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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천억대 재벌가 데릴사위 공모
[칼럼]천억대 재벌가 데릴사위 공모
  • jcy
  • 승인 2007.06.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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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여백] 정영철 편집국 부국장
결혼에 관한 가장 오래된 문헌자료는 동이전(東夷傳)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이전에 의하면 고려 중기 아들이 없는 집안에서 데릴사위를 들였고 이 제도는 조선시대로 이어져 지금에 이른다.

속담에 ‘겉보리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 한다’ ‘처가살이 10년 이면 아이들도 외탁한다’는 말이 있다. 그 만큼 처가살이는 무능하고 모자란 남자가 한다는 인식과 한편으로는 고달프고 힘든 생활을 의미한다.

혼인은 당사자의 인생에 관련되는 일신상의 문제인 동시에 순결하고 성스러운 행위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요즘의 결혼문화는 크게 변화되고 있다.

‘데릴사위 공모제’가 첫 등장되어 찬반 논란과 함께 화제를 낳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주)좋은만남 선우(이하 선우)가 최근 천억대가 넘는 재력가인 67세의 아버지가 30대 후반의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데릴사위 공모를 한다는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다.

아버지 A씨는 “해외 유학파인 딸은 나이가 좀 많은 것이 흠이지만 본인 재산만 20억원이 넘고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꾀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며 딸에게 어울리는 배우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단, 아들이 없는 만큼 집안을 이끌어 갈 데릴사위가 될 수 있어야 하며 독자적 경제능력도 갖춘 남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선우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마감시한을 두고 공모한 결과 250여명이 데릴사위 공모에 응했다고 밝혔다. 지원자 중에는 의사 등 전문직을 비롯해 보험회사 지점소장 또는 대기업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선우는 오는 21일까지 1차 심사를 거쳐 유력호보군 10여명을 가려 천억대 갑부 아버지와 당사자에게 통보한 후 인성 및 직업 등을 따져 3배수로 압축, 최종 데릴사위 선발은 두달 뒤에 나 가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시대 성행했던 데릴사위제도는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대개 가난한 사람에게 딸을 주어 사위의 노동력을 이용하거나 착취하는 게 보통이었다.

결혼문화도 돌고돌아 ‘처가살이’라며 앝잡아 보았던 세태와 편견은 점차 살아지고 데릴사위가 보편화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한 정보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미혼남성 절반정도가 처가살이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쪽은 딸도 자식이어서 부모를 모시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며, 반대는 역시 아직도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푼수나 처가살이를 하는 것으로 대답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아들 건호씨가 20평대의 아파트에서 장인의 53평짜리 아파트(여의도)로 옮겨 살고 있는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 입방아를 찧으며 공방전을 벌인 적이 있다.

불과 3년 전 일이 지만 지금생각하면 아이러니 하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상화 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처가살이가 더 이상 흉이 되거나 흠잡힐 일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선우처럼 데릴사위를 공개모집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천억대의 재력가 아버지가 혼기를 놓친 딸의 끈을 이어주려고 결혼정보회사를 노크한 후 데릴사위 공개모집에 찬성한 심정은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엄청난 재력을 앞세워 사위를 공모한다는 것은 돈으로 사위를 사려거나 다를바 없다는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로 여기는 일반적 정서를 따지지 않더라도 사랑이 없는 남여의 결합이 돈만으로 행복을 살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는 것은 노파심일까.

혼례풍속도가 급속도로 바뀌며 경제력이 없는 사위가 처가에 기대어 산다는 비하적인 인식보다 사위도 자식이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데릴사위 결혼풍속도 보편화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재벌의 데릴사위공모는 금력의 위세를 단면으로 보는 것 같아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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