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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어느 역외탈세 혐의자의 번민
[稅政칼럼]어느 역외탈세 혐의자의 번민
  • 日刊 NTN
  • 승인 2013.06.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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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본지 편집국장

 

활발한 국제거래로 탄탄한 기반을 잡아 온 사업자 A씨. 그는 요즘 말 그대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 회사에 갑자기 들이 닥친 국세청 조사요원들에게 일체의 장부와 자료를 영치당한 뒤 그는 이제 회사의 ‘앞 날’에 대해서조차 심각한 우려를 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풍부한 글로벌 경험에다 사업수완도 남달라 한동안 거칠 것 없이 성장을 거듭했고, 주변의 부러움도 한 몸에 받았지만 이제 그 눈부신 성장이 ‘고민의 근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이번 세무조사를 접하면서 여러 가지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우선 국세청의 정교한 분석능력에 놀랐고, 무엇보다 ‘탈세’를 접하는 주변의 시각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세정에 대한 지식과 개념을 자연스럽게 쌓아왔다. 일종의 과외공부를 한 셈이다. 탈세수법과 경로에 대해서도 그동안 워낙 상세하게 보도가 돼 과거 ‘民草’들이 인지하는 수준은 확실히 넘어 섰다. 탈세를 그저 무감각하게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 내지 방치하는 상황이 분명 아닌 것이다.

최근 CJ 등 대기업과 대재산가에 대한 수사·조사가 이어지면서 ‘가진 계층’의 불법·탈법행위가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여기에다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전개되면서 탈세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상당히 높아져 있다.

조세피난처는 이제 전문용어의 범주에도 들지 못하고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는 풍광 좋은 곳에 득실대는 페이퍼 컴퍼니 천국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A씨 세무조사 소식이 아주 가까운 주변에 알려졌을 때 단번에 나온 반응이 “역외탈세?”였던 것에 A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과거와 달리 많은 국민들이 역외탈세를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외탈세만 해도 그렇다. 많은 국민들이 역외탈세의 구체적 내용이나 수법과 개념을 정확히 알지는 못해도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는 대략 인지하고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빼먹고 재산을 해외로 돌려놓은 반국가적인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탈세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 아주 악질적인 방법으로 정부와 국민을 속였고, 미안하지만 빼돌려진 탈세재산은 부정과 더 큰 탈세를 위해, 더 반사회적 용도에 쓰인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역외탈세혐의자 세무조사 사실을 발표하면서 아주 구체적 수법을 적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화학제품을 수입중개하는 탈세혐의자 아무개는 스위스에 은행계좌를 개설한 뒤 해외거래처로부터 받을 중개수수료를 스위스은행 사주계좌로 우회 수취하고 일부만 국내에서 수취하는 방법으로 법인세 등을 탈세했다.

그는 스위스 계좌에 은닉한 자금으로 해외 고가부동산을 취득하고 해외금융계좌 신고도 하지 않았으며, 은닉자금 일부는 비거주자로 위장해 국내로 반입하고 국내에 부동산을 취득하는데 사용했다.”는 식으로 상세한 경로와 개념을 밝혀 국민들의 시선을 불러 모으고 있다.

또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해외 배당소득 및 무역소득을 신고하지 않았거나, 경과세국 현지법인으로부터 수취한 거액의 급여와 배당소득을 신고누락하고 가공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 등도 낱낱이 적시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을 불러 모았던 사례는 이 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친절하게 흐름도까지 곁들여 국민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이 이제 역외탈세나 대기업·대재산가의 탈세·탈법행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더 이상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그동안 자신들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그저 무관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확실히 달라졌다. 어떤 형태였든 우리사회는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공정의 개념을 경험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많은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 조사를 받는 A씨는 지금 단지 추징세액에 대한 걱정을 넘어 자신이 쌓아 온 사회적 위상마저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 등 시쳇말로 ‘맨붕’ 상태에 빠져있다.

조사결과에 따라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세금 추징이 이어질 것이고 상황에 따라 탈세수법이나 규모가 기준을 넘는다면 불가피하게 조세범 처벌도 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A씨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그동안 자신이 혼신을 다해 꾸려 온 회사를 ‘현 단계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하고 고민하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또 아주 가까운 지인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면서 나름대로 과오에 대한 심각한 반성도 했다고 전한다. 몰라서 그랬든, 대충 넘어갈 것으로 여겨서 그랬든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에 대해 심각한 회의와 함께 자책의 심경도 토로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피하는데 급급하지 않고 적극 협조해 자신이 영위해 온 사업행태에 대한 되새김과 반성의 기회로 삼겠다는 다소 ‘진취적’인 생각도 정리하고 있다.

확실히 세상이 달라졌다. 잘 나가기만 하면 결과가 무조건 좋던 시대는 지났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결국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맞추고, 바뀌고, 변할 수밖에 없다.

이제 탈세혐의로 세무조사 받는 사업자에 대해 ‘재수없이 걸렸네’라는 주변의 동정어린 시선은 기대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세금 추징보다 몇 곱절 뼈아픈 ‘낙인’을 정부가 아닌 국민들이 찍어 주고 있다.

물론 혐의만 갖고 몰아쳐서는 안되고 고의적·지능적 탈세가 확정된 경우에만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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