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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테레사와 다이애나, 그리고 가을
[稅政칼럼]테레사와 다이애나, 그리고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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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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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논설위원
   
 
  ▲ 金鎭雄 本紙 論說委員  
 
테레사와 다이애나!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유명한 여성들이다. 이제는 다 고인이 되었다.

그러나 두 여성이 살 다 간 길은 서로 영 다르다. 한 분은 평생을 오지에서 남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봉사하다 타계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타고 난 미모로 일약 신데렐라가 되어 오로지 자신을 찾아 헤매다가 미스터리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다.

아름다운 다이애나는 살아서도 전 세계인의 주목 속에 살았고 죽어서도 여전히 관심 속에 머물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다이애나 타계 10주년 추모 행사가 있었고 세인들의 식지 않는 추모 열기가 크게 보도되었다.

반면에 테레사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인색하긴 마찬가지이다. 세상은 미인대회를 연다. 그리고는 진선미로 순위를 정한다. 참됨이 으뜸이요, 착함이 버금이요, 아름다움이 마지막이란다.

그러나 세인들의 관심순위는 정 반대이다. 모두 아이러니이다. 세상은 테레사가 살아 있을 때나 소천한 뒤나 다이애나와 같은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 주질 않는다. 그녀는 세인과 미디어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았어야 마땅하였다. 그녀는 살아있는 성인이었다. 당위와 현실은 이렇게 큰 틈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살고 있다. 현중(賢衆)과 우중(愚衆)이다.

그래샴의 법칙은 유효하다. 우중은 현중을 밀어낸다. 세인들은 주름진 얼굴에 낡은 옷을 입고 빈민가에서 살고 있는 테레사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름다운 신데렐라 다이애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온통 눈길을 준다. 미디어는 우중(愚衆)의 관심영역을 시청률과 구독률을 대가로 충직하게 확대 재생산한다. 적지 않은 시간을 의미 없는 왜색 오락방송과 판박이 불륜 드라마로 전파 낭비를 하여도 사람들은 그 바보 상자 속에 몰입한다.

경험(!)있는 주한 외국인은 한국을 예찬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가 한국인들로부터 혼줄이 난 경험이 있고부터는 한국인들이 외국인들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대사’들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지함은 쓴 약과 같은가 보다. 몸에 이롭지만 입에 맞질 않는다. 우중적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달콤한 글은 반응이 빠르다.

글은 물론 글쓴이마저 좋아한다. 쓴 이야기를 올리면 글을 새김질하지 않고 애 궂게 글쓴이를 미워한다. 글에는 다양한 관점이 담긴다.

때에 따라서는 내부 구성원보다는 외부인의 시각이 보다 정곡을 찌른다. 시린 글일수록 글품쟁이들의 사회와 조직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조직들은 다양한 관점을 수용할 때 비로소 성장한다. 달콤한 이야기만 선별적으로 듣고 싶어하는 것은 참된 애국심이나 조직애가 아니다. 그것은 기만적이며 조직이기주의에 불과하다.

풍성한 한가위를 지냈다. 가을에는 한 해의 수고로움을 보상 받는 거둠이 있다.

이 가을에 우리 현중은 어떤 거둠을 기대하여야 할까? 신문과 방송을 많이 섭취하면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는 것과 같다. 몸 아끼고자 좋은 먹거리를 찾듯이 분별력을 챙기려면 가을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일년에 몇 권의 책을 사보는지 자문해보자. 자연과학 책도 좋고 사회과학 책도 좋다. 스스로 느끼고 사유하면서 얻는 것은 된장이나 고추장처럼 잘 발효된 슬로우 푸드(Slow food)와 같아서 맑은 넋에 좋다.

추분이 지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이제 밤은 계속 길어만 간다. 조용한 가을 밤 TV를 잠 재우고 책상에 정좌하고 독서삼매에 들어가보자. 그 고즈넉함은 형용하기 어렵다. 책을 좋아하는 한 지인은 푹신한 승용차를 마다하고 지하철을 탄다.

책과 하는 출퇴근 세 시간이 그리 쓸모 있고 달 수가 없다고 한다. 모로미(모름지기) 내가 현중이 될 때 나의 사랑하는 자녀와 이웃들이 함께 할 우리 사회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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