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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탈세와 절세의 간격
[국세(國稅)칼럼] 탈세와 절세의 간격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7.11.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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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주필

Ⅰ. 국회 인사청문회 현장에서는 기막힌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병역 문제만큼이나 예민한 것이 세금이어서 공직청문대상자에게는 항상 예리한 세금의 잣대가 적용된다. 청문대상자 자신은 물론 온 가족에 대한 세금 검증이 이어진다. 국민의 관심도 높아 세금문제 답변을 우물쭈물 하다가는 가차 없이 여론이 돌아선다.

실정법보다 앞서는 것이 국민정서법이고 여론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동안 청문회장이나 국정감사장을 벌겋게 달궜던 소위 다운계약서 문제였다. 당시 기준과 법 집행 과정이 합법적이었다는 규정을 들이대도, 기준시가 신고가 적법했다는 근거가 첨부돼도 먹히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시가와 차이가 나는 대목을 들춰 마치 파렴치한 탈세범으로 몰아 붙여졌다.

흔한 말로 “누가 장관될 줄 알고 살았나?”는 말도 나온다. 세금문제는 일단 들춰진 결과가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사연이 이를 감싼다. 미성년 자녀가 거액의 증여를 받았고, 그 세금이 편법으로 처리됐다면 말 할 것도 없다. 어쩌면 세금의 편법처리 보다 미성년 자녀가 큰돈을 증여받은 것이 국민정서법에 더 크게 걸리는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여론은 방향을 탄다. 이런 상황이 나오면 야당은 모든 것을 동원해 부도덕성과 부적합성을 부각시키고 여당 역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문제없음’을 적극 거든다.

얼마 전 문제로 부각된 한 장관 후보자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세대생략 쪼개기 증여를 두고 맞붙었던 여야 간 설전도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오락가락 할 수밖에 없는 아리송한 상황을 만들었다.

국민 모두를 조세전문가로 만들 심산이었던지 야당은 문제 위주로 비판하고 들었고, 여당은 해당 후보자를 옹호하려고 애꿎은 국세청 홈페이지까지 동원하며 감쌌지만 결국 번지수가 틀린 것으로 결론이 나왔다. 이런 상황이 나와도 누구하나 책임 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소위 ‘아니면 말고’식이다.

예민한 세금이 주제가 됐지만 본질은 실종되고 세금이 다툼의 수단이 돼 치열하게 피를 묻히는 상황으로 돼 버린 것이다. 결국 세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만 손상을 보게 된다. 진실을 멀리하고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한 결과다.

 

Ⅱ. 탈세와 절세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비록 그것이 세금을 줄이기 위한 방법에서 아주 조금 차이가 있을지라도 일단 탈세나 조세포탈로 판명되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절세에서 조세포달로 이어지는 과정을 정리하면 절세(tax saving), 조세회피(tax avoidance), 탈세(tax evasion), 사기나 부정적인 방법으로 탈세한 조세포탈(tax fraud) 4가지 개념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세금 줄이는 노력이라는 기본 구조는 같지만 절세, 조세회피, 탈세, 조세포탈의 각각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절세는 말 그대로 세법이 인정하는 바에 따라 세액의 감소 내지 경감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세법상의 각종 특혜 또는 경감조치를 활용하는 것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분류된다.

세금으로 형사 처벌되는 것은 조세포탈이다. 탈세는 사기적인 방법은 없지만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차이, 법해석의 차이로 인해 추징세액이 나온 경우 등을 보통 의미한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 절세는 당연한 노력이고, 탈세는 추징되며, 조세포탈은 형사처벌까지 수반한다. 개념이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문제는 조세회피다. 조세회피란 입법취지로 보아서는 세금을 내야하지만 세법의 약점과 구멍을 이용해 ‘세법이 예정하지 않은 비통상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덜 내는 것을 말한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납세자가 자신에게 부과될 세금을 감소시키거나 이를 회피하고자 하려는 법적 권리는 문제 될 수 없지만 여기에 국민정서법이 가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세금이기 때문이다. 돈 문제가 아니라 양심과 도덕의 영역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조세회피가 있는 한, 아니 조세회피에 대한 양심과 도덕문제까지 포함한 합의가 없는 한 시비는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Ⅲ. 전문가들은 공직후보자가 증여세 대납에 대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부인이 딸에게 거액을 빌려주고 차용증을 작성한 것은 조세회피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국세청 개념으로는 공격적 조세회피에 해당한다. 법원도 가장행위나 위법한 거래로 평가되지 않는 한 세금을 적게 내려는 새로운 거래방식 등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로서 존중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조세회피 노력은 불법이 아니고, 성공하면 절세가 되고 실패하면 탈세가 되지만 이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문제는 이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구분기준을 보다 상세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동안 청문회장을 벌겋게 달궜던 ‘다운계약서’ 문제가 요즘은 냉정하게 식어 처리되듯이 절세, 조세회피, 탈세, 조세포탈에 대한 보다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분열되고 찢기는 여론과 국론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이상 애매한 구분을 정리하지 않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으고, 판례와 각종 정보가 뒷받침해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언제까지고 ‘입장 바꿔 공격수가 되는’ 난투극장에서 세금이 매개가 될 수는 없다.

세금은 국민 신뢰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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