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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稅로]‘甲중의 甲’ 국세청을 보는 시선
[가로稅로]‘甲중의 甲’ 국세청을 보는 시선
  • 日刊 NTN
  • 승인 2013.05.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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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편집국장

 

“공무원, 사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직업입니다. 실제로 민원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감정노동자로 분류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윤은기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이 얼마 전 한 방송에 출연해 요즘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갑·을 문화의 정점에 서있는 감정노동자에 대해 언급했다. 흔히 공무원을 쉽게 ‘철밥통’으로 부르지만 알려지지 않은 애환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감정 상하는 공무현장’도 조목조목 소개했다.

이번에 사회적으로 갑·을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공무원은 자연스럽게 ‘슈퍼울트라 갑’으로 분류됐다. ‘을’을 마음껏 요리하는 우리사회 ‘최강의 갑’을 설설 기게 만들고, 이들에게 공권력의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 공무원은 분명 ‘막강 갑’이다. 그런 공무원들조차 자신이 ‘을 중의 을’인 감정노동자에 해당한다며 편견과 짓눌림의 단면을 호소하는 세상이 됐다.

세정가에서는 세무서장실을 박차고 들어와 삿대질과 고함을 퍼붓는 납세자의 ‘무용담’이 떠돌고, 체납정리 담당직원이 겪는 수모에 가까운 일상과 민원실 여직원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이제 화제에도 끼지 못한다고 화답한다.

업무상 요구되는 특정한 감정 상태를 연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행하는 일체의 감정 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 유형을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라고 말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분류한 감정노동수행 10선을 보면 항공기승무원, 홍보도우미, 이동통신기 판매원, 장례상담원, 아나운서(리포터), 음식서비스 관리자, 검표원, 마술사, 패스트푸드원, 콜센터 상담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고객 불만과 항의에 시달리며 심지어 매를 맞아도 꾹 참고 웃음으로 대하는 이들의 업무는 말 그대로 감정노동을 수반하고 있다는 것.

또 감정노동이란 배우가 연기를 하듯 타인의 감정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데 부당한 상황에도 화를 낼 수 없는 것이 이들에게는 일종의 운명인 셈이다.

감정노동자는 당연히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와 연관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란 용어도 생겨났다.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우울한 상태로 식욕, 성욕 등이 떨어지고 심하면 자살에 이르는 증세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근골격계 질환과 소화 장애 등 육체적 질환과 우울증과 사회심리적 건강 등이 특히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 대기업 임원이 기내에서 승무원을 폭행하고, 제과점 오너가 호텔 도어맨의 뺨을 때리고, 남양유업 영업팀장이 대리점 사장에게 폭언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감정노동의 문제가 우리사회의 갑·을 문제로 비화되면서 비로소 수면 위에 떠올랐다. 그러나 문제만 제기됐을 뿐 아직까지 조그만 답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지 백화점 판매사원이 매출 스트레스로 투신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매출이 인격’이라고 공공연히 떠들던 백화점에서 긴급교육을 실시했고, 발 빠른 대기업들은 을에게 기존내용과 골격이 다르지 않은 계약서를 내밀며 수정계약을 하자고 나서고 있는 정도다. 종전 천편일률적이었던 ‘甲·乙’ 문구를 ‘공급자·수령자’로 바꾼 내용이 핵심골자다.

외양상으로 볼 때 갑·을 문제와 감정노동자 문제가 동일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혼재돼 크게 증폭되는 요즘상황은 이 문제들의 핵심내용인 기반에서 두 문제가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갑·을과 감정노동자 문제는 목표 지상주의 위에 기반하고 있다. 매출과 이익을 위해서는 갑이 을에게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일반화 됐고, 이를 통해 달성한 목표가 곧 능력과 가치로 인정받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감정은 수단과 도구에 불과할 뿐이라는 몰가치도 자연스럽게 한 몫 거들고 있다.

일부 문제가 된 ‘갑’의 오만은 그렇다 치고, ‘을’인 중소기업 사장이 감정노동자인 백화점 판매사원에게 험악한 모멸감을 주며 감정노동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을 정상사회의 사슬구조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국 분노한 을과 감정노동자가 폭발하면서 사회구조의 틀이 바뀌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수의 ‘갑’이 딛고 있는 기반이 곧 다수의 ‘을’이라는 평범한 사실이 외면되면서 다시 근본으로 회귀되는 상황이다.

윤은기 전 원장의 말대로 공무원이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고 해도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다양한 신분보장에다 공무를 집행하는 수행임무는 ‘단연 갑’일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공직사회가 주목할 것은 요즘 ‘갑’이 겪고 있는 수난의 원인이다. 과도한 목표의 무리한 집행, 효율과 실적만 염두에 둔 밀어내는 업무추진력, 이미 확정해 놓고 조직이 요구하는 결과 등등...

남양유업 사태만 해도 단지 이 문제의 원인이 영업팀장의 ‘인성’에만 있었을까.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동하면서 직원 인성교육을 강화한다고 깔끔하게 해결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답은 뻔하다.

납세자 입장에서 볼 때 국세청은 ‘甲 중의 甲’이다. 어려운 경제에 가뜩이나 볼멘 납세자에게 국세청은 이제 진정으로 ‘공정한 甲’이어야 한다. 특히 요즘은 더욱 그렇다. 뺨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고, 허리를 ‘툭’ 치지 않아도 납세자의 시선이 너무 예민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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