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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계 양심고백 "나는 돈받고 협회장 선거 운동했다"
볼링계 양심고백 "나는 돈받고 협회장 선거 운동했다"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6.09.12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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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되면 국가대표 총감독 및 상근 부회장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 김길두 대한볼링협회 회장

추석명절 연휴를 이틀 앞두고 대한볼링협회에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17일 치러진 대한볼링협회장 회장 선거가 부정으로 치러졌다는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돈을 받고 자신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경찰서에 자진출두해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전 아시안게임 볼링 국가대표 감독인 강 씨(64)의 진술로부터 비롯됐다.

볼링계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큼 유명한 강 씨가 송파경찰서를 찾은 것은 대한볼링협회 회장 선거를 치른 사흘 후인 지난달 20일이었다. 강 씨는 "제20대 대한볼링협회 회장선거에 당선된 김길두 회장(68)에게서 두 차례 경비를 받아 선거운동을 했다"고 자술했다.

강 씨는 자술서에서 "김길두 회장이 8월경 치르게 될 회장 선거에서 자신이 회장으로 당선되면 본인을 국가대표 총감독 및 상근 부회장을 시켜주겠다고 하면서 선거비용으로 1000만원, 350만원을 계좌이체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대한볼링협회는 지난 8월 17일 국민생활체육볼링연합회와의 통합을 위해 실시한 제20대 대한볼링협회 회장 선거에서 김 모 전 대한볼링협회장이 정모 후보를 제치고 회장에 재당선됐다.

그러면서 "받은 선거자금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김 회장을 찍어달라고 하면서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있음을 자인한다"고 자술했다.

▲ 지난달 20일 대한볼링협회 회장 선거에서 돈을 받고 선거 운동을 했다고 진술한 강 씨의 자술서

강 씨의 이같은 자진 진술에 따라 볼링계는 향후 큰 파장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강 씨의 폭로가 사실로 입증되면 김길두 회장의 당선은 무효가 될 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죄에 해당돼 형사처벌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강 씨는 원천적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제3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난 5월부터 선거운동을 했다면 명백하게 위법이 된다. 

경기 단체장 선거규약 제17조에서 20조에는 후보 본인만 선거운동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후보자가 선거공보·선거벽보·전화·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선거일 후보자 소개 및 소견발표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어떠한 방법으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선거운동은 후보자 등록마감일(8월 10일)인 다음날부터 선거일(8월 17일) 전날로 한정된다. 

또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조항들은 금전·물품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이익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강 씨는 처음에 자신이 하는 행동이 선거 위반인 줄도 몰랐다고 자백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이 지난 5월 4일과 6월 2일 각각 1000만 원과 350만 원을 경비로 쓰라며 통장에 입금시켜줬다. 통장은 친조카 명의다"면서 "아무래도 생활체육쪽 임원들은 엘리트 볼링 출신들이 많다. 그래서 나를 많이 도와주려고 했고 김 회장도 그런 부분 때문에 나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 씨는 "이미 경찰서에 자진출두해 진술을 마친 상태다. 통장사본과 조카와의 친족확인까지 마쳤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도 이 사실을 알렸고 통화도 마쳤다"고 밝혔다.

▲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천만원, 350만원을 받았다고 강 씨가 제출한 통장사본

강 씨는 진술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신도 처벌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양심고백을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강 씨는 “내가 한 일이 죄가 된다면 달게 받겠다”면서 "선거가 끝나고 후배들이 '볼링계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제 실속만 챙기는 김 회장을 왜 도와줬냐'고 불만을 털어놓더라. 실제 엘리트 쪽에서는 거의 김 회장을 찍지 않았다더라. 그런 후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배로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엘리트쪽의 불리함을 알고 당선 후 국가대표 총감독과 상근 부회장직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당선이 되자 안면몰수했다"면서 "30년 이상 볼링계에 몸 담아 온 만큼 후배들에게 볼낯이 없다. 볼링계를 위해 김 회장의 당선은 당연히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하면서 대한볼링협회도 엘리트 체육인과 생활체육 쪽 사람들도 하나로 합치게 됐다. 

그런데 김길두 회장이 지난 3년간 재임하면서 엘리트 체육인들의 인심을 많이 잃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회장은 오랫동안 감독과 협회 임원을 하면서 생활체육 측 사람들과 친분이 두터운 강 씨에게 돈을 건네며 자신의 재선을 위해 생활체육 쪽 사람들을 잘 설득해 지지를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강 씨에 의해 폭로되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대한체육회의 진상 조사에서 김길두 회장은 강 씨의 폭로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또 “나는 강 씨에게 돈을 보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돈을 보낸 것이다. 경찰에 출두해 모든 진상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말대로라면 강 씨가 없는 증거를 조작해 자신을 무고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강 씨의 고발장이 접수되자 12일 협회 사무실을 방문했으나 김 회장은 지방출장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고 없는 상태였다. 경찰은 추석연휴가 지난 후에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알렸다.

경찰은 김 회장의 조사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 밖에도 현 대한볼링협회의 행정과 관련해 수많은 의혹이 볼링 관계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현 집행부가 국가대표 획득 상금 잔액 1억2천1백만원을 관리하면소 약 9,500만원에 대한 사용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다.

또 국가대표 전지훈련 비용을 충당한다는 구실로 국가대표 선수가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금을 획득할 경우 선수는 30%는 갖고 협회에 70%를 납부하게 하는 비정상적이고 구시대적인 작태를 계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연이어 폭로되고 있다.

빙상, 태권도, 야구계를 휩쓸고 간 운영진 비리문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국내 스포츠업계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볼링계마저 내부 비리가 불거져 향후 곱지않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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