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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난제 풀기
[세정칼럼]난제 풀기
  • 日刊 NTN
  • 승인 2013.04.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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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본지 논설위원

 
얼마 전 재정확보에 대한 세미나 뒤풀이 자리에서 조세 전문가들의 화제는 세금과 경기부진이 중심이었다. 대선 공약으로 내건 그 많은 복지정책들의 재정지출요인들을 현재의 세제로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모두가 비관적이었다.
더구나 세계 경제가 극심한 불경기인 이 시점에 세금공세를 강화할 경우 경제에 미칠 세금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다. 탈수현상인 환자에게 물을 주기는커녕 가지고 있는 물마저 빼앗는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새 정부의 복지공약과 재원 조달에 대한 궁금증은 외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또 다른 세미나에서 어느 외국 조세전문가는 발표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였다. “한국의 새 대통령은 대선에서 세율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였다는데 그 많은 복지정책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가?”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이에 대한 대답을 찾으려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세율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수를 늘리는 묘수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갖고 있는 모든 카드를 여러모로 조합해보아도 뾰족한 방안이 있을 리가 없다.
어찌 보면 ‘세금을 올리지 않고 재원을 확보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 성 싶다. 결국 기획재정부는 존재의 당위성이 충만한 비과세 제도나 조세감면조항을 아웃시키려고 하지만 그 부작용을 누가 감내해야 할지는 불문가지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일몰기한이 다가오는 조세감면조항들이 살생부에 오르고 각종 소득공제들이 축소 폐지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래된 소득공제조항들은 각기 당위성이 있어 존재해 온 것들이었다.
가령 기부금 소득공제가 그러하다. 기부금은 100% 소득이전 효과가 있는데 기부금에 과세하면 기부자들의 실효세율인 10~20% 정도가 세수로 들어올진 몰라도 나머지 80~90%가 소득이전이 되질 않게 되어 사회적 비효율을 사회적 약자나 공익단체들이 모두 떠안게 된다.

결국 새로운 세목 개발이나 세율을 올리지 않는 세수증대 방법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흔히 거론하는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통한 세수증대도 대안의 하나일 수 있으나 그 효과도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자 어설피 접근하다가 소비마저 꼭꼭 숨어 버려 경제가 냉각될까 싶어서이다.
세원조달 측면에서는 직접세보다 간접세가 여러모로 용이한 관계로 이쯤에서 부가가치세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유럽의 간접세 세율이 우리보다 높고, 20%대까지 징수되고 있어 우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인플레이션과 세부담의 역진성 등으로 부작용이 있어 함부로 투약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정치적으로 손익계산을 잘하여야 하는데 일본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고 무적함대였던 자민당이 침몰하고 말았다.
고민이 깊다 보니 전직 재정기획부장관도 나서서 솔직한 의견 피력을 하는 것을 보았다. 세제나 세정을 강화한다 해서 될 일이 아니므로 차라리 국채를 발행하자는 거였다. 그리하면 세금 올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대선공약도 지키면서 재정조달도 충족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채 발행이 체면을 훼손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주장은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대선공약을 이행할 135조원에서 250조원의 추가재원이 절실한 정부가 세금만 쥐어짜다가 경제를 중증 환자로 만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원을 모두 세금을 거두어 충당하려다가는 경제성장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분배보다는 경제성장이 국민을 배불리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여당이나 정부는 성장을 죽이면서 경제를 운용할 것인지 아니면 성장을 가꾸면서 재정을 확보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선택하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요즈음 기획재정부만 시름에 빠진 게 아니라 징세기관 역시 고민이 클 것이다. 지하경제를 찾아 숨은 세원을 찾아야 한다는 대선 토론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숨은 세금 찾기로 얼마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징세기관에게 추가 세원 확보가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무조사 광풍이 분다’는 기사(심상복, J일보)가 올라오고 고소득자와 기업들이 떨고 있다는 보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개인의 금융거래를 현미경처럼 들여다 보는 금융정보분석원, 대기업의 거래를 지켜보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자주 거론되고,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는 집중적으로 추진하되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엄중한 지시가 내려지고 있다.

과거 40여 년간 거의 경험하지 못한 침수(세수미달) 현상을 근자에 목도하고 있다. 올 해에는 더욱 거센 물살이 징세호의 밑창을 뚫고 들어올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추가 세수는커녕 상반기에만 10조 이상의 목표대비 세수미달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5월 달 소득세 확정신고 후에 그 규모가 표면에 드러날 것이라는 것이다.
규모의 크기를 불문하고 기업들 역시 걱정이 크다. 한계상황이 오래인 기업들이 적지 않아 세무조사가 강화되면 체납으로 연결되어 세수는 확보하지 못하고 압류 등으로 기업활동만 제약하여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민한 끝에 정부는 경기부양도 하고 모자란 세수도 매꾸고자 17조3천억 원의 추경을 긴급 편성했다. 그 중에 1조5천억 원은 업무경비를 절감하고 기타 여유자금이나 기금을 동원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나머지 15조8천억 원은 국채를 발행하기로 하였다.

주어진 조건하에서 나름 가닥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민이 정말 더 기대하는 것은 세출 측면에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과감하게 줄이는 노력을 세입 마련하는 노력보다 곱절로 진지하게 더 해달라는 것이다. C일보가 연재했다시피 납세자들이 어렵게 낸 세금이 도처에서 헛되이 새고 있는 게 이만 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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