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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조사 입증하려고 또 ‘정치적 조사’ 하나?”...국세청 ‘고요한 탄식’
“정치적 조사 입증하려고 또 ‘정치적 조사’ 하나?”...국세청 ‘고요한 탄식’
  • 일간NTN
  • 승인 2018.02.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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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장 임기 보장 등 국세청 정치적 중립 법제화 시급” 젊은 목소리 낮지만 육중
▲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워낙 뿌리 깊은 적폐와 연관돼 있어 정치권조차 말을 아끼고 있다. 사진은 취임할 당시 이현동 전 청장. / MBC 화면 캡처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재임 중 이명박(MB) 전 정권의 정치적 세무조사 기획에 따라 부당한 세무 권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자 국세청 내부에서는 ‘고요한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 정권에서 이뤄졌던, 누가 봐도 정치적 배경과 무관치 않은 세무조사 의혹이 불거지고 전임 청장과그 측근 공직자들에 대한 구속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 그다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한 국세청 사람들의 분위기는 과거의 사례처럼 하나의 뚜렷한 분위기로 모아지는 것은 아니다.

통상 정치적 세무조사는 집권 정치세력이 수요를 제기하고 집행을 맡은 국세청 조직은 정권이 바뀐 뒤 ‘불명예’, 심지어 ‘철창행’으로 귀결, 이른 바 ‘조직사수’ 관점이 강했던 반면 이번 건은 미국 국세청 공무원과 필리핀 공직자에게 뇌물이 건너간 정황까지 드러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방국세청에 근무하는 한 사무관은 <국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사 대상자의 세금 탈루나 관련 범죄 혐의가 포착됐고 법정 시한이 남아있다면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시작할 수는 있는 것”이라고 원칙론을 먼저 꺼냈다. 그러나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에서 자유롭기 위해) 공정성을 담보할 통제방법을 논의중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무겁게 말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국가정보원 예산이 국세청에 흘러 든 데다 전직 대통령의 뒤를 캐기 위해 외국 공무원들에게까지  뇌물을 건넨 정황이 포착된 까닭에 차원이 다르다는 해석이다.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를 돕는 대가로 국가정보원에서 수천만원의 대북공작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돈 받은 것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혐의를 시인했다.

평지풍파를 불러올 지도 모를 ‘적폐’가 구체적으로 까발려질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국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일부 기재위원의 질의가 있었을 뿐,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든 제도개선이든 구체적으로 언급된 게 없다”고 6일 밝혔다. 여당의 경우 과거 정부의 ‘정치적 세무조사’를 규명하는 과정에 ‘정치적 세무조사’라는 수단을 불가피하게 동원해야 하므로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처지인 것으로 풀이됐다.

하루 수십건의 논평을 내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도 이번 사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자유경제원 출신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1월25일 논평에서 “공정위가 기업을 겁박하고,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무기화하며...”라며 딱 한 번 ‘국세청’을 언급했을 뿐, 이현동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있은 뒤 관련 언급은 없다. 현 자유한국당이 MB정부를 계승한 것도 아니므로  딱히 나설 처지도 아니라는 해석이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이 지난 2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국세청으로 공작금이 들어온 전례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겠고, 국세청장이 관여돼 있다면 경천동지할 일”이라며 현직 한승희 국세청장에게 입장을 물었다.

한 청장은 “검찰 수사 중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 “(내부적으로) 점검할 것은 점검하겠다”며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세정을 펼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사람들은 일단 ‘신중모드’다.

국세청 관계자는 “박모 전 국세청 차장과 이모 전 국세청 서기관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맞지만 관련 혐의가 확정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제 상관의 지시를 받아 집행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관련 예산의 출처같은 내밀한 정보를 알 길이 없다는 점을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청장의 처벌 향방과는 별개로 국세청의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제도개선 요구가 사뭇 거세다.

서울국세청 관계자는 “국세행정개혁태스크포스(TF)의 혁신안에도 나와 있지만 국세청장 임기제를 비롯한 국세정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법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선 세무서의 한 사무관도 “정치인의 이용을 당한 고위 관료는 반짝 출세라도 하지, 남은 피해는 국세청 직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쓰는 구조”라면서 “국세청 독립이 빨리 법제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확인한다며 외국 공무원에게 뒷돈을 건넨 정황이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민감한 대북공작금이 정치공작에 전용된 점은 안보를 중시한다는 보수 진영이 적폐의 중심에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남북대화 모드에서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대북강경세력들에게 두고두고 족쇄가 될 전망이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은 국세청 내부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며 국민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국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1998년 국세청 개혁을 이룬 미국의 경우 국세청 외부에 국세청 감독위원회와 세무감찰국이 독립적으로 부당한 세무조사 등 국세청 권력의 오남용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세금 관련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고 납세자에 대한 공정한 대우가 주요 평가항목일 정도로 획기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또 "미국 국세청 내부의 납세자보호기구 역시 한국과 달리 예산과 전산이  독립돼 사실상 국회 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두 개의 독립된 국세청 외부 감독기관, 의회의 통제를 받는 내부 납세자보호기구 등이 거의 완벽한 미국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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