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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稅칼럼] ‘대통령직속 세제개혁위원회’
[國稅칼럼] ‘대통령직속 세제개혁위원회’
  • 정창영 주필
  • 승인 2017.04.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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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주필

Ⅰ. 낯선 풍경이다.

선거가 매번 그랬지만 이번에는 준비가 모자라도 너무 모자라다. 촛불에 이은 탄핵, 숨 가쁘게 닥친 ‘장미대선’이라는 초비상 일정 때문인지 이번 대통령선거는 후보들마다 목소리만 높았지 정책은 말 그대로 실종상태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오죽하면 후보들 간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내용도 번지수도 틀린 말이 오고가자 ‘초등학교 반장선거’ 운운하는 볼멘소리가 나왔을까.

대한민국을 불행하게 한 일련의 정치 검은구름이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초유의 상황이 갑작스런 대선으로 이어졌고, 무려 15명이 난립한 후보들은 오직 정치성 짙은 선거에만 관심이 있지 당선 후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과 신뢰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우려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착잡하고 포기어린 동정심을 보내는 형국이다.

특히 숨막히는 경제상황에 대해 대선 후보들이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절박한 현실에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정세마저 극도로 불안해져 지금 대한민국 앞에는 ‘경제와 안보’라는 커다란 두 개의 주제가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이 불안하기는 촛불, 탄핵 때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 아니 오히려 더 불안한 상황이 됐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전제한다면 뭔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되레 해묵은 과거만 들춰내며 선거의 이슈를 이어 나가고 있다. 준비 없는 정치에 과연 국가의 미래가 있을까? 국민은 불안하고 찜찜하다.

Ⅱ. 워낙 급박한 일정으로 치러지는 대선인 점은 감안하자. 그래도 그나마 나오는 유력 후보 진영의 조세정책을 보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복지에 안보까지 겹쳐 지난 선거보다 재원이 투입될 곳은 크게 늘어나 세금에 대한 중요도가 엄청 높아질 상황인데 어떻게 재원을 조달해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 엄밀하게 따져 재원조달 방안이 없다면 ‘일 안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주요 후보들이 밝힌 조세관련 공약을 보면 그동안 나왔던 내용들을 얼기설기 엮은 수준이고, 그나마 후보들 간 ‘커닝’을 했는지 중복된 내용 또한 적지 않다. 솔직히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 각 후보 캠프에서는 적어도 조세관련 정책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았음을, 준비되지 않았음을 아주 쉽게 읽어 낼 수 있는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고, 결국 그것이 우려했던 대로 ‘허구’ 내지는 ‘사기’였음이 드러나자 이번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증세 있는 복지’를 공약으로 걸고 있다. 문제는 증세라는 민감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거나, 없거나,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국민경제가 팍팍한 정도를 훌쩍 넘어 심각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겠다면서 이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없다면 결과는 뻔한 일이다. 대책 없이 벌집을 건드리는 무모함과 다를 것이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설문조사에서도 나왔듯이 국민들은 더 많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생각이 절대적으로 없다. 물론 충분한 공감을 통해 방법을 모색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증세 있는 복지’로 가기 위한 길이 얼마나 험로인지는 말이 필요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대선후보들의 조세공약은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구색 맞추기 식으로 꾸려졌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정말 불행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나 국세행정에 대해 개혁 차원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일정을 두고 별 준비없이 어물쩍 넘어가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답답함을 넘어 아득한 심정이다.

Ⅲ. 갑갑한 것은 지난해 촛불정국 이후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운영돼 오면서 올 세법개정의 경우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흘러가고 있는 현실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5월 9일, 당선자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취임하고 국정에 임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일단 박근혜 정부의 장관 등 관료들과 함께 자신의 통치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불을 보듯 뻔하다. 아마 올 한 해는 새 대통령이 인사 하다가 끝날 것이라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경제에 안보에 사회통합에 국정현안은 산처럼 밀려 있는데 제대로 된 국정운영 기반이 없이 출범하는 대통령으로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올 정기국회의 경우 누가 돼도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개혁과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숨만 쉬는 정기국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문제는 새 대통령이 제대로 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문제는 시급히 풀고 가야 한다. 경제, 복지, 안보를 챙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초가 되는 세제를 개혁해야 한다.

지금 우리 세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누더기에 땜질에 엉망진창이다. 이래저래 비만 새지 않게 국세청이 비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무엇보다 현 세제로는 앞으로 나가기가 어렵고 반영돼 있는 국민정신이 변해도 한참 변했는데 그냥 잡탕식으로 그때그때 현실을 반영하며 난잡한 형태를 이룬 채 끌고 가고 있다. 어차피 새 정부 출범은 과거와 다른 일정으로 예정돼 있다.

새 대통령은 인사도 급하고 외교도 급하겠지만 근본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직속으로 세제개혁위원회를 두고 빨리 제대로 된 세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 기존 세제발전심의위원회가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현 세발심으로 세제개혁 못한다는 것은 이미 삼척동자도 다 안다.

대통령이 세금에 대해 확실한 관심과 철학을 갖고 있어야만 국민이 정부에 대해 현실감을 갖고 신뢰를 보낼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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