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국 부활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는 규제강화 모드가 조성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6일 공정위와 재계에 따르면 기업집단국 부활의 단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발언에서 발단됐다. 김 위원장 후보는 지난 24일 청문회 답변 자료를 통해 옛 조사국 역할을 하는 기업집단국 신설에 대해 "바람직하다"며 "대기업집단에 대한 정책과 감시가 효율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재계는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다 지배구조 개선,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등 재벌개혁 관련 사안이 줄줄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 기업집단국까지 신설되면 경영 활동에 지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 후보자는 "현재 공정위는 법 집행 인력이 부족해 서로 다른 과에서 산발적으로 기업집단 업무를 하고 있어 비효율이 초래되고 있다"며 "기업집단국이 신설되면 주요 대기업집단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신설된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2005년 대기업의 반발로 폐지됐다.
김 후보자는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 업무를 하는 기업집단과를 국 조직으로 확대·재편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집단과 같은 조직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조직"이라며 "그런데 이 조직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은 대기업에 더욱 부담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집단의 시장지배력 남용이나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담당 부처나 조직에서 규제하고 있다"며 "굳이 '국'이라는 조직을 따로 만들게 되면 결국 공정위로서는 재원과 시간만 낭비하면서 엉뚱하게 규제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관계자도 "기업집단국이 꼭 필요한지, 지금이 그 시점이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기업집단국을 부활시킨다면 명확한 기준 설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규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기준"이라며 “특히 기업집단국의 핵심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이는 부당내부거래 규제에 대한 관련 규정을 보면 내부거래의 부당성을 가르는 기준인 '정상적인 거래'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