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2 (목)
[세정 칼럼]‘위기의 국세청’ 어떻게 할 것인가
[세정 칼럼]‘위기의 국세청’ 어떻게 할 것인가
  • 日刊 NTN
  • 승인 2013.08.09 0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창영/ 본지 주필

 

어렵고 무거운 걸음으로 올 하반기를 헤쳐 나가는 국세청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

온 국민의 시선을 모은 ‘CJ 비자금 사건’에서 일약 전임 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이 주연으로 튀어 나왔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관심 속에서 엄청난 관객을 몰고… 국세청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이다. 탄식이 나왔다. “아! 이런 일도 있나…….”

달러를 가방채로 받고, 그것이 국세청장실 책상에 놓이고, 국세청장과 핵심 간부가 호텔 방에서 비밀리에 재벌 총수를 만나고, 수천만원짜리 명품시계가 선물로 오간 세밀한 내용이 온 국민에게 속속들이 알려졌다.

낮 뜨거운 진실게임은 면했지만 받았느니 안받았느니, 배달사고니, 삼천만원짜리가 아닌 이천만원짜리 시계를 서로 가졌다고 우기는 등 더 얼굴 붉히는 상황이 연일 지상중계 됐다.

국민을 더욱 힘들게 만든 것은 대가성 없는 거액이 국세청장 취임선물로 전달됐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관행인가?’라는 의문이 당연히 생겼고, “그렇다면 국세청은 그동안 어떻게 존재해 왔나”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CJ뿐이겠는가? 전군표 전 국세청장 뿐이겠는가? 온갖 추측과 ‘오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원망할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된 마당에 추측과 오해가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드디어 국세청을 향해 비수처럼 아프게 꽂힌 말이 나왔다. ‘유전무세, 무전유세’(有錢無稅, 無錢有稅).

전임 국세청장과 차장이 재임 중 거액의 뇌물을 받고 감옥에 가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사법처리 문제가 아니다.

국가를 유지하는 과세권의 근본적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 후폭풍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현재의 상황은 결정적으로 세수가 모자라 국민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세금을 더 적극적으로 거둬야 하는 판이다.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세금을 거두더라도 국세청 당국이 세수가 모자라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납세자 입장에서는 이유를 떠나 ‘더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 때 국민이 저항 없이 납득하면서 세금을 내는 것은 다름 아닌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세정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더라도 “지금 내가 내는 세금이 정당한 세금이고, 꼭 내야한다”는 의식이 작동하는 것이다. 간단한 것 같지만 이는 근본적인 일이고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있다. 세정에 정확하게 적용되는 말이다. 한동안 국세청 슬로건이 공평·친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세금이 공평(公平)하다는 것은 개념상 논쟁의 여지가 많다. 뒤에 ‘공정’(公正)의 개념으로 바뀌었지만 당시 ‘공평’은 납세자들에게 큰 호응과 신뢰를 얻었다.

만약 국세청이 세정을 운영을 하면서 예쁜 납세자는 잘 봐주고, 미운 납세자에게는 조사하고 세금을 덤터기 씌운다면 세정의 근간은 단번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것도 국세공무원과 결탁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뒷감당은 말 할 것도 없다.

이처럼 국세행정은 단순히 세금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믿음을 거둬오는 것이다. 오늘의 세정에서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토록 소중한 ‘세정신뢰’를 이번에 말단 직원도 아닌 전임 국세청장과 차장이 주도해서 내팽개친 결과를 만들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위직의 하소연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시쳇말로 ‘멘붕’ 상태에서 나온 자탄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지금 국세청에 대한 국민적 시각의 현주소다.

아쉬운 점은 많다. 김덕중 국세청장이 취임 후 가장 신경을 써온 대목이 바로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확보’였다. ‘미스터 클린 청장’의 강도 높은 자정노력이 이제 막 국민들의 고개 끄덕임으로 자리 잡을 즈음에 이번 사건이 터졌다.

당연히 국세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과거 사건으로 돌리고 침묵하기에는 사건이 너무 크고 국민적 지탄의 강도가 세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당장 국세청이 나서서 어떻게 하자니 방법과 수단이 너무 제한적이다. 속수무책이고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어렵고 몰아칠수록 냉정하게 볼 필요는 분명 있다. 지금 국세청이 바라볼 것은 오로지 국민이고 납세자뿐이다. 당황하면서 오버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관망 자세로 나와서도 안된다.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적 신뢰회복에 직접 나설 것인지, 아니면 다시 한번 집안단속 단단히 하면서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고유업무에 매진할 것인지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다. 다만, 그냥 없었던 일인듯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따른다. 김덕중 청장이 확실한 ‘방점’을 찍는 처방을 내는 것도 ‘위기의 국세청’을 구하는 일이라면 해야 할 것이다.

“뭔가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국세청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하늘도 참 무심하다”는 국세청 간부의 혼잣말이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참 그렇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