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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세무조사와 CFO들의 수다
[세정칼럼] 세무조사와 CFO들의 수다
  • jcy
  • 승인 2007.07.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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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논설위원
   
 
  ▲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사회자> 오늘은 각국의 세무조사에 대한 수다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철수 전무님(이하 ‘김”이라 한다)은 현재 프랑스법인 Vacance사의 서울지점에 근무하고 계시고, John Doe 전무님 (이하 ‘Doe’라 한다)은 뉴욕에 있는 Manhattan사에서 전세계 그룹의 Tax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경험하신 세무조사에 대하여 기탄 없는 의견을 기대해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세법은 비만세포입니다. 끝없이 복잡다기해지는 규정들로 인해 체중이 자꾸 늘어요. 미국 납세자들은 이미 과체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무점검(Exam)이 대기업에는 일상화돼 있습니다. 용어부터 정리하자면 미국에서는 선량한 일반 납세자들에게 ‘조사’라는 말을 쓸 수 없습니다.

대신 Exam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학생들은 당연히 시험(Exam)을 보아야 합니다. 우리도 일상적으로 건강검진(Medical exam)을 받습니다. 기업도 당연히 세무검진(Tax exam)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선량한 납세자가 조사(Investigation)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조사란 불법을 전제로 하는 단어이므로 함부로 쓰면 인권침해적입니다.

따라서 조사는 이중 장부 등 탈법행위가 발견되는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시행됩니다. 실제로 IRS내에 조사국이란 명칭의 부서는 없습니다. 대신에 세무진단국은 있습니다. ‘조사’는 IRS 안에 CID라는 부서에서 따로 맡고 있는데 여기서 뜨면 세금 추징은 물론 패가망신하게 됩니다. 십중팔구 형사처벌을 병행하니까요. 반면에 대부분의 미국 납세자들은 세무점검을 받습니다.

점검 방식은 한두 명의 Revenue Agent(세입요원)가 특정한 항목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점검을 나옵니다. 잠깐씩 나와서 인터뷰하고 자료를 요청하고 가는 수시 방문식 점검입니다. 대신에 한 케이스가 보통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씩도 진행됩니다. 이러다 보니 한 점검반의 동시 진행 케이스가 15건에서 25건씩 됩니다. 특히 이전가격조사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수년씩 장기화되기도 합니다.

<김> 한국에서는 세무조사, 조사관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은 세무진단, 세입요원이라고 부르는 등 용어의 구분부터가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대기업의 경우 (한국에서는 부분조사라고 부를) 세무점검을 연중 내내 끼고 사는군요.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5년을 기준으로 한번 정도만 전면적인 정기조사를 받습니다. 대신에 청에서 조사를 나오면 한번에 6~7명의 조사관이 적게는 4주에서 많게는 7~8주를 기업 현장에 나와서 그야말로 전체를 ‘조사’합니다. 미국처럼 부분점검을 자주 받는 것은 아니어서 좋습니다만 한번 받으면 철저하게 받는 셈입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문제는 외국계기업들입니다. 한국내 인력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다 보니 회계분야에 세무조사를 받을 인력은 한두 명뿐인데 조사관들은 몇 배가 투입되다 보니 기업으로서는 보통 벅찬 일이 아니더군요.

그런 점에서 외국계기업들은 세무조사를 정말 경외(!)합니다. 대신에 이전가격 같은 복잡한 쟁점도 불과 몇 주안에 결판이 납니다. 화끈해서 좋습니다. 그러나 조사기한내 종결하여야 하는 서로의 압박감 때문에 성급한 결론이 날 수 있습니다. 그 성급함이 기업에게 불리한 경우도 생길 것이고 그 반대인 경우도 생길 겁니다. 솔직한 이해득실이 궁금하시면 따로 연락하세요.(웃음)

다국적기업의 CFO로 일하다 느끼는 것은 나라마다 세무조사에도 문화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어느 제도를 택할 것인지는 각국이 결정할 일이겠습니다만 가능하면 세무조사 회수를 줄이려는 점에서는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대규모 세무점검을 미국 납세자들 누구나가 받아야 한다고 하면 과연 어떤 반응일지 궁금합니다. 사실 세무점검 방식과 운영 실태가 그 나라의 세무행정의 신뢰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세무당국은 늘 진지하게 고민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국적기업의 CFO라서 여러 나라 세무조사를 경험하다 보니 세무조사나 점검을 한번만 받아 보면 그 나라 세무행정의 신뢰수준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더군요. 세금 조금 더 걷느라 나라 이미지를 통째로 잃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김> 여름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요. 저희 회사 이름이 바깡스(불어 발음임)이듯 구미계 직원들은 정말 바캉스를 위하여 사는 민족들입니다. 일년 내내 온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계획하면서 사전준비과정을 즐기더군요.

이러다 보니 농담스럽지만 바캉스를 소홀히 하면 이혼당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 구미계 사람들의 이혼의 주된 사유가 배우자가 함께 시간을 가져 주지 않는다는 거랍니다. 이제 서울지점장도 바캉스를 갑니다. 본사 CFO도 바캉스를 떠납니다. 물론 저도 갑니다. 그런데 덜컥 세무조사 통지가 왔어요.

온 가족이 벼르던 바캉스 철에 세무조사를 두 달간 하겠다는 통지였습니다. 모두 경악(!)했습니다. 결국 연기 신청을 냈습니다. 이유는 ‘바캉스’라고 하였더니 담당자가 웃고 말더군요. 세법상 천재지변 수준이 아니면 조사 연기가 안 된답니다.

일년 내 준비해 온 바캉스를 깨버려 자녀들 원성이 하늘을 찌르니 이 것이 바로 천재이고, 마누라는 이혼을 불사할 판이니 이 것이야 말로 지변이 아닙니까? (웃음) 구미계 직원들은 모두 바캉스를 떠나고 한국인인 저만 남는데 혼자서 어찌 세무조사를 받을 것이지 답답합니다.

같은 CFO로서 이해가 갑니다. 이 수다를 듣고 회사의 바캉스 실시도 연기사유로 추가되기를 빌겠습니다. (웃음) 실제로 미국의 경우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통상 세무점검 전에 세무점검규정에 따라 IRS가 납세자에게 사전 미팅을 요청합니다.

양자가 만나서 민주적으로 점검 시기, 점검 범위, 준비서류 등을 꼼꼼히 ‘상호합의’합니다. 번거롭지만 이런 과정들로부터 납세자들의 신뢰를 확보합니다. 때로는 세무점검이 아예 취소되기도 합니다. 점검항목에 대하여 회사가 즉각 소명해주면서 나오지 말라고 하고 IRS도 납득이 가면 세무점검 자체를 철회합니다. 아무쪼록 올 해 못 가는 바캉스는 내년에 뉴욕으로 오시지요. 엊그제 뉴욕관광청이 서대문에 연락사무소도 개설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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