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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대전' 면세점 특허…롯데·SK '절치부심' 통할까?
'3차대전' 면세점 특허…롯데·SK '절치부심' 통할까?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6.09.21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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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면세점 4곳 추가 선정, 대기업 위한 특혜인가
▲ 면세점 업계의 '3차대전'이 시작됐다. 다음 달 4일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신청 마감을 앞두고 지난해 사업권을 뺏긴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가 재기를 노리고 있다.

국내 면세점 업계의 세번째 전쟁이 시작됐다. 다음달 초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특허 신청 마감을 2주 앞두고 업계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7월 현대·신세계·이랜드 등이 탈락한 대신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선정된 첫번째 전쟁에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와 두산이 사업권을 따내고 SK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탈락했다. 

세번째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취득을 위한 입찰 마감은 내달 4일이다.

총 4곳(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의 사업권을 놓고 7~8개 업체의 격돌이 예상된다. SK워커힐면세점을 제외하면 후보 기업 대부분이 강남 지역에 면세점 진출 의사를 밝혔다.

► 현대·롯데·SK…면세점 '부활' 신호탄

이번 경쟁은 특히 '5년한시'로 묶였던 특허기간의 개정 가능성 탓에 각 업체가 입찰 참여 여부와 사업지 등을 놓고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찍부터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힌 기업들은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 등이다.

지난해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은 "또 한 번의 실패는 없다"며 재도전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의 부활을 노린다. 연매출 6천억원대로 국내 3위 규모인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특허 재승인에 실패해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롯데는 1위 사업자의 경쟁력을 앞세워 특허를 다시 찾으려 하지만 총수 일가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와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변수로 떠올랐다. 2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검찰 소환 조사와 총수 일가의 구속 여부를 놓고 창립 후 최대 위기를 맞은 롯데는 전체 사업에 총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다.

▲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탈락해 각각 영업 종료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왼쪽)과 SK 워커힐면세점

SK네트웍스 역시 사업권을 잃어 지난 5월 워커힐면세점 영업을 종료했다. 이번 입찰을 통해 특허 재취득에 나선다.

롯데 월드타워점과 SK 워커힐면세점은 이미 특허 재취득에 대비해 매장을 비워둔 채로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을 내세워 도전장을 던지며 사업권 취득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면세점 법인 설립 등기도 마쳤다. 자본금 100억원인 신설법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지분은 100% 현대백화점이 보유했다.

► 대기업 경쟁 치열, 성적도 극과 극

작년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 등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은 아직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입찰 참여가 확실해 보인다. 호텔신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 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을 통해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면세점 가운데 신세계의 참여도 확실시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시내면세점 추가 진출 의사를 밝힌 가운데 후보지 등에 대한 최종 결정만 남겨 놓은 상황이다. 가장 유력한 입점 장소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다.

그 외에 한화갤러리아의 갤러리아면세점, 두산의 두타면세점 등도 참여 여부를 막판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입찰 후보 기업으로 꾸준히 거론됐던 이랜드는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이랜드는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해 보유한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부동산 자산을 연내 매각할 계획에 있기 때문이다. 

이랜드 측은 "면세점 사업은 재무구조 개선 등 다른 그룹 중대 사안보다 후순위로 밀려 있는 상황"이라며 "면세점 진출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올해 안에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다음 달 4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12월 중 신규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입찰을 통해 서울 4곳(대기업 면세점 3곳)을 비롯해 부산·강원지역에 시내면세점이 추가된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이 면세점 유치에 집중하는 것은 갈수록 커가는 시장 규모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48억9580만달러(약 5조4900억원)로 2012년 상반기(26억5220만달러)에 비해 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업체 간 실적 차이는 뚜렷하다.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은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시장점유율 80% 수준을 기록하며 과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롯데면세점이 2326억원, 신라면세점이 430억원을 거둬들였다. 반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은 대부분 100억원대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업체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중국 관광객 등을 타깃으로 한 면세점 사업은 다른 유통채널의 부진에 비해 사업 전망이 밝은 편"이라며 면세점 입찰전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 이번 놓치면 10년 기다려야...'5년 한시' 법 개정

특히 면세점 특허기한이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5년 한시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져 한번 사업권을 놓치면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이번 대전의 경쟁은 어느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회는 면세점업에서 재벌의 독과점 특혜를 없애겠다며 사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관세청은 1년도 안돼 새로운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사업권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연장하고, 신규 면세점도 6곳을 더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2차 경쟁에서 패전해 이번달 16일과 다음 달 말에 문을 닫아야 하는 SK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환호성을 질렀다. 다시금 면세 사업에 불을 지필 희망이 생겼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2천여명의 면세점 종사자들도 반겼다.    

반면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발표를 두고 이미 대기업 3곳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해 두차례 대전을 치르면서 입찰에 실패한 현대백화점과 면세 사업권을 잃은 SK네트웍스(워커힐점)와 롯데(월드타워점)을 위한 추가 선정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추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발표 직후 기존 면세점 관계자들은 출혈경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손사레를 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을 늘린다고 관광객들이 더 한국을 찾는 것은 아니다"라며 "면세점이 4곳이나 늘어나게 되면 당연히 매출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면세점 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셀 때에도 정부는 사업자 추가 허가는 없다고 못 박았다는데 대통령이 일자리 차원에서 우려를 표명한 한마디에 곧바로 태도를 바꿔 6개나 늘리겠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성토했다.

한쪽에선 면세점 선정 작업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추가 선정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늘어나는 중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20년 2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에서도 면세점 육성·확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주변국 경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정부 발표는 면세점 사업자 특허시한을 원래대로 10년으로 되돌려 놓았다. 기업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자에 대한 특혜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것은 분명히 단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갈수록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작년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1323만1651명으로 전년보다 7.3% 감소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1곳 차지할 중소·중견기업 '강건너 불구경'

다음달 4일 마감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4곳 중 1곳은 중소·중견기업의 몫이다. 이번 특허 입찰에 전쟁을 치루듯 적극적인 대기업들과는 달리 중소·중견기업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중 지난해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번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거나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권 한자리를 놓고 14개 기업이 경쟁을 벌인 것과는 사뭇 딴판이다. 작년 이 자리는 하나투어가 유진기업, 파라다이스, 중원산업 등을 제치고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면서 SM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중소·중견 기업들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에 대한 관심을 접은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선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을 비롯한 신규 면세점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각각 100억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문을 SM면세점은 지난 상반기 14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두산 등 신규로 면세 사업을 시작한 대기업조차 고전 중이다. 실제로 신세계면세점 175억원, 한화갤러리아면세점 174억원, 하나투어 SM면세점은 142억원, HDC신라면세점은 80억원 가량의 영업 손실을 봤다. 공식 집계가 나오지 않은 두타면세점 역시 다른 면세점들과 비슷한 수준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하며 과열 경쟁을 통해 따낸 사업 특허권에 비하면 형편없이 초라한 성적표다.

지난해 특허 신청에서 떨어진 중소·중견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 몫이 있지만 오픈하면 결국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며 "대기업도 손실을 보는데 중소기업들이 섣불리 뛰어들 수 있겠냐"고 강조했다. 

작년 신청을 했던 유진기업 관계자는 "이번엔 신청하지 않는다"며 "안에서도 공식적인 얘기가 나온 게 없다"고 전했다. 또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는 TF팀도 꾸렸지만 올해는 이런 팀도 없다"며 "신규 신청 계획이 아예 없다"고 말했다. 

또 2013년부터 정부가 '면세산업을 통한 중소기업 성장 지원 대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사업 참여를 독려했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이유도 한몫한다. 오히려 대기업의 면세점 시장점유율은 2012년 80% 초반에서 2015년 87%까지 높아지기만 했다.  

이같은 이유로 2주 밖에 남지않은 입찰 마감에도 중소·중견 기업들은 '강건너 불구경' 하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올 상반기 9개로 늘었다. 정부가 면세점 수를 늘리면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을 따내기 위해 '3차대전'을 치르는 대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반면 중소·중견 기업의 관심은 줄어들었다. 유통 강자만이 살아남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독과점 논란을 해소하면서도 면세점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묘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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