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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原電 비리' 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나
' 原電 비리' 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나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3.06.0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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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한통속 설계→부품납품→검증까지 장악
‘검은 커넥션’ 짜고 치는 고스톱 보다 쉽게 돈벌어

 부품 검증업체 자격 인증은 한수원 출신들이 주도

 원자력발전소 비리 이럴 수가? 4일 조선일보 등 각 언론보도에 따르면 원전3기가 멈춰 선 부실 뒤엔 천인공로 할 비리가 숨겨져 있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분노한 국민들은 사직당국이 변죽만 울리지 말고 비리 주체들을 속전속결로 처벌하라는 요구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원전·原電) 3기가 멈추게 된 총체적 비리를 분석해보면 '검은 커넥션’의 연결고리가 모두 한통속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보다 쉽게 부정을 저지르고 돈을 챙길 수 있는 모순된 구조임이 드러났다

 검은 커넥션의 실체는 원전 부품의 납품과 검증 승인을 한 조직에서 장악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직구조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전 설계와 부품 감리 업체인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출신자들이 관련 업체나 단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원전 납품과 관련된 이익 당사자들은 '부품 검증업체에 대한 자격 인증(한국수력원자력 출신이 포진한 대한전기협회)→부품 성능시험 검증(한전기술 출신들이 세운 민간 검증업체)→시험 승인(한전기술)→최종 납품(한수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같은 회사 출신끼리 근친교배가 시험 성적서 위조라는 돌연변이를 낳은 것이다.

 ◇한전기술이 원전설계 부품까지 발주

 원전을 짓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한전기술이 원전 설계를 하고 부품을 발주한다. 부품 제조업체는 납품할 부품을 만들어 검증 업체에 성능 시험을 의뢰한다. 검증 업체는 해당 부품이 비상시 극한의 상황에서 견딜 수 있는 부품인지 시험한다. 제조업체는 검증 업체의 시험 결과를 한전기술에 제출한다. 한전기술이 이를 승인해야 제조업체는 한수원에 부품을 납품할 수 있다.

 이번에 원전 3기를 중단시킨 것은 부품이 불량이었음에도 한전기술 출신들이 대주주로 있는 검증 업체가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문제가 없다고 '합격' 판정을 내렸고, 한전기술은 그것을 그대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한전기술 출신들이 부품 검증과 승인을 다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전기술 출신이 세운 검증 업체는 이번에 문제가 된 새한티이피만이 아니었다. 코넥도 한전기술 출신이자 새한티이피 대주주인 고모씨가 2008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부품에 대한 국내 민간 검증 업체는 단 3곳인데, 그 중 2곳이 한전기술 출신이 운영했던 것이다. 그러니 한전기술이 부품 시험 성적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새한을 통해야 한전기술에서 승인을 받기가 쉽다"는 소문이 나 있다.

 한전기술은 1975년 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와 미국의 엔지니어링 업체의 합작사로 출발해, 1978년 한전에 인수됐다. 국내 원전 설계를 도맡아 하다 보니 각종 부품·장비의 시험 성적서 승인 등 감리 역할은 한전기술이 독점하고 있다.

 ◇검증업체 인증도 한수원 출신이 담당

 부품 검증 업체 자격을 받는 과정도 '끼리끼리 네트워크'였다. 검증 업체는 대한전기협회가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 인증을 해야 자격을 받는다. 원자력공학 전문 한 교수는 "KEPIC 인증 담당자는 주로 한수원 은퇴자"라고 말했다. 부품 검증 업체는 한전기술 출신이 세우고, 자격 인증은 한전기술 자매 회사인 한수원 출신자들이 주는 셈이다.

 원래 원전 부품 검증업체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1999년 등록제로 바뀌었다. KEPIC 인증제로 바뀐 것은 2010년. 이번에 문제가 된 새한티이피는 KEPIC 1호 업체다.

 KEPIC 인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전기협회의 KEPIC 인증 심사 기간은 단 3일. KEPIC의 인증 유효 기간은 3년으로 이 기간에 검증 기관은 5쪽 분량의 중간 점검표만 내면 인증이 유지된다. 지난달 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새한티이피의 성적서 위조를 조사하고 있을 때도 전기협회는 새한티이피에 KEPIC 인증 연장을 하라고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티이피는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사가 검증 독점

 새한티이피는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기계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에 각종 시험을 맡겨왔다. 독자적인 검증 능력은 새한티이피나 코넥 같은 민간업체보다 충분한 장비를 갖춘 기계연구원·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같은 공공 연구기관이 훨씬 뛰어나다. 그런데도 원전 부품 검증은 주로 민간 업체가 맡아왔다. 이는 제조사가 한수원·한전기술 눈치를 봤거나 압력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이번에 불량 부품을 만든 JS전선이 새한티이피에 검증을 맡긴 이유가 "한전기술의 압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 그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박 대통령, “국민안전 사욕과 바꿔 용서받지 못할 일"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원전비리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개인의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철저한 조사로 비리의 사슬구조를 끊을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원전 시험서 위조 사건은 결코 있어서도 안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개인의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장 원전이 멈추고 전력수급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엄청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데 더 큰 심각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위조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를 해 그동안 원전 분야에 고착된 비리의 사슬구조를 새 정부에서는 원천적으로 끊어버릴 수 있도록 근원적인 제도 개선책을 철저히 마련하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하위권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데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와 사회규범성을 포함하는 사회적 자본을 쌓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원전비리·교육비리·보육비 등 보조금 누수·사회지도층의 도덕성 문제 등을 보면 우리의 사회적 자본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다"며 "부패를 유발할 수 있는 관행과 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범국가적인 사회적 자본 확충 노력과 인식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3.0이 표방하는 개방·공유·소통·협력 등 네가지 핵심 가치가 구현되면 우리 사회는 신뢰라는 큰 사회적 자본이 형성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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