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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稅로]가득 찬 기업 곳간의 그림자
[가로稅로]가득 찬 기업 곳간의 그림자
  • 日刊 NTN
  • 승인 2013.05.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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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본지 편집국장

 

요즘 대기업 세무조사에 나선 국세청 정예 조사요원들은 조사성과에 대한 부담은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표정이 비교적 편안해 보인다.

비록 ‘세수를 염두에 둔 대기업 손보기 조사’라는 ‘오해’마저 받고 있지만 일단 조사에 착수하면 기업 실무자들과 눈이 마주쳐도 극도의 부담감은 느끼지 않는다는 속내를 말한다.

물론 조사를 받는 기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경기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업들마다 곳간 가득 현금 내지 현금성 자산을 쌓아 놓고 있어 비교적 여유가 느껴진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환율 정책이 시행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급격히 늘었고, 한동안 말 그대로 현금을 쓸어 담았다. 이들 기업들은 ‘환율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보면서 불안했던 부채를 우선 갚았고, ‘만일에 대비해’ 현금을 곳간 가득히 쌓아 놓았다.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환율 덕택에 수출로 번 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독려했지만 투자는 시늉만 냈고, 대부분 꽁꽁 묶어두며 내부적으로 체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돈을 몰았다. 그 결과 웬만한 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자산이 천문학적 규모에 이르고 있다.

부정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세무조사에 나선 조사요원들이 곳간이 가득 찬 기업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는 다면 그것이 큰 무리가 아닐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 시작과 함께 나라살림의 기본인 세수에 강력한 경고등이 켜졌다. 올 1분기 거둬들인 세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조4000억원 줄었다. 지난 5년 동안 1분기 세수는 줄곧 증가추세였지만 올해 그 기록을 바꿨다.

경기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일부에서는 올 1분기 경제에 대해 ‘성장의 질’ 자체가 나빠졌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특히 가슴 졸이며 지난 주 마감한 올 1분기 부가세예정신고 역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수 위기감은 증폭되는 분위기다.

올 1분기 세수 감소는 지난해 부진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법인세가 줄어든 파장이 컸다. 법인세는 지난해 법인들의 이익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작년 경제 상황이 지난 3월 신고를 마치고 1분기 세수에 반영됐다. 작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에 그쳤다.

연초부터 법인세는 부진하고, 부가세는 줄고, 이달 소득세가 관건이지만 역시 전년대비로 보자면 장담할 일이 별로 없다.

연간 세수 부족은 현 단계에서는 명확하다시피 하다. 자진신고납부 세수는 크게 부진할 전망이고,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를 활용해 연간 최소 4조5000억원 추가 세수를 마련하려던 구상도 국회에서 수정돼 결과가 불투명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이번 법안 수정으로 국세청의 추가세수 확보 규모도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이하인 2조원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과거 세수 실적에 비춰 올해 세수 흐름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약 36조1670억원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외 경기흐름은 낙관이 힘들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전망치에서 0.2% 포인트 낮춘 2.6%로 하향 조정했다. 부가가치세, 법인세, 소득세 등 국세 수입의 70% 이상이 경기 흐름에 편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부가세는 줄고 법인·소득세 중간예납 세수도 자동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수를 책임지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벌써부터 세무조사만 더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달 올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부족한 세입 예산 확보를 위해 세무조사, 체납징수 등 이른바 ‘노력세수’를 통해 한 해 최소 2조원가량을 추가 징수하겠다고 밝혔었다.

솔직히 말해 현 상황에서 세수확보 문제를 국세청에만 온통 부담 지우는데는 문제가 있다. 국세청이 세입징수기관으로서 실무를 도맡고 있지만 큰 그림에서 볼 때 세수의 결정적 열쇠는 경기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진신고납세가 절대적인 현 제도 아래서 국세청이 세수확보를 위해 ‘강력하게’ 움직이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국세청으로서는 심각한 딜레마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곳간 가득 현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불확실성’을 내세우며 투자를 꺼리고 있는 사이 경기는 급랭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삶은 자연 팍팍해지면서 소비는 더 얼어붙는다. 악순환의 한 축에서 정부는 세금부족으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급기야 정부가 추경을 한다고, 빚을 얻어 쓴다고 난리지만 정작 돈이 쌓여 있는 기업 곳간에는 시선조차 제대로 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마치 섬유공장의 끊어진 실패 돌아가듯 경제의 주체·객체가 따로 노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세금 더 거두라고 눈만 부라릴 것이 아니라 이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나라에도, 기업 곳간에도 그림자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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