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겠다는 폭탄 발언이 난데없이 우리 증시로 불똥이 튀었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난화를 막고자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과 미국민의 이익이 우선이라며 파리기후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트럼프의 '폭탄 발언'의 영향을 받아 국제유가가 하락했고, 급기야 유가 등락에 민감한 국내 증시의 '경기민감업종' 종목 주가는 급락했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건설업(-1.05%), 화학(-0.52%) 업종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도 전 거래일보다 0.13% 내린 2,368.62에 마감했다.
화학 업종에서 한화(-3.06%), S-Oil(-2.36%), 한솔케미칼(-2.17%), 롯데케미칼(-1.13%) 등이 떨어졌고, 건설 업종에서는 금호산업(-3.20%), 현대건설(-1.99%), 대림산업(-1.41%) 등이 약세를 보였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내려간 것은 전날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정유 화학 업종은 유가가 올라야 정제마진(원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을 만들고 얻는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다. 유가가 내리면 이익이 줄어들 수 있어 주가가 하락할 공산이 크다.
유가는 중동 지역의 건설 경기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내 건설주의 등락에도 영향을 끼친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고, 트럼프 정부가 에너지 부문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으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유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가는 이날 다시 상승하기는 했지만 '트럼프 폭탄'의 영향력이 국제 원유 시장에 당분간 이어질 거라는 관측이 많다.
이날 유가 상승에 대해 증권전문가는 중동 4개국이 카타르와 국교 단절을 선언한 여파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계속해서 생산량을 줄이기로 합의하고 있지만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어 유가 하방 압력이 거세다"며 "트럼프의 발언에 비춰보면 미국의 산유량이 더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