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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회계법인 영업정지 대책이 분사? 꼼수, 다 보인다
안진회계법인 영업정지 대책이 분사? 꼼수, 다 보인다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7.03.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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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제재 앞서 감사와 비감사 부문 분사 움직임, 이합집산 ‘헤쳐 모여’

대우조선 외부감사시 분식회계 방조 및 주도 혐의

금융당국, 12개월 영업정지 처분 불가피

감사·비감사 부문 떼내 새 회사로 생존 모색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계업계 빅4'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을 2010년부터 6년간 외부감사를 맡으며 수조원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줬거나 주도했다는 혐의로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조사에 이어 금융당국의 제재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안진의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는 이번 사안은 대우조선의 5조원대 분식회계를 넘어 회사 차원에서 분식회계 비리를 주도한 데 대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의 12개월 부문 영업정지 처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는 29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조치로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및 소속 회계사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대부분 12월 결산법인이기 때문에 대부분 회계법인과 4월에 재계약을 진행한다. 안진은 1400개 고객 중 1100곳과 4월에 재계약을 해야 하지만 3월에 업무정지 등의 징계가 나오면 사실상 안진은 영업은 커녕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감사법인으로서의 존립이 어렵게 된다.

이정인 안진회계법인 위험관리본부장은 “외부감사 대상 기업고객 1400곳 중 1100곳의 재계약 시점이 4월이다.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징계가 3월에 결정되면 1심 판결이 무죄여도 재계약은 물건너 간다. 1심 판결 이후 징계를 해도 늦지 않다"며 “영업정지 이외에 과징금 징계 등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선처의 목소리를 높인다.

더구나 안진회계법인에 속해 있는 회계사는 1100여명이 되는데 대우조선해양에 관련된 팀에는 10여명이 일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인데 대다수의 나머지 직원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직원의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오태환 안진 감사본부장은 “입증되지도 않은 잘못으로 제재를 받아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이는 한국 회계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폐업에 이를 정도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약과 법인 유지를 위한 총력을 쏟겠다는 각오다.

이로써 ‘회계업계 빅4'인 딜로이트안진이 생사가 달린 중대 위기에 처함에 따라 국내 회계업계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 나온다.

국내 회계업계는 삼일PWC가 전통적인 1위 자리를 지키며 안진과 삼정KPMG가 2·3위 다툼을 벌여왔다. 4위는 EY한영이다.

영업수익으로 놓고보면 과거 안진이 삼정에 우세를 보이며 2위를 유지했지만, 작년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의 여파로 각각 영업수익 3006억원과 3004억원으로 안진이 삼정에 우위라고 볼 수만은 없다.

안진이 영업정지 이상의 중징계 처분이 현실화되면 국내 회계업계의 판도는 한차례 지각변동을 통해 빅3 체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영국의 딜로이트 측이 안진과 제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가 없다. 딜로이트와 안진은 파트너십을 맺은 관계로, 딜로이트가 안진의 본사 격이다. 1845년 런던에서 윌리엄 딜로이트(William Welch Deloitte)가 세운 딜로이트는 기업의 회계 감사, 세무, 컨설팅, 금융 자문, 리스크 분석, 법률 업무를 대행하는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 그룹으로 미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번 징계로 인한 딜로이트와의 파트너십 유지는 전적으로 딜로이트 본사 결정에 달려있다.

<회계법인 빅4 매출 및 회계사 보유 현황> (단위:원)

딜로이트안진은 파트너십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딜로이트 이름을 뗀 안진회계법인은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안진에 대한 징계가 확실시 되고 있는 현재로선 계약을 맡긴 기업들도 고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안진과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기업 중에는 일찌감치 계약이 어렵다고 보고 다른 회계법인들과 접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외부감사를 맡겼던 회계법인과 재계약하는 게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유리한 건 맞지만, 안진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은 현 시점에서 징계 확정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다른 회계법인과의 계약을 검토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안진이 맡고 있는 기업은 2016 회계연도 기준 총 1068개에 달하고, 이중 상장회사 223개 기업의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안진의 고위 관계자는 “영업정지 징계는 신규 수임이 금지되는 것이지 기존 감사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신규 감사 수임이 금지되더라도 매출감소는 2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기존 고객사의 이탈을 경계했다.

안진의 상장사는 대부분 3년에 한 번씩 감사 수임계약을 맺기 때문에 1년간 수임을 금지해도 대상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안진과 맺은 3년짜리 외부감사 계약이 만료돼 올해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장사는 83곳 정도다.

하지만 상황이 턱없이 불리하게 진행됨을 인지한 안진은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에 앞서 조심스레 ‘물밑작업'을 해왔던 움직임이 포착됐다.

안진 고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 해 출자자 총회에서 감사 품질 개선 및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감사와 비감사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구조조정을 통해 감사 부문을 축소하고, 비감사 부문(경영자문, 컨설팅, IB)을 강화해 생존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문 등 비감사 부문에서 약 40%의 매출이 나오는 것을 감안해 별도 법인으로 떼내는 방법으로, 일종의 특수목적법인(SPC)처럼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 인력들을 대거 이동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회계법인의 구조적 특성상 회계사 10명만 모이면 회계법인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진'을 버리고 새 법인으로 딜로이트와의 제휴관계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합집산(離合集散). 즉 ‘헤쳐 모여'가 되는 것이다. 나중에는 감사업무까지 다시 합칠 수도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금융당국과 업계에서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법인 징계는 피할 수 없으니 새로 분사한 회사에서 기존 고객을 그대로 끌고가겠다는 꼼수"라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진이 이번 제재 조치로 인해 그대로 문을 닫거나 동면을 취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당연한 방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안진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뿐만 아니라 이미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에게 200억원 이상의 손배소송까지 직면해 있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이들의 ‘모럴헤저드'를 수수방관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안진이 분사하는 회사를 금융당국은 공정거래법상 ‘동일체'로 여겨 눈여겨봐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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