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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프로메테우스의 불
[稅政칼럼] 프로메테우스의 불
  • jcy
  • 승인 2008.09.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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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本紙 論說委員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점화식이다. 인류가 함께 향연을 여는 올림픽 경기장에서 가장 높은 곳에 불을 지피는 인류의 문화적 코드는 무엇일까?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 신은 모든 신이 우러러 보는 영웅이다. 그가 아끼는 것 중에 하나가 불이었다. 그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선물한 신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이다. 그 대가로 프로메테우스는 바위에 묶여 매일 자신의 간을 독수리에게 쪼이는 형벌을 받게 된다.

사람이 날음식을 익혀 먹고, 난방으로 몸을 덥히면서 세상을 지배하고, 문명적인 삶을 이루는 데는 불이 존재하였다. 인류애적인 프로메테우스를 기리고자 고대 그리스인들은 올림픽에서 경기장에 성화를 밝혔다고 한다. 이런 의식을 근대에 재현한 것이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이다.

각국의 올림픽 성화 점화식을 음미해보면 그 나라의 문화척도를 감지하게 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최종 성화 봉송 주자는 장애인 양궁선수인 안토니오 레볼로였다. 그는 높은 성화대를 향해 불화살을 쏘아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역시 감동적이었다. 올림픽 수영 2회 연속 금메달을 딴 재닛 에반스가 성화대 계단을 올랐다. 모두들 그녀를 최종 주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성화대 어디에선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던 무하마드 알리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지병으로 손과 얼굴을 심하게 흔들거리며 어렵사리 점화대에 불을 붙였다.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억되는 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었다.

바다로 둘러 싸인 호주답게 점화대 바닥이 호수처럼 물로 채워져 있었고 그 호수에 가운데로 들어간 점화자가 물에 점화봉을 대자 원형으로 불이 붙는다. 그리고 물 속에서 원반형 성화대가 서서히 솟아 올라 폭포가 흐르는 경기장 계단을 타고 하늘높이 올라간다. 불과 물의 철학적인 조화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요트 선수 카클라마나키스가 계단을 올라가자 거대한 성화봉이 착한 기린처럼 서서히 점화자에게 목이 기울어져 내려왔다. 불이 붙여진 성화봉은 다시 성화대 위치로 올라가 100년 만에 아테네로 돌아온 올림픽의 시작을 알렸다.

각국의 점화식은 인본주의적이고 상징적이었다. 장애인들이 점화자로 나서고, 사람의 안전을 우선하는 인본적 방식으로 자국의 문화코드를 알렸다. 반면에 베이징 올림픽의 점화식은 아깝게도 철학 빈곤의 표본이 되었다. 중국은 유명 기업인인 리닝을 철사줄로 묶어 하늘로 끌어올려 공중에서 불을 붙이게 하였는데, 위험스럽고 허무맹랑하여 불과 장풍을 품어내는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였다. 리닝은 줄이 끊어질까 봐 죽을 먹으며 체중을 조절하고, 예비 점화자는 위험하여 훈련을 포기하였다는 보도이다. 안전한 곳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점화대가 인간에게 다가 오는 문화코드와 사람을 철사 줄로 묶어 공중 부양시키는 접근방식 사이에는 사회가 개개인을 대함에 있어 커다란 간극이 존재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세상에 선전할 요량으로 폭죽 장면을 1년에 걸쳐 ‘그래픽으로’ 만들어 가짜를 방영하도록 하고, 국기가 입장할 때 ‘가창조국(歌唱祖國)’을 노래할 어린이가 미모(?)가 빠진다 하여 무대 뒤로 감추도록 지시하는 당 간부들이 지도하는 나라는 결코 정신적인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물론 조직 운영자들은 목표과잉이 되기 쉽다. 강박관념에 빠진다. 자연 수하(手下)들은 본래의 목적을 잊고 수단을 가리지 않게 된다.

후진국일수록 인치(人治)로 운영되므로 이런 증상이 가중된다. 행정이 대표적이다.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개인의 치적을 화려하게 보이고 싶어 시민을 묶어 공중부양시키는 전시적인 정책들이 생산되게 된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절대자 제우스를 위하여 충성하기를 거부하고 평범한 인간들을 위해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를 닮은 위민 세정이 되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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