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천억 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횡령·배임·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이 재현 CJ그룹 회장을 17시간의 마라톤 조사를 벌인데 이어 1일 구속시키면서 현 정부 들어 구치소에 수감되는 첫 대기업 오너라는 불명예까지 얻게 됐다.
이날 오전 이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김 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추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회장과 변호인 측은 심문에서 혐의의 상당 부분을 시인했고 도주 우려가 없으며 건강도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소명 했으나 검찰 측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해 이 회장을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영장 발부 후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에 모습을 나타낸 이 회장은 "국민과 CJ 임직원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다시 한번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라고 짧게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법원 판단을 받아들이는가?“ 라는 추가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수사관들에 이끌려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 탑승,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구속된 사람은 CJ글로벌홀딩스 신동기 부사장에 이어 이 회장이 두 번째다. 검찰 측은 이 회장의 신병 확보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내외 비자금을 운용해 700억원 안팎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또 CJ그룹 계열사 자금 1천억원 상당을 횡령하고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면서 회사에 300억원 안팎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도 받고 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 회장에게 적용되는 혐의의 기본 형량은 특가법상 조세포탈 5∼9년, 특경 가법상 횡령 및 배임이 각각 5∼8년 등으로 매우 무거운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05년 이후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1천억원대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세탁한 의혹과 2008∼2010년 차명재산으로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 등에 대해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구속된 이 회장을 조만간 불러 후속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은 필요시 10일간의 구속 기한을 한 차례 연장하며 조사를 벌인 뒤 이달 중순께 이 회장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CJ그룹 관계자는 "세부적인 경영 정상화 방안과 발표시점은 확실히 결정된 게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기소 전까지 검찰 조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이 법정 구속됨에 따라 검찰은 2005년 이후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1천억원대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세탁한 의혹과 2008∼2010년 차명재산으로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 등에 대해 보강 수사에 착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