칼럼]요지경 세금 이래도 되나요?
[세상(稅想) 칼럼]요지경 세금 이래도 되나요?
  • 일간NTN
  • 승인 2016.08.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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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웅

올 상반기에만 무려 19조의 국세가 더 들어왔다. 그 내용을 보면 마치 체중이 19kg 늘었는데 주로 뱃살인 것 같아서 걱정이다. 우선 부가가치세가 무려 5.5억 늘었다. 부가가치세는 최종 소비자인 서민들이 부담하여야 하는 서민세인 바 이 간접세의 특징은 소득 대비 역진성으로 소득의 양극화를 강화시킨다.

그 다음 세수가 늘어난 이유는 소득세인데 5.6조가 늘어난 거였다. 개인의 부담이 늘었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결국 개인들의 지갑에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11조가 나간 것이다.

여기에 또 눈길을 끄는 건 담배세이다. 흡연을 줄이겠다고 담배세를 올렸는데 최근에 담배 소비량은 옛날대로 원상복구되었다. 결국 세수만 늘린 거다. 담뱃값 올리기 전 6조원 대였던 담배세가 올 해는 무려 13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월급쟁이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담배세(13조)는 전국의 부동산에 매기는 재산세(8조)보다도 많고 부자들의 이자놀이와 배당놀이에 매기는 소득세(7조)보다도 많으니 요지경 세금이다.

국민건강을 위하여 담뱃값을 올렸다지만 담뱃값을 4,500원에 맞춘 건 과연 우연일까. 2014년 당시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담배 과세의 효과와 재정’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4,500원보다 낮을 때는 가격인상이 총 세수의 증가로 이어지지만 가격이 4,500원을 넘어서면 총 세수 규모는 감소한다’는 거였으니 말이다.

담배세는 원래 죄악세(sin tax)다. 세수 때문에 걷는 게 아니라는 거다. 첫째 국민건강을 해치고 둘째 정부의 의료부담에 부담을 준다. 흡연은 자신과 사회에 죄를 짓는 일이다. 결국 소비를 억제하고자 매기는 세목이다. 그렇다면 담뱃값을 올리려 칼을 빼 들었을 때 눈 딱 감고 제대로 올렸어야 할 일이었다. 인기관리 하느라 겨우(!) 2천원만 올리면서 흡연을 잡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흡연은 의구한데 세수만 늘었으니 명분만 죄악세였고 실질은 증세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당초 담뱃값을 7천원은 되도록 올렸어야 한다는 거다. 성인남성의 흡연율이 30% 미만인 구미국가들 담배가격은 모두 7,000원이 넘기 때문이다. 흡연인구가 현저히 낮은 국가들은 담뱃값이 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불편한 진실은 현 정부가 세수결손을 극복하고자 소위 간접적 증세방식을 추구해온 점이다. 세율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금은 늘려보자는 건데 그러다 보니 각종 공제와 비과세를 축소하였고, 그 결과 서민들의 호주머니만 털게 된 것이다. 연말정산 대란이 그 절정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도전 받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결함은 가속화하는 부와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다. 자유시장경제가 지속가능 하려면 부의 양극화를 막아야 한다는 건 이미 명제다. 이러한 거시적 명제에 대해서조차 우리 사회에선 반론이 거세다. 부의 양극화를 완화시키려면 직접세 위주의 교정 정책을 펴야 옳다. 이 점엔 이론이 없다. 그러나 벌써 내년 대선 때 얻을 표를 계산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직접세를 증세하면 조세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부와 소득을 가진 힘있고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주도하는 우리 사회에서 직접세를 늘린다는 건 용이한 일이 아니다.

법인세와 소득세 중 조세감면을 압도적으로 받고 있는 세목은 법인세다. 게다가 MB 정부 이래 법인세율을 인하해주면서까지 투자를 유도해보았지만 기업들은 감세는 즐기면서 투자와 고용 대신 사내 유보금만 늘렸다. 이를 보다 못해 정부는 사내에 유보금을 과다하게 쌓아놓으면 세금을 매기겠다고 기업소득환류세를 도입하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고용도 투자도 마다하고 엉뚱하게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만 열을 올렸다. 대기업들은 외국인 간접투자가 많다. 알다시피 포철도 삼성도 외국인 지분이 무려 50%를 넘나든다. 이러다 보니 배당은 대부분 대주주와 해외주주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그간 법인세를 낮추어준 결과 감세혜택의 절반은 특히 배당을 통하여 외국주주들에게 흘러나갔다. 내국인 대주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법인세 내려준 것이 엉뚱하게 국부의 유출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바보짓이 따로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인세를 원래대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 고용, 투자라는 멋진 구호 아래 대주주와 외국투자자들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는 거다. 원래 법인세 인하는 '고용과 투자'라는 조건이 붙었던 것이었다. 그 결과 오히려 국부 유출과 대주주 배만 불리게 되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개 돼지 민중’들조차 입이 나오는 거다.

그 간 대기업들은 각종 조세감면을 독점하여 실효세율 14~17%의 수준으로 법인세를 내왔다. 이 건 그야말로 코끼리 비스킷 세율이다. 대기업 눈치 보느라 차마 법인세를 올리지 못할 거면 대신 대기업 최저한세를 슬그머니 20%로 올려라. 명목세율을 아무리 올려보았자 조세감면을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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