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7:33 (목)
[율촌 판례평석]종전 심판결정 취지에 반하는 처분근거의 추가로 과세처분 유지 안돼
[율촌 판례평석]종전 심판결정 취지에 반하는 처분근거의 추가로 과세처분 유지 안돼
  • (정리)이혜현 기자
  • 승인 2017.01.0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6두42999 판결-

▲법무법인 율촌 이강민 변호사

조세심판원 인용결정 이후 과세관청의 동일 처분, 심판결정 기속력에 반해 위법

대법원, 일련의 판례 통해 심판결정 효력 명확히 밝혀

 

1. 들어가며

과세관청의 조세부과처분에 대해 납세자는 통상 조세심판원 등에 심판청구를 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조세심판원 등이 납세자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결정할 경우 과세관청은 이러한 결정 취지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심판결정의 ‘기속력’, 국세기본법 제80조 참조). 이를 통해 납세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라는 하나의 행위에 대해 과세의 근거 규정을 달리하여 두 번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받았다. 조세심판원에서 적용 규정이 잘못이라고 하여 처분을 취소하자, 조세심판원 결정문에서 적시한 다른 규정을 들어 동일한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 원고들은 이에 대하여 다시 불복하여 두 번째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거치고 나서 최종적으로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를 구제받았다. 그런데 정작 대법원 판결의 입장에 따르면 두 번째 부과처분에서 과세근거로 삼은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처분이 취소되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2. 사실관계 및 관련 사건의 경과

이 사건 판결의 취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일련의 관련 사건진행 경과를 파악하여 볼 필요가 있다.

코스닥 상장법인인 A사는 2005.12.5. 비상장법인이었던 B사와 사이에 주식의 포괄적 교환계약(이하 ‘이 사건 교환계약’)을 체결하고, A사가 B사의 주식 전부를 인수하면서 B사의 주주들에게 A사의 신주를 발행하여 주었다. 이 사건 교환계약에 따라 B사주주인 이 사건 원고들은 B사 주식 총 175,076주의 교환대가로 A사 주식 3,109,509주를 취득하였다(교환비율=1:17.76).

그런데, 피고(과세관청)는 “이 사건 교환계약은 B사의 주식가치를 과대평가함으로써 원고들이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한 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이하 ‘이 사건 조항’)를 근거로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종전 처분’).

원고들은 이 사건 종전처분에 불복하여 2011.12.경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다. 조세심판원은 2012.12.27. “이 사건 교환계약과 같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의 경우에는 상증세법 제35조(저가ㆍ고가 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 등)를 적용하여 과세하는 것은 별론, 같은 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종전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이하 ‘종전 조세심판결정’).

이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종전처분을 취소하고 상증세법 제35조에 근거하여 2013.10.1.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다시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들은 2013.12.27.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상증세법 제35조에 근거한 피고의 처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2014.4.경 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한편, 이 사건과 같이 주식의 포괄적 교환으로 인하여 완전자회사 주주 또는 모회사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경우 어떤 규정을 근거로 증여세를 과세해야 하는지 과세 실무 단계에서 혼란이 있었다. 이러한 혼란은 대법원이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의하여 완전자회사가 되는 회사의 주주가 얻은 이익에 대하여는 상증세법 제35조가 아닌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일단락되었다(대법원 2014.4.24. 선고 2011두23047 판결). 이에 피고는 이 사건 소송 도중 위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의 근거규정으로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추가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에서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대해서는 상증세법 제35조를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점은 위 대법원판결에 따라 분명하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상증세법 제35조에 관하여는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았다. 문제는, 피고가 이 사건 소송 도중 상증세법 제42조 1항 제3호를 처분사유로 추가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과세처분에 관한 불복절차에서 그 불복사유가 옳다고 인정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처분을 하였을 경우에는 불복제도와 이에 따른 시정방법을 인정하고 있는 위 법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동일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다시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증여세 과세의 기초가 되는 사정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데도 이 사건 조항을 처분사유로 하는 것은 불복과정에서 취소된 종전 처분을 번복하여 이를 되풀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조항에 근거한 종전 처분을 취소한 조세심판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고,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상증세법의 어느 조문을 적용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견해가 갈리다가 대법원판결에 의하여 명확하게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재결의 기속력을 배제하거나 처분의 반복을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소에서 처분의 근거규정으로 이 사건 조항을 추가할 수 없다”라고 판단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의 처분사유 추가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으로 취소된 이 사건 종전 처분과 동일한 처분을 반복하는 것이어서 조세심판원의 기속력에 반하므로, 처분사유 추가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4. 평석

가. 심판결정의 기속력(羈束力)

대법원은 조세부과처분에 관한 불복절차과정에서 그 불복사유가 옳다고 인정하고 이에 따라 과세관청이 필요한 처분을 하였을 경우에는 불복제도와 이에 따른 시정방법을 인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 취지에 비추어 동일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다시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기속력에 반하는 후속 처분은 위법한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2010.6. 24. 선고 2007두18161 판결 등). 이 사건은 조세심판원 등의 인용결정에 대한 기속력이 문제된 사안이지만, 기속력은 조세심판원 등의 인용결정 이외에, 처분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에 대해서도 인정된다(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조세심판원 등에서 과세처분의 위법성을 인정하여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린 경우 과세관청이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위법사유를 보완한 경우 재처분이 가능할까? 과세관청은 심판결정의 취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심판결정에 적시된 위법사유를 시정·보완하여 정당한 조세를 산출한 다음 이를 부과할 수 있고, 이러한 새로운 부과처분은 심판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1.9.14. 선고 99두3324 판결 등). 물론 절차 하자로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심판결정이 확정되었을 경우 그러한 절차 하자를 치유하여 새로운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당연히 가능하다(대법원 1987.2.19. 선고 86누91 판결 등). 정리하면, 기속력은 개개의 위법사유에 대한 판단에 대하여 생기는 것으로, 조세심판원 등이 동일한 사유에 기하여 동일한 처분을 하는 것을 금할 뿐, 별도 사유에 기하여 같은 결과의 처분을 하는 것까지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처분 역시 종전 조세심판결정 취지에 따라 상증세법 제35조를 근거로 한 처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원칙적으로는 종전 조세심판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지 않는 처분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심판결정의 기속력이 문제가 된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나. 조세행정소송에서의 처분사유 추가·변경 허용 및 이 사건의 특수성

이 사건 처분사유(상증세법 제35조)는 위의 2014.4.24.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위법하다. 이런 이유로 피고는 이 사건 소송 도중 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률을 당초 상증세법 제35조에서 위의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같은 법 제42조 제1항 제3호로 변경하였다.

과세관청은 소송 도중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처분사유를 교환ㆍ변경할 수 있다(대법원 1997.10.24. 선고 97누2429 판결 등 다수). 대법원은 처분의 동일성을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한도 내’인지 여부로 판단해 왔지만 어디까지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한도 내’로 볼 것인지는 결국 판례의 형성·축적을 통해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과세관청이 법인의 익금이 임원 또는 주주에게 사외유출된 것으로 보아 소득처분한 후 그에 관한 과세처분취소소송 중 소득처분과는 별도로 같은 소득금액이 대표자나 출자자에게 현실적 소득으로 귀속되었다고 근로소득 발생의 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 범위 내라고 하였다(대법원 1999.9.17. 선고 97누9666판결). 다만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와 같이 부과처분의 근거법률만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 범위 내에 있으므로 처분사유를 교환ㆍ변경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대법원 2001.8.24. 선고 2000두4873 판결). 이러한 기준에 의할 경우 피고가 이 사건 소송 도중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률을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처분은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근거로 하여 과세된 이 사건 종전 처분이 조세심판원에서 취소됨에 따라, 그 심판결정 취지에 따라 처분의 근거법률을 상증세법 제35조로 바꿔 다시 이루어진 것이라는 데에 특수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가 이 사건 처분사유를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4호로 추가하는 순간, 이 사건 처분은 종전 조세심판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처분이 되고 만다. 이 사건 소송에서 이러한 처분사유 추가를 인정하면 이 사건 처분이 결국 이 사건 종전 처분과 동일해지고, 이는 종전 조세심판결정의 기속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 때문에 대법원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라는 우회로를 통하여 심판결정의 기속력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허용하지 않았다. 심판결정의 기속력이라는 법리를 통해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의 한계를 설정하였다는 데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가 있다.

5. 맺음말

납세자의 청구를 인용하는 결정 내지 판결을 받게 되면 납세자로서는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과세관청은 결정 내지 판결 취지에 따른 정당한 세액을 다시 계산하여 과세처분(재처분)을 내릴 수 있다. 납세자가 재처분에 대하여도 불복할 경우 납세자는 또다시 길고 긴 조세불복절차에 나아가야만 한다.

이 때문에 조세불복절차가 수 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대법원은 부동산임대소득이 아니라 이자소득이라는 이유로 종전 처분이 전부 취소된 경우 과세관청이 이자소득으로 종전 부과세액을 한도로 재처분을 하더라도 확정판결의 기속력 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대법원 2002.7.23. 선고 2000두6237판결), 납세자의 측면에서는 기속력이 미치는 범위가 너무 좁아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였다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예 최초 조세불복절차에서 과세관청 및 납세자가 주장할 수 있는 모든 주장을 허용하고, 조세심판원 내지 법원에서 이러한 주장을 모두 심리하여 판단을 내린 이상 기속력이 미치는 범위를 매우 넓게 하여, 또다시 반복되는 처분이 없도록 하는 심리구조를 만드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구조를 만들기 위하여는 대법원이 지금까지 쌓아 놓은 관련 법리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고, 국세기본법 제26조의2에서 정한 특례제척기간에 관한 규정과의 충돌 문제가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부분은 판례 평석에서 다룰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므로 다른 기회를 통해 논하고자 한다.

이 사건 판결을 비롯한 일련의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조세심판원의 심판결정의 효력을 명확히 밝히면서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강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조사결정을 통하여 증액된 처분은 심판결정의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16.9.28. 선고 2016두39382 판결) 역시 이러한 대법원의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종전 심판결정의 기속력을 근거 삼아 처분사유를 추가하여 처분결과를 유지하려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납세자인 원고의 권리구제는 달성할 수 있으나, 처분의 위법상태를 제거함으로써 자율적인 행정통제기능을 실현하고자 하는 조세심판의 기능에 반한다는 반대 시각도 있을 수 있다(특히, 과세관청의 입장이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의 자기통제기능은 어디까지나 납세자의 권리구제라는 조세심판청구의 궁극적인 목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므로, 이보다 앞설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는 어디까지나 조세심판원이 이 사건 종전처분에 대해 후속하는 대법원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한 것에 따른 결과일 뿐, 그 결과를 납세자의 귀책사유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사건 판결은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 속에서,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심판결정의 효력에 반하는 자의적인 처분을 막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강민 변호사

⦁제32기 사법연수원 수료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2006~현재 법무법인(유) 율촌 ⦁법무부 민사소송법(소송능력 편) 개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법무부 민법(법인 편) 개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2014~현재 한국세법학회 이사 ⦁2013~현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리걸 클리닉 자문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자문위원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위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강의 ⦁법무부 법무실 법조인력정책과 파견근무 ⦁육군 법무관


(정리)이혜현 기자
(정리)이혜현 기자 che8411@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