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10 (목)
[기고칼럼] 조세범 기소율이 20%라고?
[기고칼럼] 조세범 기소율이 20%라고?
  • 양근복 변호사·전 국세청 감사관
  • 승인 2017.11.24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세청의 기소잣대 엄격해야 억울한 납세자 줄일 수 있어 검찰도 조세법 전담검사제 도입 필요

“국세청의 기소잣대 엄격해야 억울한 납세자 줄일 수 있어

검찰도 조세법 전담검사제 도입 필요”

 

양근복 변호사·전 국세청 감사관 법무법인 삼익 대표

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조세범 처벌

최근 조세관련 신문기사 중에서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검찰과 법원이 조세범에 대하여 유독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검찰의 조세범죄 기소율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 20.9%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같은 기간 동안 전체 형사범에 대한 평균 기소율 37.9%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법원의 재판결과도 비슷하여 1심 선고사건 중에서 집행유예 39%, 벌금형 36%, 징역형 14% 순으로, 전체 형사범의 재판결과인 집행유예 32%, 벌금형 30%, 징역형 23%에 비하여 가벼운 처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역시나 “유전무죄 무전유죄이구먼”, “월급받아 세금 꼬박 꼬박 내는 서민들만 바보네”라는 식의 탄식이 나올법한 기사였다.

조세범은 쉽게 말해 국가의 돈을 빼먹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이자 일반 국민모두가 다 피해자이기도 한 범죄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공분이 더 많이 느껴진다.

Ⅱ. 통계의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변수

저는 변호사로 일하기 전에 검찰과 국세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적이 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검찰의 기소율이 20%에 불과하다면, 기소되지 않은 사건의 비율이 80%에 달해야 하는데, 제 경험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료의 출처인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일종의 ‘통계의 착시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16년도에 전체 조세범으로 적발된 인원은 11,833명인데, 그 중에서 3,969명(33.5%)은 아직 사건처리되지 않은 미제사건이나 다른 기관으로 사건이 이송된 기타처분이어서 일종의 허수(虛數)였다.

정작 사건처리된 사람 7,864명 중에서 기소된 인원은 2,653명(33.7%)이고, 불기소된 인원은 5,211명(66.3%)이다. 불기소된 인원중에서 약 1/3은 소재불명으로 기소중지된 사람이어서 불기소처분이 되었다기 보다는 수사가 중지된 인원이다.

그 통계자료에 의하더라도 미제사건 등 기타 처분이나 기소중지 인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기소율과 불기소율은 거의 대등한 비율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소율 산정에 있어서 조세범 처벌의 특수한 유형인 범칙금을 납부하여 통고처분으로 종료되는 사건의 비율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국세청에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일정한 기준을 정해 형사고발에 이를 정도로 사안이 중하지 않을 경우에는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고발을 하지 않고 사건을 종료시키는 통고처분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데, 통고처분을 이행한 사람은 국세청의 처분에 승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기소율에 반영한다면 실제 처벌받는 비율은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 물론 해당자가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형사절차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현재 조세범에 대한 형사처벌이 국민들 눈높이를 충족할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는 어떠한 기업이나 개인이 탈세조사를 통한 범칙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 기업이 재수가 없으니까 걸렸겠지” 또는 “남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내부자 중 누가 탈세제보를 하였을까”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탈세범죄가 만연해 있는데 그 중에서 일부 운 없는 기업이나 개인이 적발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Ⅲ. 조세범 처벌 실효성 확보방안

그렇다면, 국민들 눈높이에 맞게 조세범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조세범은 대부분 ①국세청 고발 ② 검찰청 수사(경찰 수사 포함) ③법원 재판 등 3단계를 거치므로 각 기관별로 나누어서 살펴본다.

1. 우선, 국세청에서는 범칙조사를 치밀하게 하고 고발을 충실히 하여야 한다.

국세청에서는 과거에 비해 조세범에 대한 고발을 활발히 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탈세사건 조사를 받게 되면, 해당 당사자는 추징세액의 규모보다는 형사고발 여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죄질이 불량한 탈세범을 국세청에서 적극적으로 고발하는 추세는 국민들의 환영을 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세무조사 결과 추징세액이 많다는 이유로 고발을 하거나 증빙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막연하게 고발을 하는 것을 삼가해야 한다. 추징세액이 많아 고발된 사건 중에서 실제 형사법적으로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능력이 있는 자료가 부족하여 혐의없음 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형사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증거능력있는 증거자료는 상당히 엄격한 제한이 따르기 때문이다. 자료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고발을 한 사건이 혐의없음 처분되거나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과세자체의 적법성을 다투는 조세행정소송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반면에 탈세수법이 지능적인 대상자에 대하여는 통고처분보다는 형사고발을 더 적극적으로 행해야 한다.

국세청에서는 고발한 이후에도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추가로 필요한 자료를 더 제출할 필요는 없겠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재는 고발한 이후에는 그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불기소처분이 되더라도 항고제기도 별로 하지 않는 실정이다.

국세청 내부에 설치된 범칙조사심의회를 활성화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위원들이 모여서 범칙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조사대상자들에 대한 범칙조사 전환여부나 고발여부를 논의하는 데, 조사결과에 대한 자료가 한정되고 충분한 사전 검토가 부족하다보니 실질적인 심의를 하는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2. 두 번째로, 검찰에서는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가져야 한다.

제도적인 관점에서 보면, 검찰에서 처리하는 전체 형사사건에서 조세범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검찰로서는 워낙 조세범 사건 수 자체가 적다보니, 조세분야만을 전담하는 검사도 많지 않고 조세자체만을 단독으로 전담하는 부서도 없는 실정이다.

과거에 서울중앙지검에 조세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해 금융조세조사부를 두 개 부서로 설치했지만 조세분야에 대한 특별한 전담부서로서 기능보다는 주가조작 사건 등 금융분야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는 실정이었다. 결국 금융조사부는 한국거래소가 있는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으로 이관되고, 현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중앙지검에 공정거래조세조사부로 형태를 바꾸어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다른 일반 검찰청에서는 여러 가지 경제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형사부에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실제 수사과정에 있어서 검사는 조세범의 반사회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실체 파악을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한다. 요즘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판사화 경향’을 우려한다는 말이 있다.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가 사건의 실체 파악을 위하여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은채, 경찰에서 1차 조사를 마쳐 송치된 고발기관의 자료와 피의자의 주장을 놓고 법원에 가서 유죄가 될지, 무죄가 될지 기계적으로 판단해 기소여부만을 결정하는 것을 말하는 데 국민이 검찰에 부여한 권한을 스스로 제약하는 것으로써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그렇다보니, 실무상 그럴듯한 거짓말이나 거짓자료, 거짓 참고인 등을 내세워 법망을 빠져나가는 조세범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3. 세 번째로, 법원은 유죄로 인정되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법원은 조세범에 대한 유무죄 판단에 있어서 신중하게 실체 판단을 하여 억울한 피고인이 유죄로 처벌되는 일은 피해야 하는데, 실무상 조세포탈죄에 있어서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해당 여부, 허위세금계산서 관련 죄에 있어서 ‘허위의 인식’여부에 대한 엄격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유죄로 인정되는 피고인에 대하여는 지금보다 형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조세범의 경우 다른 형사범에 비하여 집행유예 비율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조세범은 일부 자료상 관련자를 제외하고는 동종범죄전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사유만으로 집행유예 등 관대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법 감정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조세범은 자신이 납부해야 할 세금을 의도적으로 빼돌림으로써 결국은 누군가가 그 금액만큼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근복 변호사·전 국세청 감사관
양근복 변호사·전 국세청 감사관 kukse219@naver.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