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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釜關)페리호
부관(釜關)페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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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4.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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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면서] 정영화 (세무사 · 경제학박사 정영화)
나라가 발전하여 고속열차인 KTX도 생기고 부산·서울간을 2시간 30분에 주파하기도 한다. 열차가 시속 300㎞정도로 달리면 가까이 있는 산은 금방 다가왔다가 열차의 뒤쪽으로 사라지곤 한다. 20년이 넘게 세무사들이 친목도 도모하고 세법도 연구하기 위하여 한달에 한번 점심모임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경비도 절감할 겸 새로운 여행경험도 할 겸해서 서울과 부산간은 KTX로 가고 부산과 시모노세끼(下關:日本)간은 일반국제여객선을 이용하여 큐슈의 온천지대를 부부동반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 모임에서는 세무사시험 3회 출신의 L某세무사를 회장 대신 총통으로 부른다. 총통은 타이완의 총통제에서 따 왔는데 平生會長을 한다는 뜻이다. 부산여객선터미널에서 국제여객선에 올랐다.

예상했던대로 일행별로 방을 따로 쓰는 온돌방형태이었다. 부관연락선에는 서민의 애환이 묻어나는 큰 보따리장사가 많았다. 틈새시장이라고나 할까, 가격차이가 나는 물건을 한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어김없이 실어나르고 있었다. 저녁해가 지기 전에 승선(乘船)하여 외항까지 나간 후 출발시간을 대기하고 있는데 서쪽하늘에는 해가 하루일을 마치고 영도다리너머로 지고 있었다. 당초 생각하지도 못한 덤으로 주는 풍경이었고 우리들 일행은 갑판근처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손으로 해를 가리키며 즐거워 하였다.

드디어 시간이 흘러 배는 출발하였다. 부산과 시모노세끼는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므로 새벽이 오기도 전에 배는 시모노세끼항의 외항에 도착하였다. 이제부터 배의 역할은 호텔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세관직원이 출근할 시간이 되어서야 내항으로 배는 움직였고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치고 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전세버스에 올랐다.

시모노세끼는 일본의 본섬(혼슈)에 있는데 우리는 일본의 맨 남쪽 큰섬인 큐슈로 가기 때문에 간단하게 양 섬 사이에 놓여 있는 다리를 지나 큐슈로 들어갔다. 큐슈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나가사끼 같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명이 있어서 그 당시의 상황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겨울인데도 위도가 남쪽이라 몇가지의 꽃들이 보이기도 하였다. 일본의 온천지대를 돌아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은 온천이 흔하므로 경치가 좋거나 다른 특색이 있는 곳만 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돌아본 온천은 휴(休)화산이 가까이에 있고 호텔도 넓은 면적에 한 세대씩 들어갈 수 있는 콘도형태로 되어 있어 어디 외계에라도 온 느낌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30년 앞선 1846년에 개항하였고 서양문물은 상대적으로 국력이 좀 떨어지는 네덜란드를 통하여 수입하였고 이를 란가꾸(蘭學)라고 불렀었다.

일본은 네덜란드를 통해서 서양을 알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하우스텐보스"라는 네덜란드마을을 옮겨 놓은 관광지를 개발하였다. 또 후쿠오카시의 어떤 절에서는 그 고장의 걸출한 문인(文人)의 배출을 기념하고 전국의 매화나무를 종류별로 옮겨 심어 놓고 있었다. 아무튼 기발한 아이디어이다. 후쿠오카시의 한 백화점에 들렀다. 일본에서 인구수로 여섯번째 가는 도시의 백화점으로는 너무 우중충한 느낌이었다. 중국제 상품이 저가공세를 취한 것이 그 원인이었다. 백화점 5층에 있는 백엔샆에 들렀다. 한층을 모두 백엔짜리 물건으로 가득 채운 것에 놀랐다. 종업원은 계산대에서 물건의 개수만 헤아리고 있었다.

육지에서의 2박(泊)을 보내고 다시 배에 올랐다. 1945. 8. 15 조국이 해방되자 일본에 갔던 우리 동포들이 귀국선을 타게 되었고 "귀국선"이라는 노래도 이 때쯤 유행하였을 것이다. 비행기여행보다도 오래 추억에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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