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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오송역에 대한 단상
[국세(國稅)칼럼] 오송역에 대한 단상
  • 감병욱 변호사
  • 승인 2017.09.29 09: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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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병욱 (법무법인 삼익 변호사)

1. 행정학의 정책결정 이론 중 쓰레기통 모형(garbage can model)이 있다. 이 모형은 Cohen, March, Olsen 등이 1972년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제시되었고, 정책결정이 합리적이 아닌 조직화된 혼란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이 모형은 여러 참여자(의회, 행정부, 지방치단체 등)에 의한 의사결정과정을 설명하는 데 주로 이용된다.

2. 정부행정기관 대부분이 세종시로 이전함에 따라, 필자도 종종 정부행정기관을 방문하기 위해 세종시로 출장을 간다. 필자의 변호사 사무실이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인근에 위치하여 수서역에서 SRT 열차를 타면 편리하게 세종시를 방문할 수 있어서 필자는 수서역에서 세종시 인근인 오송역까지 SRT 열차로 주로 이동한다. 열차를 이용하면서 필자는 충청북도 오송에 위치한 오송역의 SRT(또는 KTX) 정차역 선정이 위 쓰레기통 모형의 대표적인 적용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3. 매번 오송역을 방문하면서 필자가 느끼는 의문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종시에 위치한 정부행정기관을 방문하기 위해 오송역을 이용하는데, 왜 기차역은 세종시에 위치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오송역에서 내려 역을 벗어나더라도 보이는 것은 펼쳐진 넓은 논밭 뿐, 아파트나 상가 등 건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송역은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직선거리로 14km 남짓 떨어져 있고, 오송역에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20~30분 정도 가야 세종시의 주거지역 및 상업지역에 도착한다. 또한 오송역에서 세종시 정부청사까지 택시를 이용할 경우 2만원이 넘는 요금이 부과되며, 이는 서울 수서역에서 오송역까지의 SRT 열차 일반석 요금(15,000원)보다 훨씬 더 비싸다. 오송역에서 BRT 버스를 타더라도 BRT 버스노선을 벗어난 곳(예를 들어 조세연구원 등)까지는 도달하기 어렵다.

4. 물론 기차역의 위치를 선정하기 위해 당시 여러 요소들이 고려되었을 것이지만, 기차역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이나 공무원들의 편의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정책결정 사례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청와대, 광화문청사 및 국회 등 출장이 잦은 공무원들 입장에서 세종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오송역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불편한 점이 있어서인지, 최근까지도 KTX 세종역을 신설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5. 오송역의 위치 선정 이외에도 SRT 열차를 이용하여 세종시로 출장을 다니면서 드는 또 다른 의문은 SRT 열차 시간표이다. 점심시간 이후인 오후 2시 무렵에 세종시 정부행정기관에서 열리는 회의 일정이 있으면 수서역에서 12시 무렵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수서역에서 출발하여 오송역에 도착하는 SRT 열차를 아무리 확인해 봐도 10시 50분에 출발하는 열차 이후에는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열차밖에 없다. 부득이 10시 50분에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 열차를 예매하려고 해도, 열차 출발시간에 공백이 있어서인지 이용자가 많아 매진되기 일쑤다. 10~20분에서 길어야 1시간 정도의 배차 간격을 고려하더라도, 2시간 40분이라는 출발시간 공백은 이용자 입장에서 너무나도 불편하다.

6.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건설하여 정부행정기관을 이전하는 국가 정책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부행정기관 이전에 따라 시민과 공무원들이 느끼게 되는 불편함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해소방안을 고려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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