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간 최순실 게이트에 엮였던 심적 부담감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KT는 6일 "황창규 회장이 CEO추천위원회에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며 "CEO추천위가 후보추천 여부를 심사 기준에 따라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는 이런 내용을 이날 아침 사내 방송을 통해 직원들에게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CEO추천위에서 황 회장에게 6일까지 연임 의사를 밝혀 달라고 요청한 바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현재 황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7' 참관을 위해 방미 중에 있다.
그동안 KT의 인사 및 광고 등에 최순실 측근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비선실세 행동대장인 차은택이 올해 KT의 공개된 광고 24건 중 6건을 직접 연출했는가 하면, 대통령을 내세우며 KT 임원 인사에 개입하고 자신이 소유한 광고업체에 KT 일감을 몰아줬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와 황 회장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또 지난해 KT 임원급 채용 과정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해왔다는 의혹도 꼬리가 물려있다.
이처럼 각종 의혹에 연루돼 부담감이 컸던 터라 최근까지 임원 인사도 미뤄왔다. 더구나 자신의 연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자제해왔다. 하지만 국회 국정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서고 KT가 특검의 주요 수사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임을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CEO추천위는 자격 심사에 들어간다. 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 전원과 사내이사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사외이사인 김종구 법무법인 여명 고문변호사가 맡았고, 사내이사로는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참여한다.
추천위는 그 간의 경영 성과와 향후 비전 등을 심사해 황 회장을 CEO 후보로 추천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황 회장 연임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차기 CEO 단수후보로 추천해 경영권을 맡기고, 황 회장의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다른 후보 물색에 들어간다. 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중 설 연휴 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위가 최종 선정한 회장 후보자의 회장 선임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하는 절차로 이뤄질 예정이다. KT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지난 2014년 1월 취임한 황 회장은 취임 초부터 “앞으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며 스스로 강조했던 말이 이번 사태로 멋쩍은 '공염불' 모양새가 됐지만, KT의 지난해 거둔 실적은 꽤 놀라운 성과를 거둔 점에서 황 회장의 회장직 연임은 비관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 지난해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전년도 1년치 영업이익에 맞먹을 성과를 올렸다. 게다가 KT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간 M&A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 M&A를 좌절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