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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프리랜서 세무사기 대책위 강병선 대표
[인터뷰] 프리랜서 세무사기 대책위 강병선 대표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7.03.30 09: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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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범 아닌 피해자로 봐주기를… 날벼락 같은 세금 통보 너무 힘들어”
국세청의 현실성 있는 대안 제시 필요…프리랜서 직업에 맞는 세법 개정 요구

“탈세범 아닌 피해자로 봐주기를…
날벼락 같은 세금 통보 너무 힘들어”

세무사로부터 사기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전국 프리랜서 세무사기 대책위(이하 대책위)'에는 한달 남짓에 3738명이 모여들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험설계사 등 프리랜서를 직업으로 하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수년동안 세무사기를 벌인 세무사가 구속됐다. 그러나 기장을 맡긴 수천명의 프리랜서 사업자들에게는 세무당국의 ‘세금폭탄' 통보가 날아들어 이를 둘러싼 사회문제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흥국화재보험 강병선 팀장에게서 피해자들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봤다.

▲ 프리랜서 세무사기 대책위 강병선 대표


► 우선 사태의 심각성부터 말씀해 주시죠.

분노가 치밀어 올라 무엇부터 말을 해야할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한신 세무회계사무소의 유희백 세무사에게 신고를 맡겼던 사업자들도 세무서로부터 지난 5년 전의 종합소득세 경비를 소명하라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이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 지 전혀 몰랐죠. 그냥 다들 각자의 생업에 매달려 바쁘게 일만 했던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날벼락처럼 5년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해당하는 소득자료에 대해 증빙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세금을 내야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하늘이 무너진 줄 알았습니다. 고지서를 받아든 사람들은 보험설계사, 자동차 딜러, 학원강사 등 대부분 영업하는 프리랜서들인데 이들은 지금 하나같이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에요.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또 하면 뭘 합니까. 5년전 증빙 자료를 소명할 길은 없고 앉아서 죽을 거 같아 단체행동에 나서야 했습니다.

우리가 세금과 관련해 잘 몰라 세무사에게 기장을 맡겼고, 한푼이라도 세금 절약하려고 했던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혹은 세무당국에서 인증한 세무사를 믿고 기장을 맡겼는데 마치 우리가 의도적으로 탈세를 저지른 것처럼 범죄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신용불량자 되는 것은 시간문제고요.

 

► 사건의 전말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세무사기가 진행됐나요?

이 사건이 드러난 계기부터 말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작년 10월에 국세청이 서울 봉천동에 있는 유 세무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나봐요.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기장을 맡겼던 고객에게 일괄적으로 거짓 비용을 계상해 환급을 받게 해 준 것이 드러났습니다.

세무사의 사기 과정은 이렇습니다.

유 세무사의 세무기장 영업 방법은 매우 공격적이었는데 한사람씩 찾아오는 고객보다는 바로 단체영업을 위해 직접 프리랜서 직업군이 있는 사무실을 찾아나선 겁니다.

제가 유 세무사를 만난 건 2009년 경 보험설계사로 일할 당시 지점에 찾아와 세무설명회를 열었는데 자유 소득업자들을 위한 절세방안을 알려주는 자리였습니다. 단체 의뢰는 수임료도 깎아주겠다고 해서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기장을 맡겼습니다.

▲ 세무사기에 사용된 홍보 전단지

그 후에 소득자료와 보험수수료, 각종 경비 내역 등을 자료로 제출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신용카드 사용내역, 현금영수증, 교통비내역까지 냈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신고기간동안 소득의 80%를 경비로 처리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제출한 경비내역은 아예 무시하고 50여명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일괄적으로 거짓으로 비용처리를 한거죠. 의뢰인이 많다보니 일일이 분석하며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원래는 7500만원 이상의 소득이 되면 복식부기 장부를 만들어서 접대비, 판촉비, 차량운행비 등 항목별로 신고해야 하는데 유 세무사는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처음부터 사기칠 목적이었는지, 국세청 업무의 헛점을 알았는지 아무튼 그렇게 능력발휘(?)를 해 실제로 환급을 받아줬던거죠.


► 실제로 환급을 받긴 받았군요.

예. 그런데 의뢰인들은 처음부터 탈세를 목적으로 소득신고를 했다면 문제가 분명히 되겠지만 공인된 세무사가 적법하게 절세를 해준다고 믿고 맡긴거고 우리가 세법에 대해 제대로 모르니 능력있는 세무사라고 여겼던거죠. 이 정도로 큰 규모의 세무사기 건에 휘말릴지는 대부분 꿈도 꾸지 않았는데….

연루된 피해자들이 5000명도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피해액도 아직 제대로 파악되진 않았지만 1000억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세무당국에서는 세무사는 대리인 역할이고, 납세의무는 결국 납세자에게 있는 것이라 증빙자료로 소명하라는 건데요.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잘은 모르지만 법 적용기간이 5년이라 해명자료로 그때 것을 다시 제출하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이런 일을 예측해 자료를 챙겨놓은 것도 아니고 많게는 억대가 넘는 내역을 가짜라도 만들어야 됩니까?

프리랜서들은 국세청이 요구하는 증빙을 못하면 처음 신고할 때 낸 소득세를 다시 계산해서 더 내야 하고, 허위증빙을 제출한데 따른 부당신고가산세 40%와 납부불성실가산세(연 10.95%)를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5년 전인 2011년 신고분의 경우 본래 납부해야 할 세금에 더해 약 95%에 달하는 가산세를 물어야 하고, 또 소득이 일정 규모(연 7500만원)를 넘어 회계장부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사업자(복식부기의무자)가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무기장가산세(20%)도 물어야 하고, 이 금액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되는데 어떻게 감당이 되겠냐는 거예요.

▲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세서 열린 프리랜서 세무사기 집회 참가자들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세청은 세무사의 부적절한 경비 처리는 제대로 관리 못한 책임은 전혀 인정않고 원론적인 세법에 정해진 규정만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또 이 사건은 비단 유 세무사에게 기장을 맡긴 분들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세무당국에 더 화가 납니다. 전국에 자영업자를 포함해 프리랜서 직업을 가진 국민이 50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4인 가족으로 보면 2000만명이 되는 셈인데 이들한테 적용되는 세법이 너무 가혹한거죠.

자영업자 등 프리랜서는 대부분 영업 위주로 일을 하게 되는데 들어가는 영업비용은 식사비, 경조사, 각종 선물비용 등 생각보다 훨씬 경비지출이 많은게 사실인데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부분은 턱없이 적다는 거죠.

프리랜서는 원천징수로 3.3%의 세금을 낸 다음 5월 종합소득세 신고 후 최종세액이 결정돼요. 예를 들면 1억원을 번다면 330만원을 낸 후 필요경비를 인정받아 추가 납부를 하거나 환급 받는 것이죠. 연소득 7500만원 이상되면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부분이 기준경비율 40%도 안됩니다. 번만큼 세금을 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프리랜서는 몸뚱이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경비가 많지 않습니다.

▲ 프리랜서 직업군 소득구간별 경비율

보험영업을 하는 저만 보더라도 10년동안 연소득이 항상 1억을 넘겼어도 실상은 고수익자가 아닙니다. 실제로 아직 월세를 살고 있고요. 그런데 이번에 6억4000만원에 대해 소명하라고 통보가 왔어요. 세금 낼 돈도 없고 이대로는 내지도 않을 겁니다. 저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조만간 일도 그만두고 죽을 각오로 부딪칠 겁니다.

 

► 세무당국에 요구하는 점과 하고싶은 말씀은?

상황이 이러할진대 국세청은 우리를 탈세를 저지른 공범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이므로 국세청의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랍니다.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 틀렸다는 게 아닙니다. 세금을 면제해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책임을 묻는 것 대신 국세청도 책임을 공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세청장 앞으로 면담 요청을 해봤지만 돌아온 답변은 “입장은 알지만 법에 어긋나게 적용할 순 없다"는 것이었어요. 기재부 방문도 시도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협의회도 방문해 현재의 심각한 상황을 알렸죠.

결국 이 상황은 세법을 고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것인데, 이번 유 세무사 사기사건 때문에 대책위가 구성되긴 했지만 자유소득원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법개정은 반드시 돼야 한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프리랜서 대책위는 정기적 비정기적 모임과 회의를 꾸준히 가져 대책수립을 할 것이고, 뜻을 같이하는 세무사, 변호사들과 함께 법적 대응을 강구하려고 합니다. 밖으로는 이 같은 상황을 국민들께 긍정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이해가 필요하다면 이해를 구할 것이고 납세자가 성실납세를 하기 위해 고칠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호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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