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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촌 판례평석 | 대법원의 위법소득 몰수·추징에 대한
판례변경과 후발적 경정청구의 기산점
율촌 판례평석 | 대법원의 위법소득 몰수·추징에 대한
판례변경과 후발적 경정청구의 기산점
  • 이강민 변호사
  • 승인 2017.10.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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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사정변경이 있는 납세자의 권리구제절차인 후발적 경정청구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 제한적으로 해석

 

1. 통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

후발적 경정청구란 통상의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하거나 제소기간이 지나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불복할 방법이 없는데, 뒤에 후발적인 사유 발생으로 이미 확정된 납세의무가 적정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를 안 날로부터 3개월(국세기본법이 2015.12.15. 개정되기 전에는 2개월) 동안 납세자로 하여금 경정청구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법령은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사유로 결정·경정·판결, 조세조약에 의한 상호합의, 거래행위의 해제·취소, 최초 신고시 장부의 압수·몰수를 열거하고,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도 법문에 명시하여 후발적 경정청구가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다(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대법원은 위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에 ①‘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한 몰수나 추징이 이루어져 위법소득의 상실가능성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된 경우’(대법원 2015.7.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②‘납세의무의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경우’(대법원 2014.1.29. 선고 2013두18810 판결) ③‘비영업대금의 이자와 관련하여 원리금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여 그때까지 회수한 금액이 원금에 미달하는데, 회수불능 사유가 발생하기 전의 과세연도에 신고납부한 이자소득세액이 있을 때’(대법원 2012.6.28. 선고 2010두9433 판결)도 포함된다고 보고 각각의 경우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법령의 해석에 관하여 법원의 판례가 변경되는 경우’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4.11.27. 선고 2012두28254 판결).

그렇다면 위법소득의 몰수·추징을 당한 납세자가 이를 사유로 한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다가, 뒤늦게 판례의 변경으로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경우, 그로부터 3개월 내에 후발적 경정청구를 ‘위법소득의 몰수·추징’을 사유로 제기하면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 든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회사원이던 원고는 “거래처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10억 원을 수령하였다”는 배임수재 등의 범죄사실로 징역 1년 6월 및 위 수령액에 대한 추징을 명하는 형사판결을 선고받고, 위 형사판결은 2014.7.14.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8.26. 위 추징금 10억 원을 모두 납부하였지만, 피고는 원고가 수령한 위 10억원을 기타소득으로 보아 2015.3.16. 원고에게 종합소득세를 결정·고지하는 부과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5.7.16. 선고된 대법원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쟁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범죄행위를 통해 얻은 위법소득에 대해 납세의무가 일단 성립하였더라도, 그 후 몰수·추징으로 위법소득에 의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면 납세자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기하여 납세의무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대법원은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추징판결이 확정되어 집행된 경우에도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된다고 하였으나, 쟁점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판결들을 변경한 것이다). 원고는 피고에게 2015.7.30. 이의신청을 제기하였으나 신청기간 도과를 이유로 이의신청이 각하되었고, 2015.8.19. 다시 피고에게 후발적 사유에 의한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이유로 원고의 경정청구를 각하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가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에서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인 ‘그 밖에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굳이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전제한 후,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2월 이내’에서 ‘안 날’은 단순히 해당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객관적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해당 사유가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을 가져와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현실적으로 인식한 때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기존에는 판례가 몰수·추징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위법소득을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으로 보다가, 2015.7.16. 선고된 쟁점 전원합의체 판결로 몰수·추징이 이루어진 경우에도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판례를 변경하였으므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자신의 추징금 납부로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을 가져와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음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고, 위 판결이 있었던 2015.7.16.이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음을 ‘안 날’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로부터 2월이 경과하기 전에 제기된 원고의 경정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가 되는 거래 또는 행위의 존재 여부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포함될 수 있지만, 법령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다는 사유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포함될 수 없다는 대법원 2014.11.27. 선고 2012두28254 판결을 언급한 뒤, 납세의무자가 법령의 해석 변경을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존재를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는 것이라면, 그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안 날’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해당 사유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례가 변경되었음을 안 날’, 즉 법령의 해석 변경이 있었음을 안 날로 볼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경정청구는 추징액을 납부한 날로부터 2개월의 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타 법률에서는 ‘안 날’ 너그럽게 해석…정당한 권리자를 보호하는 경향

大法 판례 변경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봐…납세자 권리구제 할 필요 있어

 

3.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가. 후발적 경정청구의 기산점은 경정청구사유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원칙

법령에 대한 해석의 변경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므로,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에 대한 해석의 변경’이 있었던 날이 아닌,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있었던 날이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논리는 일반론으로서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나. 대법원이 언급한 ‘특별한 사정’, 그리고 타 법률에서 권리행사가능기간 기산점인 ‘안 날’의 해석과 조화

다만, 대상 판결이 구체적 타당성의 측면에서 수긍할 만한 것인지는 다소 의문이다. 대법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임으로써, 개별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법령에 대한 해석의 변경’이 있었던 날을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으로 볼 여지를 두었다.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에 대해 별도로 판결이유에 설시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라고 판단하였다면 그 부분에 대해 별도로 판결이유에 설시하였을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대상판결 사안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타 법률에서는 제척기간 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안 날’에 대해 폭넓게 해석하여 권리자의 권리행사기회를 넓혀준 여러 사례가 있다. ① 채권자취소권의 기산점인 ‘취소원인을 안 날’에 관하여, 취소원인을 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채무자의 법률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법률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는 것까지 알아야 한다고 본 사례(대법원 2000.2.25. 선고 99다53704 판결) ② 타인권리매매의 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제573조의 ‘안 날’에 대하여는 단순히 권리의 일부가 타인에게 속한 사실을 안 날이 아니라 그 때문에 매도인이 이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게 되었음이 확실하게 된 사실을 안 날이라고 본 사례(대법원 2002.11.8. 선고 99다58136 판결) ③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의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대하여는 단순히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을 넘어서 가해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사실, 즉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인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까지 안 날을 뜻한다고 본 사례(대법원 2013.7.12. 선고 2006다17539 판결)들이다.

비록 세법의 특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행사의 제척기간 또는 소멸시효 기산점으로서의 ‘안 날’을 단순히 ‘어떠한 사실이 있었음을 안 날’로 하지 않고 ‘그 사실이 가지는 법적 의미’를 안 날로 볼 수 있다고 한 위와 같은 타 법률의 사례를 대상판결 및 세법의 해석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적 안정성을 위해 권리자의 권리행사기간을 법률로써 제한하였다 하더라도, 통상의 일반인이 단순히 어떠한 사실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여 곧바로 권리행사에 나아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상 판결은 쟁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기존 판례가 위법소득의 몰수·추징은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다가,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있는 것으로 정리되었고, 원고는 쟁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부터 약 2주 후에 이의신청을 제기하였다가 각하되자, 곧바로 다시 후발적 경정청구를 제기한 사건이다. 납세자는 대법원이 그동안 반복된 판결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시해 온 법률해석을 신뢰하였기에, 그 동안 권리행사에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대법원이 자신의 판결을 신뢰해 온 납세자에게 ‘특별한 사정’을 인정해 줄 여지는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다. 대법원 판례 변경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삼아야

대법원의 판례 변경은 흔하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자신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세액보다 많은 세액을 납부한 납세자가 자신의 사건에서 판례 변경이 있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대상 판결의 내용에 따르면, 앞으로 권리구제를 받고자 하는 납세의무자는 확립된 판례가 있더라도 판례의 변경을 기대하면서 불복기간이 지나기 전에 일단 먼저 경정청구를 제기하라는 것이 된다. 판례가 변경되어 정당한 세액만큼만을 부담할 수 있게 된다면 다행인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세액을 과도하게 부담한 것도 모자라 소송비용 등 불복에 드는 부대비용도 부담하여야 한다. 이는 옳지 않다.

일본의 국세통칙법은 과세관청의 행정해석의 변경으로 정당한 세액에 변동이 있는 경우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받아주고 있다. 우리 대법원의 판례 변경이 일본 과세관청의 행정해석보다 결코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법원에 의해 만들어진 축적된 선례를 신뢰하고 불복하지 않은 자들에게도, 대법원의 변경된 판단기준을 적용받을 기회를 열어 줄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입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 이강민 변호사

•제32기 사법연수원 수료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제42회 사법시험 합격
•2006~현재 법무법인(유) 율촌
•법무부 민사소송법(소송능력 편)
개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법무부 민법(법인 편)
개정 특별분과위원회 위원
•2014~현재 한국세법학회 이사
•2013~현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리걸 클리닉 자문위원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자문위원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위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강의
•법무부 법무실 법조인력정책과 파견근무
•육군 법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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