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0:56 (금)
[國稅칼럼] 감(感)이 한참 떨어지는 정부
[國稅칼럼] 감(感)이 한참 떨어지는 정부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6.08.22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 창 영 주필

기상 관측 이래 기록된 폭염의 최고치를 날마다 갈아 치우고 있는 요즘 국민이 덥고 짜증나는 이유가 더해졌다.

올림픽 금메달 소식마저 간단하게 물리친 이 짜증과 분노의 진원지는 정부였다. 아니 정부 정책이고 정책이 형성되는 과정이었다.

국민을 위해 추진되는 정부의 정책에 국민은 없고, 졸속에다 즉흥적인 민 낯을 드러내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은 ‘과연 정부가 국민을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국민을 위해 길을 열어줘야 하는 정부가 큰 벽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실감했다.

밤새도록 토론해도 결론을 내기 어려운 전기료 누진제 문제만 해도 그랬다. 거의 천재지변에 준하는 더위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가 연일 휴대폰에 울려댔고, 온열환자가 줄을 잇고, 지자체에서는 땡볕에 일하는 농부들을 권고 철수시키는 등 비상상황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에어컨 수요가 급증했다.

견딜만한데 ‘사치’를 위해 특별소비를 하는 전기사용이 아니라 말 그대로 ‘생존’과 직결되는 차원에서 에어컨을 틀며 전기를 소비하는 단계를 맞으면서 필연적으로 ‘누진제 폭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실제로 농촌지역에서는 노인 온열환자가 급증하자 공무원들이 마을회관을 찾아다니며 ‘제발 에어컨을 틀라’고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런 재난적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였다. 손발도 맞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세종섬’(정부세종청사)으로 불리는 정책싱크탱크는 ‘그들만의 벽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민은 개·돼지’라는 논리가 결코 술자리에서 나온 돌발적 실수가 아니었다는 점도 동시에 증명해 줬다. 국민은 정말 화가 난다.

말이 되나?

전기료 누진제 완화 문제는 급격한 경기악화에다 이 더위에 국민들이 에어컨조차 제대로 켜지 못하면서 그 길을 열어달라는 요구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절대 있을 수 없는 불가한 일’로 아예 못을 박고 나왔다.

주무부서인 에너지지원실 실장이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장한 논리는 한마디로 ‘누진제를 완화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수반되고, 현재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이 주요 내용이었다.

친절하게도 그는 “스탠드형 에어컨 기준으로 하루 3시간30분을 틀면 한 달에 9만~10만원의 전기요금만 내면 되고 이 정도면 충분히 버틸 만하다”고까지 했다.

더 나갔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전기소비량이 적은 가구의 부담만 늘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1%를 위한 부자 감세와 같다며 누진제를 개편 하면 감당할 수 없는 큰 일이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럴듯하게 수치까지 들이대며 누진제 완화계획이 전혀 없음도 분명히 했다.

손대면 안되는 이유는 참 많았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0% 수준에 불과한데다 최근 10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이 76% 올라가는 동안 주택용 전기요금은 11% 오르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산자부의 발표는 국민이 죽겠다는데 ‘세종섬’ 책상에서만 주물렀던 내용을 ‘그대로’ 발표하면서 ‘어디까지나 국민 감내할 일’로 결론을 내린 것에 불과했다.

국가적 관점에서 현재의 전력이 차지하는 의미가 그렇다면 일단 국민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하고 차선책을 찾아가야 한다. 실제로 국민은 그럴 준비가 어느 정도 돼 있었다.

그러나 폭염은 이어졌고, 정치권이 나서고, 민심이 들끓자 대통령이 나섰고 주무부처는 ‘확’ 돌아섰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누진제 완화방안이 거창하게 발표되고 호들갑이 이어졌다.

이를 접하는 국민은 허탈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라를 위해 전기료 인하는 불가하다고 해서 힘들지만 믿고 참았는데 정책의 금과옥조가 구체적 부연설명도 없이 갑자기 바뀐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동원된 부자감세나 OECD 수치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텐데 믿어야 할까.

어쩌면 현실감도 없고, 영혼도 없이 ‘세종섬’에서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며 찍어낸 정책이 필연적으로 ‘개·돼지’를 불러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등어조차 미세먼지 정책으로 누울 자리를 잃는 세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심하게 물리는 날이 올지 모른다.

최근 ‘세종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아주 높다. 물리적 구조가 그렇고, 시스템 자체가 아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집중력 분산에다 공무원의 ‘사명감’ 역시 급격히 꺼지고 있어 국가적 중요 정책이 헛다리를 짚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조세제도와 국세행정을 주관하는 핵심 역시 모두 ‘세종섬’의 한가운데 있다.

조세제도와 국세행정은 국민 재산권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이다. 민심을 외면하고 쉽게 정책과 행정을 추진했다가는 엄청난 뒷감당이 불가피하다. 한 여름 전기요금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안타깝게도 조세와 관련된 ‘세종섬’ 부작용에 대한 우려 역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알맹이가 없고, 중심이 흔들리는 세제개편의 경우 국정과제와 경제정책이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 읽을 수조차 없다는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따로 논다는 얘기다.

특히 국세행정을 반영해 풀어야 할 세율 문제 등에 대해서는 주무부처가 아예 나서지 조차 않고 있으며 ‘국회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국세행정과 관련해서도 아주 조마조마 하다. 이 어려운 경기에 세금이 펑펑 들어오는 것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설명이 없다. 자율신고납부제 하에서 세금이 그냥 들어오는 것이라는 설명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이미 사전신고안내와 사후 검증이 현실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세무조사의 경우도 단지 조사비율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납세자들이 알 만큼은 알고 있다. 자칫 전기료 누진제식 문제가 국세분야라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균공애민(均貢愛民)에 진광불휘(眞光不煇)로 내공을 쌓는 국세청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민심에 대한 감(感)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