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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파장…미래 시계제로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파장…미래 시계제로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6.11.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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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원점 재협상이나 폐기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

◆경제-안보엔 어떤 영향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0일 경제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세계제로 상태인 한국경제에 대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9일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한국도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시계 제로’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인해 국내 리더십에 큰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이란 메가톤급 돌발 변수까지 가세하면서 자칫하면 경제는 물론 외교 안보 전반에 걸쳐 ‘퍼펙트스톰’과 같은 초유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특히 수출 등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해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치닫게 되면 글로벌 경제 위축과 외환시장 불안 등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에 당장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9일 상승 출발했던 코스피지수는 오전 11시경 공화당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 부각과 함께 장중 1930선이 붕괴됐다가 결국 전날보다 45포인트(2.25%)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1950선까지 내려온 것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공포가 부각된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코스닥지수도 장중 6% 하락세를 보이다가 전날보다 24.45포인트(3.92%)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감해 600선이 무너졌다. 원화값도 이날 하루 14.5원이 떨어지면서 달러당 1149.5원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 후보가 한미관계의 새 카운터파트가 되면서 한국 외교·안보에도 대격변이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곧 대북 강경 노선을 추구하는 공화당의 재집권을 의미한다. 북한 김정은의 도발과 이에 미국이 ‘힘의 논리’로 맞대응할 경우 동북 아시아 안보지형이 누구도 예측 못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던 외교·안보의 틀을 전면 수정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트럼프는 수 차례 한미동맹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고 주한미군 철수 혹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으로 소요되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는 한국이 더 부담해야한다는 인식을 매우 강하게 드러냈다. 이에 따라 내년 말부터 시작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미 간 갈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미FTA 재협상 현실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자인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선거 과정에서 밝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아직 발효되지 않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물론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협상 또는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주도한 한국과의 무역협정 때문에 우리는 또 다른 일자리 10만 개를 빼앗겼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통상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들은 9일 "한·미 FTA 원점 재협상이나 폐기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FTA는 양국이 이익의 균형을 맞춘 뒤 상호 호혜적으로 맺었기 때문에 일단 발효한 뒤에는 일방적으로 무효로 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상적인 외교 관계 속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FTA를 폐기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FTA라는 것은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라 정치, 외교 등과 민감하게 맞물린 중요 사안"이라며 "발효된 FTA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갑자기 무효로 한다는 것은 상대국과 앞으로 아예 보지 말자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신행정부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추진한다고 할지라도 미국이 관련 개정 사항을 제안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사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빚어진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IT업계 `보호무역 직격탄` 되나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9일 예상을 뒤엎고 대선에 승리하면서 한국 IT(정보기술)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가 강조했던 보호무역주의의 철퇴가 스마트폰·디지털 TV·반도체 등 한국 IT 수출품에 직격타가 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값싼 수입품 때문에 미국의 제조업이 죽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중국·멕시코 등 다른 나라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붙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IT 대기업은 '관세 폭탄'으로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를 구축해온 삼성전자는 올해 가을 '갤럭시 노트 7' 리콜 사태에 이어 더 큰 위기를 마주할 처지가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 분야와 관련해 트럼프가 확정된 공약을 한 것은 없지만, 보호무역의 여러 위험이 존재해 면밀하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관세 같은 옛날 방식이 아니라 지식재산권 보호 등 조처를 통해 우리 기업을 교묘하게 압박할 수 있다. 미국 현지 진출을 늘려 무역 장벽을 극복할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집권은 최근 1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의 IT 수출 실적을 더 곤두박질치게 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IT 수출 부진은 중국과 유럽의 매출 감소가 주원인이었고 그나마 미국·베트남에서의 선전이 하락 폭을 줄여주는 구조였지만, 이제 미국이란 '안전판'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런 우려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IT는 미국이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분야라 트럼프 정권이 무리하게 개입할 이유가 적다는 얘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의 이병태 교수는 "자동차나 쇠고기 등 농축산물, 금융 분야에서 보호무역주의 압박이 강하게 올 수 있지만, IT는 이런 우선순위에서 빠질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주열 韓銀총재 "트럼프 성장친화적 정책 기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트럼프 정부의 성장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가 (국제 금융시장에) 크게 반영됐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미국과 유럽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경제현안점검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결과도 예상에 어긋났지만 금융시장의 반응도 예상과 달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단기적으론 불확실성이 크긴 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트럼프가 원래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무래도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기본적으로 경기를 살리는 성장친화적 정책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돼서 그렇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부 발 빠른 대응 ‘실물경제 모니터링’강화

정부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트럼프 당선의 영향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유일호 부총리는 “필요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며 “경제현안점검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중심으로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외환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동향까지 모니터링할 수 있게 확대 개편하고 관계기관합동점검반도 차관급 테스크포스(TF)로 격상할 것”이라며 “외환보유액, 민간부문의 외화 유동성 및 외채상황 등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가계부채 구조조정 등 대내 리스크요인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트럼프의 경제 분야 정책공약을 분야별로 심층분석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그는 “한미간 경제관계가 전통적 안보동맹이자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호혜적 관점에서 윈윈할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와 기업 싱크탱크 등 다양한 협력 채널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또 트럼프의 당선이 오히려 한국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의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더욱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교역과 투자확대를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내외 투자자와 시장 참가자들도 새로운 긍정적 변화와 기회에 주목하면서 정부의 확고한 시장안정 및 리스크관리 의지를 믿고 침착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일호 부총리를 비롯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석준 국무조정실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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