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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젊은 국세청과 피자의 사회학
[기자수첩] 젊은 국세청과 피자의 사회학
  • 임태균 기자
  • 승인 2018.03.27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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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희 청장은 젊은 직원들과 만날 때 왜 피자를 쏘는가?

지난 23일 한승희 국세청장이 세종세무서를 방문했다.

세종정부청사에 입주한 국세청 본부에서 가장 가까운 세무서, 이른 바 '등잔 밑'이지만 세무서 개청 이래 국세청장이 처음 방문한 것이다.

두 손에 피자를 들고 세종세무서 문을 들어선 한 청장. 세무서 직원들을 위한 격려차원에서 미리 준비된 간식이다. 소문에 한 청장이 요즘 일선 세무관서를 격려방문할 때면 으레 피자를 쏜단다.

다양한 간식거리 가운데 하필 피자일까? 

바쁜 국세청 직원에게 좀 미안했지만, 치기가 발동한 기자가 기어코 전화로 물었다.

"한승희 청장님이 피자를 좋아하시나 봐요?"

한 청장과 동행한 국세청 직원은 웃으며 대답했다. "직원들을 위한 격려 차원이지 특별히 피자를 즐기는 편은 아닌 것 같던데요. 손쉽게 먹을 수 있어서인지 젊은 직원들의 반응이 좋더라구요."

궁금증이 이어진 기자. 자연스럽게, 국세청 직원들의 세대 분포가 피자를 간식으로 즐기는 세대인지가 궁금해졌다. 국세청 공보관실에 물어보니 이내 친절한 답이 돌아왔다.

국세청에서 알려준 '국세청 직원들의 연령대별 분포'는 절묘했다. 20~30대 직원 비율이 51%, 40대 이상 직원이 49%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국세청 인사 부서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세청 소속 6급 이하 세무직 직원 중 20대는 11%, 30대는 40%, 40대는 35%, 50대 이상은 14%로 집계됐다.

피자 때문에 엉겁결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직원 중 51%가 피자를 일상 간식으로 먹고 자란 20~30대다. 게다가 40대 초반까지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다.

국세청이 젊어졌다. 공무원 조직이 젊다는 점은 여러모로 좋다.

'젊은 국세청'은 납세서비스와 효율적인 세원관리 차원에서 해마다 세무서 신설과 꾸준한 인원 충원계획 추진과 무관치 않다.

지난 1999년 국세청은 세무서 숫자를 줄이는 게 '좋다'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 134개 세무서를 99개로 줄였다. 그러나 좋지 않았다. 세무행정 효율이 떨어졌다.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 합리적 세원관리를 위해 도로 세무서 확충과 인원 보강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올해 국세청은 950여명 이상의 9급 세무직공무원 공채를 예정했다. 전산직 등을 더하면 1000여명 이상의 공무원이 충원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중 대부분이 2030일 것이다. 

최고 연령대인 50대에게 피자는 그닥 친숙하지 않다. 좀 있는 집안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거나 외국에서 유학한 사람에게나 조금 익숙할까 싶다. 그래서 연령이 낮아질수록, 피자는 더 친숙한 음식이 돼 왔다. 

솔직히 50대는 피자보다 떡이 더 반갑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해 피자만큼 좋은 소구가 또 있으랴.

마침 한 청장의 올해 신년사와 국세행정 운영방안에서 ‘소통’은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 이런 '현장소통'은 급변하는 세정환경 속에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곧 ‘국민과 함께하는 공정한 세정’이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의 절절한 추진동력이다.

한승희 청장에게 '피자'는 2040 직원들에게 보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리라. 그는 젊은 국세청 직원들과 피자를 함께 먹으면서 '주인의식'과 '혁신'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떡 대신 피자를 든 국세청 사람들. 젊다. 

문득 피자 한쪽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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