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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시대와 거꾸로 가는 세무사
[국세(國稅)칼럼] 시대와 거꾸로 가는 세무사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6.11.18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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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창 영

Ⅰ. ‘따뜻한 로펌’

지난 달 한 신문의 특집 면을 장식한 변호사 업계의 사회공헌 소개 기사 제목이다. 변호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변호사 시대를 여는 변호사 업계는 요즘 ‘국민 속으로’를 외치며 무료법률지원 서비스는 물론이고 목소리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가 진행하는 ‘동화 낭독 목소리 기부 프로젝트’에는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과 차동민 전 대검차장 등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바쁜 가운데서도 틈을 내 동화책 ‘돼지 오줌보 축구’ 녹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앤장 자원봉사 모임인 ‘김앤장 프렌즈’는 변호사와 임직원 30여명이 14권의 동화낭독 목소리 기부에 동참했다.

고위직을 역임한 ‘근엄한 변호사’들이 이 활동에 나선 것은 김앤장이 운영하는 ‘다문화여성 법률아카데미’에 참여하는 학부모 중 한국어가 서툰 부모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공익법률 활동을 위해 비영리법인 ‘동천’을 운영하고 있다. 동천은 전국푸드뱅크 같은 비영리단체들을 위한 법률지원 서비스는 물론 탈북민, 이주외국인, 장애인 등을 위한 법률지원 서비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은 스포츠 분야 사회공헌 활동에 열정적이다. 지난 ‘2013 평창 동계스페셜 올림픽대회’를 시작으로 각종 국제대회의 법률자문에 나서고 있으며 ‘2017 FIFA 20세 월드컵’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자문활동도 맡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은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뻔한 박태환 선수를 위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와 법원을 뛰어다니며 법률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법무법인 세종은 사단법인 나눔과 이음을 통해 1만명이 넘는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낳은 자녀) 문제 해결을 위해 ‘코피노프로젝트팀’을 구성해 법률지원에 나서고 있다.

툭하면 불거지는 ‘100억 수임료’ 사건 등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는 전혀 별개로 로펌을 중심으로 한 ‘따뜻한 변호사’들의 재능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이 국민 속으로 깊게 파고들고 있다.

급증하는 변호사 숫자에 치열한 경쟁으로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변호사 업계가 고객인 국민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진솔한 모습으로 실행되고 있고,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한 수 위다.

 

Ⅱ. 전문자격사 사회공헌 활동의 출발은 세무사가 아주 빨랐다.

조용근 전 세무사회장은 취임과 함께 ‘나눔과 섬김’ 철학을 세무사업계 전반으로 확산 시키는 동시에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조 회장의 사회공헌 활동은 워낙 치고 나가는 속도가 빨랐고, 무엇보다 쉬지 않고 이어져 한동안 전문자격사의 사회공헌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세무사’가 떠오를 정도였다.

이어 바통을 받은 정구정 회장은 세무사 사회공헌 활동에 획을 긋는 일대 전기를 마련한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전체 세무사를 참여시켜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을 만들었다.

2013년 12월12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정·관계 인사가 대거 참여한 가운데 화려하게 출범한 세무사회 공익재단은 출범식과 함께 저소득층과 소외계층 350명에게 3억5,000만원의 성금을 전달하는 등 외양상 ‘럭셔리’하게 발을 뗐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그 위상은 초라하다 못해 존재조차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함께 하며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기는커녕 끝 모를 자리다툼이 벌어지고 있고 결국 세무사회관에서 조차 내쫓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사장 자리를 두고 말과 약속이 바뀌고 식언과 허언이 밥 먹듯 난무하고, 급기야 인신공격에 반격에 온갖 추대가 벌어지는 진흙탕으로 변질됐고, 얼마 전에는 3류 코미디 같은 이사장 선임으로 주변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을 두고 ‘바지 대통령’ 시대에 맞게 ‘바지 이사장’을 뒀다는 조롱마저 나오고 있다. 결국 좋은 취지에 기대하며 기금을 출연한 세무사들만 ‘바보’가 됐다.

 

Ⅲ. 급변하는 세상이다. 전문자격사 주변도 형편 만만치 않음을 넘어 연일 비상이다.

전문화가 강조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융복합화로의 변화가 초스피드로 진행되고 있다. 변호사가 돈을 받고 복덕방을 해도 문제가 없는 시대다. 앞으로 뭐가 어떻게 변할지 정말로 예측이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모든 변화의 열쇠는 과거처럼 정부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국민이 쥐고 있다. 국민 속으로 뛰어 들어 국민과 함께하지 않으면, 국민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앞으로 될 일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고, 곤란에 처한 사람들에게 소리 없이 법률지원 서비스 등 재능기부에 나서는 것은 ‘진솔’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거창하게 선전하며 기금을 모으거나 호텔에서 호화판 출범식을 열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큰 도움’을 받았다며 기쁨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주변으로부터 돈 거둬 생색내고 나눠주는 것이 사회공헌이고 공익재단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도 큰 오산이다. 물론 도움과 나눔은 소중한 것이지만 꼭 담겨야 할 것은 이웃과 함께 한다는 ‘진정성’이다.

세무사회 공익재단은 출범부터 기금 목표액을 정하고 회원 및 거래처로부터 ‘구좌 가입’을 적극 권장하며 ‘그래프’를 그리고 채근했다. 실적과 목표달성에 집착한 면이 오히려 강했다.

재단이 국민과 함께하는 공익 프로그램에 심혈을 기울이기보다 행사와 초청인사, 홍보, 과시에 더 열을 올린 면이 있다. 진정한 공익보다 공익을 전제한 권력의 냄새가 짙었다.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는 이 재단의 주인인 세무사들이 눈을 치켜뜨고 찾으면 답이 금방 나온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은 끼워진 단추를 모두 풀고 처음부터 다시 꿰는 것이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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