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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칼럼] 터부(Taboo)인 증세 이야기
[國稅칼럼] 터부(Taboo)인 증세 이야기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6.09.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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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부(Taboo) : 특정집단에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금하거나 꺼리는 것
김 진 웅

요즈음 대중을 현혹시키는 게 있다. 세율이다. 세율에는 명목세율과 유효세율이 있다. 대기업들이 내야 하는 표면적인 법인세율은 22%다. 이는 명목세율이다. 과거에는 25%였던 것을 MB 시절에 경제성장을 이유로 22%로 인하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늘어나는 현금과 잉여금을 투자는 하지 않고 쌓아 놓고는 외국 주주 등에게 배당만 하다 보니 재정적자에 법인세를 25%로 원상 복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대선 때 이미 선언하였다. 그러다 보니 세율인상이란 말은 터부(taboo)가 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정부산하 연구소들도 입을 맞추어 법인세율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경제계도 불감청(不敢請)이지만 고소원(固所願)이니 경제연구소와 학자들 입을 빌어 열심히 추임새를 넣고 있다.

모두가 합창하듯 법인세 인상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국가경쟁력을 깎아 먹으며,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갈 거란다. 과연 그럴까? 명목세율로는 꼬마 법인들은 10%를 내고, 중간기업은 20%를 내고 큰 기업들은 22%를 내도록 되어 있다.

그러면 우리 거대기업들이 그 체구에 어울리게 세금을 온전히 낼까? 천만의 말씀이다. 과거에는 14% 정도 내오다가 최근에 들어서서 비로소 17%를 내고 있다. 제반 조세감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제로 내는 세율을 실효세율이라 한다. 명목세율 22%와는 거리가 멀다

과연 한국의 대기업들이 부담하는 실효세율이 외국에 비하여 과중할까? Tax Foundation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은 33%다. 미국 기업들은 한국 대기업의 두 배로 세금을 내고 있는 거다

이번엔 명목세율도 외국과 비교하여 보자. 미국은 1천만불이 넘으면 지방세 포함 약 38.92 퍼센트에 이른다. 우리의 1.6배다. 프랑스도 34.4%다. 독일은 29.65%다. 잘 나가는 나라들의 법인세율은 이러하다. 모두 국가경쟁력이 있는 나라다.

일반적으로 법인세는 선진국일수록 개도국에 비하여 높다고 보면 된다. 반면에 섬 나라나 도시국가, 후진국들은 세율이 낮아진다. 산업화된 국가일수록 법인세율이 높다. 굳이 도시국가인 싱가폴이나 홍콩 세율과 우리를 비교하면서 국제 경쟁력 이야기를 하면 촌스럽다.

하면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아랍 에미레이트다. 법인세율이 무려 55%다. 가장 낮은 나라는 우즈베키스탄이다. 고작 7%다. 아예 법인세가 없는 곳도 있다. 섬나라들인 바하마, 케이만 군도, 버진 아일랜드, 버뮤다 등이다.

Tax Foundation이 분석한 2015년도 주요 173개국의 법인세율을 보면 25%의 세율이 최빈도를 보인다. 40여개국이 넘는다. 대세다. GDP로 가중한 평균 세계 법인세율은 29.5%이고, G7 국가들은 평균 30.21%에 이른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구미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한국이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한다 해서 무리수라는 주장은 과하다. 정이나 세율을 건드리는 게 정치적 터부라면 명목세율은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대기업의 실효세율을 적어도 20% 정도로 상향 조정하면 된다. 즉 최저한세를 20%로 하라는 말이다.

한국의 독특한 현실은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반면에 중소기업이 고용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을 건드리면 곤란하다. 대신 대기업은 세금이나마 자기 몫을 내라는 거다. 14%가 뭔가. 내년 예산을 무려 400조원 넘게 짠 마당에 증세를 안 해도 될 재간만 있으면야 대환영이다.

요즈음 법인세인상 불가론자들이 궁여지책으로 흘리는 변명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우리 대법인이 내는 법인세 부담률이 OECD보다 높아서 법인세를 올리면 안 된다는 거란다. Fact Check를 하자면 유럽은 우리처럼 대법인들이 한 나라의 경제를 주름잡는 경우가 없다는 거다. 작은 연못에 사는 거대한 잉어와 같은 우리 대기업들이 유럽의 법인들보다는 당연히 법인세 부담비율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외면한 궤변이다.

두 번째 변명은 법인세가 전가되므로 법인세를 올리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건 정말 실소를 자아낸다. (어느 재정학 교과서를 보든 마찬가지이지만) 법인세나 소득세 같은 직접세는 전가가 가장 약한 대표적인 세목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전가가 잘되는 세목은 간접세다. 가령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면 모든 재화가 동일하게 세금이 오르므로 어느 기업이든 다 같이 가격경쟁력에서 중립적이다. 따라서 가격으로 전가하기 쉽다. 직접세가 전가된다면 증세할 세목은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된다.

세 번째 궤변은 대법인에 세율을 낮추어주면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낙수효과다. 하면 법인세가 아예 없는 나라도 많은데 왜 하나같이 후진국인지는 뭐라고 답변할 것인가. 대기업을 떠받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나 외칠 수 있는 철 지난 레퍼토리다. 부자와 대법인의 감세는 소득격차만 늘려 부의 양극화를 가져오는 주범이 된다는 건 이미 많은 경제분석자료들이 전세계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정책을 독려하던 IMF조차 이를 지지하고 있다.

증세 없이 알뜰한 재정을 꾸려주면야 더 없이 고맙겠다. 세금이 무모하게 쓰이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니 국민도 증세가 마땅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다. 그래서인지 예산안이 초유의 400조대로 진입하였다. 선심성 재정지출 편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 세출을 늘려 잡았으니 어느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할지만 남았다. 지난달 30일자 기획재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 내용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기조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진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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