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담당자가 흘린 '부정적 암시’ 미공개정보 아냐"

行法,주식보유현황 질문만으로는 주가 관련 부정적 사실판단 불가능

2016-03-29     고승주 기자

유상증자 직전 업체 재무담당자가 지인에게 해당 주식을 갖고 있는지 물은 것은 미공개정보 유출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이진만)는 고모씨 등 펀드매니저 4명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정직과 감봉 처분 요구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27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단순히 주식 보유 여부만을 묻는 것은 긍정적 암시로도, 부정적 암시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문의가 주가에 대한 부정적인 암시에 해당한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구체적인 미공개 정보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직원 고 씨는 지난 2013년 6월 지인이었던 코스닥 상장사인 게임업체 G사의 재무실장으로부터 G사 주식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고 씨는 없다고 답했고, 별다른 이야기 없이 대화를 끊었다.

고 씨는 앞서 일주일 전 자신의 회사에서 G사 주식을 전부 팔아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에서도 G사 지분을 전량 매도해뒀다.

고 씨는 뭔가 있다고 판단하고,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며, 동료들은 해당 재무실장이 G사 주가의 악재에 대해 메시지를 줬다고 판단하고, G사 주식 3만1781주를 팔았다.

매도를 마치고 얼마 후 G사는 유상증자 사실을 발표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 시장에 파는 행위로 성장동력 때문에 증자를 결정하면 호재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유동성 위기로 보아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G사의 유상증자로 주주들은 막대한 손해를 입은 반면, 고 씨가 근무하는 자산운용사는 고 씨 등의 증자 직전 주식 처분으로 약 8억여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조사에 착수한 결과 고씨 등이 G업체 재무실장으로부터 미공개정보를 전달받아 손실을 회피했다며, 고 씨 등 3명에게 정직 3개월, 또다른 1명에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금감원은 재무실장이 고 씨와의 통화에서 G사에 악재가 있다고 전한 것은 아니지만, 주식보유현황에 대한 질문이 매도행위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이유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