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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칼럼]조세심판원, 스스로에게 길을 묻다
[세정 칼럼]조세심판원, 스스로에게 길을 묻다
  • 日刊 NTN
  • 승인 2013.05.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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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편집국장

 

‘송사를 들어 판단하는 근본은 성의(誠意)에 있으며, 성의의 근본은 신독(愼獨)에 있다.’(聽訟之本 在於誠意 誠意之本 在於愼獨)

목민심서의 한 대목인 이 말은 송사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우선적으로 그 뜻을 성실하게 가져야 하며, 그 뜻을 성실히 하기 위해서는 주위에 사람이 없어 혼자 있을 때조차 스스로를 삼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종성 신임 조세심판원장의 취임 일성이다.

박 원장은 조세심판원이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설립된지 5년을 맞아 그 동안 양적 지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했지만 과세처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납세자의 심판청구에 대한 충실한 조사와 심리는 솔직히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정가에서는 조세심판 업무에 누구보다 밝은 박 원장이 취임과 함께 조세심판원의 현단계를 정확히 측정했다는 평가로 받아 들이고 있다.

신임 심판원장이 앞으로 펼쳐 나갈 심판원 업무를 강조하면서 성의와 신독을 강조한 점은 일종의 신선함마저 느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등을 국정 기조로 삼아 임기 내 추진할 140개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향후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투자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은 이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대기업·대자산가의 불공정행위와 변칙거래, 고소득 자영업자의 차명계좌·현금거래 등을 이용한 탈세 등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한 세수 확보에 주력할 것을 이미 예고하고 있다.

박 원장은 이에 대해 과세당국의 징세활동이 강화되면 될 수록 위법 부당한 과세처분으로 권익을 침해받았다고 여기는 납세자는 늘어날 전망이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심판청구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세청이 과세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납세자들의 과세불복이 늘어날 경우 조세심판원은 과연 어떤 대응과 준비를 해야 할까. 조세심판은 행정부에서의 마지막 자기시정의 기회인만큼 납세자들의 비교적 간편한 권리구제 차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박 원장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조세심판원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었다. 너무 상식적이고 평이한 내용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 철저한 진단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세청의 세법 해석과 적용에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이를 지적하고 조속히 시정해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조세심판원의 당연한 책무이자 고유한 기능이다.

따라서 앞으로 강화될 세정활동이 납세자 권리구제기능을 소홀히 하거나 심판결정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명분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박 원장은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와 한계는 있다. 조세심판원은 기본적으로 국무총리에 소속된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준사법적 기능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정부정책의 큰 틀과 방향을 이해하고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세법 조문은 모두 특정한 정책의 실현을 위해 세심하게 고안된 것으로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사실관계에 이를 적용할 때는 그 입법취지나 실제 세정집행의 사례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과세요건상의 사소한 흠결과 자구의 해석에 집착해 공평한 조세부담 및 이를 통한 사회정의의 구현을 저해할 소지가 있는 심판결정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행정부에서 사법부로 가는 과정의 중간단계에 있는 조세심판원은 구체적 타당성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관련 법령을 입안했던 행정부의 정책취지 등도 아울러 고려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세심판원이 근본적으로 갖는 한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사법적 관점에서는 늘 부족해 보이고, 행정적 관점에서는 퍼주는 인상마저 갖게 하는 대목이다.

납세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세정강화 시대’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강력한 징세활동이 전개되고,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대규모 정책의 추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바른 세금’ 문제가 당연히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요즘 납세자들은 국세청의 과세처분에 대해 꼼꼼하게 따지는 것은 기본이고, 이의가 있을 경우 당연히 불복절차를 밟는다. 일종의 코스로 인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주변에 대거 포진해 있는데다 불복의 기술도 날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심판원이 제자리를 확고하게 잡기 위해서는 사건에 대해 성심성의껏 임해야하며 이 점을 신임 박 원장이 꿰뚫으며 강조한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행정부 심판과정으로서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억울한 세금’을 호소하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구제기관의 하나다. 냉정하게 판단해 억울한 납세자는 구제해 줘야하고 적어도 이해하고 설득하는 성심과 성의 노력을 각별하게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박 원장의 취임 일성이다.

경제가 어려운 지금, 납세자들은 조그만 일에도 ‘화’가 나 있는데 억울한 세금까지 대충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납세자들은 정말 폭발할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과거 눈치 살피기에 연연하다 납세자들의 호된 불신을 받은 적이 있다. 부과한 국세청보다 모른척하는 심판원이 더 욕을 먹기도 했다. 신임 박종성 원장이 “조세심판원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면서 성의를 강조한 것은 ‘기본’을 되새기는 것이어서 관심이 무척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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