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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리인들
위기의 대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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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3.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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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N칼럼] 김진웅 (NTN 논설위원)
   
 
 
한숨 짓는 업계

요즈음 세무대리인들을 만나면 분위기가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이런 저런 일로 모이다 보면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우스개 소리도 곧잘 던지던 원로들마저 요즈음에는 한숨 소리가 깊다. 그들은 현직에 있을 때도 늘 노력하고 부지런하여 선후배들의 신망을 듬뿍 받던 능력있는 분들이었다. 그런 분들도 이제는 한계를 시험하는 계절이 다가 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개인의 능력보다는 세무대리 제도와 납세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맬더스의 식량부족론

매년 새내기 회계사가 천명씩 선발되고, 세무사가 칠백 여명씩 나온다. 게다가 사법 연수원을 나오는 천명대의 변호사들도 조세전문 변호사를 멋진 법조분야로 넘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다. 먹을 떡시루는 커지지 않는데 먹여야 할 입은 무섭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대리인들은 맬더스의 구조적 식량부족론이 대리 업계에도 심각하게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일은 거시적이고 정책적인 일이라서 정책 당국이 잘 알아서 해결해 주리라 기대(!)한다 치더라도 많은 개업 대리인들은 돈 안 들이고도 실행 가능한 납세환경의 개선에 대하여는 여전히 할말이 많은 듯 하다.

허울 좋은 고소득 전문직종

근자에는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이 탈세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거기에는 세무 대리인들도 포함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개업 대리인들은 국민들의 斜視에 억울해 한다. 세무대리 고객은 대부분 기업이거나 사업자인데 어떻게 세금계산서를 교부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반면에 개업 변호사들이나 작은 로펌은 규모상 개인 송사를 많이 하게 되므로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세금계산서가 없으면 고객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만큼 변호사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좋고, 변호사 입장에서는 40%대의 누진 소득세를 피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로펌은 상황이 다르다고 한다. 주로 대법인이나 외국계 기업의 상사관련 자문을 하다 보니 세금계산서 발행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개업 세무대리인들은 이래 저래 고소득 전문직종에 끼여 마음 고생만 심하다.

개업 소회

세무경력이 30년이 넘고 시내 주요보직 과장을 오래 한 분이 개업하고 나서 일년된 소회를 피력하였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처음에는 의욕에 찼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오랜 기간 풍부한 경험을 하였으니 조세전문가라고 자부하였고, 납세자에게는 복잡한 세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과세당국에는 성실납세 세정의 기여자가 되고자 하니 양쪽에서 환영 받을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환경)은 자신을 그런 전문가로 대접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세무 심부름꾼 정도로 이해하는데 당황스럽더라는 것이다. 그런 대접을 하는 세상(환경)에는 평생을 몸 담았던 옛 직장이 빠지지 않고 포함된다는 데 많은 선배 대리인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또 한번 놀랐다는 것이다. 전직들은 옛 직장을 친정이라고 부른다. 시집살이보다 친정 구박이 더 섧다는 대리인들의 이야기를 건강한 세정과 납세환경을 걱정한다면 그냥 흘려 들을 일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세무대리인 제도는 그 효용성이 충분하기에 많은 나라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납세자는 세법에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세원을 창출하고, 대리인은 열심히 세원을 기장, 신고하면 정부는 저절로 세수를 얻으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세심하고 감성적인 납세환경을 조성해준다는 전제하에서다. 대리인들은 특별한 대접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며 단지 전문가의 자리만은 인정해주는 ‘문화’가 아쉽다는 것이다. 대리인을 세무조사의 걸림돌로 보는 시각이나 납세자나 세무 담당자의 심부름꾼 정도로 아는 문화로 경도되어서는 건강한납세환경 조성에 결코 도움이 될 리가 없어 보인다.

대리인 역할의 보장

최근 국세청은「조사사무처리규정」(이하 ‘규정’)을 개정 공개하였다. 이를 두고 세무 대리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개 노력은 훌륭하나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국세기본법 규정들을 선언적으로 옮겨다 넣었을 뿐 조사과정상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는 정작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언급이 여전히 없다는 것이다. 본 칼럼에 이미 쓴 바와 같이 미국의 경우 얼마 전 세무대리인들을 동원하여 조사사무처리규정을 대폭 개정하였다. 미국의 경우 세무조사는 사실상(de facto) 납세자가 아니라 대리인들이 받으므로 세무대리인들과의 세심한 합의에 의한 조사진행방식을 규정에 반영하는 것이 제도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경우 세무조사는 수임자(대리인)가 위임자(납세자)로부터 수감 자격을 대위 받았으므로 대리인은 적법한 수감주체가 되는 것이 미국 조사방식이다. 대리인을 기술적으로 배제시키고 납세자를 상대하여 세무조사를 진행하거나, 대리인을 빼고 기업측에게 직접 답변하라고 강요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시민들에게서 사실상(de facto) 빼앗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대리인에게 감사장에서 나가달라든지, 사실파악을 하는 단계이니 세법 규정을 논의할 때만 오라는 식으로 대리인의 활동을 제약하려 든다면 이는 세법 정신에도 위법하며 대리인의 업무수행을 방해한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미국의 법적 해석과 운영은 우리의 국세기본법이나 민법, 형법에서도 달리 해석될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척박한 현실에서 모쪼록 대리인도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납세환경 정착이 아쉬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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