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1시 30분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는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는 주요 회원사 중 국내 4대그룹 임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새벽 전경련의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조치되고 다른 재계 총수들도 숨죽이고 있는 와중에 전경련 이사회 개최는 아예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일찌감치 전경련 탈퇴를 기정사실화 했던 국내 4대그룹은 열외하더라도 조직의 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는 올해 사업계획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더구나 관심을 모았던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을 후임 회장 선임건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가 나오지도 않았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해 결산 정도만 안건으로 소화하는 선에서 이사회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비공개로 진행되는 전경련 이사회는 예년의 경우 150여 곳이 참석 대상이고,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의결 요건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 LG, SK, 공기업 등이 잇따라 탈퇴하면서 참석 대상이 100여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이날 이사회에는 GS, 한진 등 일부 회원사만 직접 참석했고, 나머지 회원사는 위임장을 내는 형태로 정족수를 채웠다.
전경련은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총회 개최까지 후임 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는 있지만 악화된 여론 탓에 주요 후보군 대부분이 회장직을 하겠다고 선뜻 손드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새로운 회장을 구해서 강도 높은 쇄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새롭게 꾸려질 회장단의 윤곽도 미지수인데다 지난해 말 외부 회계법인에 맡긴 쇄신안 용역도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전경련은 창립 이후 가장 약화된 모습으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