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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稅로] 역외탈세, 그리고 탈세제보 시대
[가로 稅로] 역외탈세, 그리고 탈세제보 시대
  • 日刊 NTN
  • 승인 2013.05.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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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본지 편집국장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조세문제 최상위 용어였던 ‘지하경제 양성화’가 최근 역외탈세(域外脫稅, offshore tax evasion)와 대기업 수사(조사)를 출구로 숨 가쁜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지하경제 양성화는 거창한 출범에 비해 초기 다소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세정책과 세무행정을 비웃듯 존재감을 과시하며 암약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국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지만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좀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특성에다 워낙 정교한 위장막으로 가리고 있어 정부당국을 당황스럽게 했다.

국세청은 이 문제에 대해 큰 것을 걸고 걸음을 뗐다. 어떤 형태로든 지하경제 양성화 최일선 현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치밀한 대응에 이미 나선 상태다.

사안의 특성상 초단기에 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적어도 밑그림을 그리고,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이제 국세청 차원의 지하경제 양성화 그림은 윤곽이 상당부분 그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결과와 연결될 수 있는 핵심정보이고 이를 풀어 내는 것이 지금 국세청 앞에 놓인 과제다.

역외탈세는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탈세하는 행위가 주류를 이룬다. 국내 법인이나 개인이 조세피난처 국가에 유령회사를 만든 뒤 그 회사가 수출입 거래를 하거나 수익을 이룬 것처럼 조작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축소하는 것이 주요 수법이다. 이는 국내 거주자의 경우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역외소득)도 국내에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외국에서의 소득은 숨기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특히 국내에 감춰진 소득은 소비나 상속·증여 등을 통해 언젠가 노출되지만 역외탈세는 해외로 나간 소득은 거의 노출되기 어렵다는 점을 탈세에 이용하고 있다. 역외탈세는 그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은밀한데다 수법도 첨단화·지능화되고 있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추적이 어려워 많은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역외탈세는 우리나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응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일종의 금역(禁域)으로 여겨졌던 돈의 흐름내지 보관과 관련해서도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보교환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역외탈세가 확실히 세계적 문제거리로 대두된 것이다.
지난 주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를 설립·운용한 재벌가 5명의 명단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또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1조원 이상 민간그룹 가운데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셜군도, 말레이시아 라부안, 버뮤다, 사모아, 모리셔스, 키프로스 등 9개 지역에 해외법인이 있는 곳은 24개 그룹이며 국내 주요 그룹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법인의 자산 총액이 5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왔다.

페이퍼컴퍼니는 각국 세율 차이에 따른 이득으로 기업의 세금을 줄일 수 있고, 기업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설립된다.

실제로 일부 대재산가들은 이 같은 페이퍼컴퍼니의 특성을 탈세 및 재산은닉에 악용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명단도 국제적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재산은닉을 통한 탈세장치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곧바로 역외탈세로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실질적인 금융거래 내역 등 소득탈루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의 탈세혐의를 밝혀 실제 과세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시간이 걸린다”는 전제를 강조하지만 분명한 것은 안개가 빨리 걷히고 있다는 점이며, 이미 상당부분 실체적 접근이 진전됐다는 사실이다. 시범타는 CJ그룹에 돌아갔지만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됐다는 시각이 팽배한 현실이다. 그 중심에 역외탈세가 있다.

한마디로 정보전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정보 없이, 자료 없이 의욕만 갖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국세청 당국이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미 실패 경험도 풍부하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해당국 과세당국간 협조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관련정보 수집을 위한 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고도화·지능화에다 속도감까지 겸비하고 막강 전문가를 병풍과 울타리로 내세우는 역외탈세 등 지하경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는 당장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이같은 현실적 환경을 극복하는 것이 국세청의 과제다.

이에 대해 시선이 쏠리는 곳이 있다. 최근 탈세근절을 위한 ‘문화’로까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소위 탈세제보가 그것이다.

국세청은 탈세신고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고 있고, 올부터 탈세포상금 한도금액을 10억원(종전 1억원)으로 상향조정해 시행하고 있다. 한번에 무려 10배나 올린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얻자 벌써부터 추가 상향조정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올 4월말까지 4개월 동안 국세청에 제보된 탈세제보 건수는 모두 5274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무려 54.4%가 늘어났다. 내용을 따져봐야겠지만 효과가 나타나자 벌써부터 ‘대폭 증액’이 주문되고 있다. 탈루세액의 10% 지급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에 올라있는 상태다. 미국은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규모가 거의 ‘로또’ 수준이다.

제보와 고발이 갖는 역작용이 분명 있지만, 최근 지하경제 양성화가 강력하게 추진되면서 실무자는 물론 고위당국자들까지 제보문화 활성화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지하경제를 전제한다면 제대로 된 제보는 특효약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이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라면...

누구를 믿어야 할지...정도(正道) 외에는 길이 없는 분명 달라지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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