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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대선, 그리고 세금
빅뱅, 대선, 그리고 세금
  • jcy
  • 승인 2008.11.1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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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김진웅 논설위원
   
 
 
[빅뱅] 미국은 역사적으로 빅뱅에 해당하는 거대한 사건들을 연이어 경험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심장부인 맨하탄에서 쌍둥이 빌딩이 피폭되어 무너져 내려 앉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금융산업의 총본산인 Wall Street 역시 탈규제된 탐욕(Greed)에 맥없이 녹아 내렸다. 게다가 이제 미국은 정치적으로 획기적인 빅뱅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바로 그 것이다. 인구의 13%에 불과한 흑인들에 반하여 국가 전반을 백인들이 장악한 미국에서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빅뱅이 아닐 수 없다.

[반문명] 미국 흑인사는 백인들의 부끄러운 반문명적 잔혹사임은 기지(旣知)의 사실이다. 대부분의 미국내 흑인의 조상은 아프리카 밀림에서 어느 날 갑자기 백인들에게 사냥 당하여 끌려 왔다. 흑인들에게 글을 가르치면 감옥에 보내는 법까지 만들었다. ‘니그로’들은 말을 알아 듣는 가축 수준에서 머물기를 바랐던 소이(所以)다. 백인들은 아프리카인들의 목에 쇠줄을 매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런 역사를 딛고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인류사적 승리이다.

[예언] 그런데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일찌감치 예언한 족집게 점쟁이가 있다. 그는 작년에 출판한 자신의 저서(The Conscience of a Liberal; 국내에서는 ‘미래를 말한다’로 출간)를 통해 2008년의 대선에서 민주당이 집권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한 바 있다. 그 전에도 미국에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근거 있는 예언을 하였다.

[폴 크루그만] 그 용한 점쟁이에게 올 해 노벨 경제학상이 주어졌다. 이 정도면 폴 크루그만 교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는 학자로서도 자리 매김이 확실하거니와 명문장의 칼럼니스트로 더욱 유명하다. 뉴욕 타임스에 격주마다 기고하는 그의 칼럼은 그가 갖는 관심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를 잘 보여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오히려 자신의 견해를 명백히 밝혀 온 탓에 정치적으로 비춰져서 수상이 늦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는 쉬운 말로 복잡한 경제와 사회를 이야기한다는 평을 듣는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목하 겪고 있는 금융위기는 프리드만 학파의 신자유주의의 신봉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신자유주의는 쉽게 말하면 탈규제 자유시장주의여서 장기간 고삐 풀린 금융시장이 탐욕을 부린 결과라는 것이다.

[역진세] 신자유주의는 시장 참여자에게 Lion’s share(가장 큰 몫)가 돌아가야 한다고 보는데, 이러다 보니 자본가나 기업가들에게 부가 편재되어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반 근로자나 중산층이 땀 흘려 얻는 근로소득에 35%까지 높은 세금을 떼고 있는데 반하여, 제일은행을 사고 팔아 1조 2천억의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사모펀드(특히 Private equity fund)의 투자자나 헤지펀드 운영자들은 수천억에서 수조 원의 투자소득을 얻고 있지만 이에 대한 소득세는 15% 이하로 경과세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 매케인은 이마저 7.5%로 낮추겠다고 공언하였다.) 게다가 부동산을 사고 팔아 거액의 불로소득이 생겨도 양도소득세를 과세이연하여 주므로 사실상 세금이 없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자인 공화당은 자본주의국가에서 투자는 미덕이니 자본소득(Capital gain)은 마땅히 경과세하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러다 보니 양심 있는 부자들 중에 워렌 버핏 같은 부자는 ‘내 비서보다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내고 살자니 부끄럽다. 투자소득에 대해서 세율을 충분히 올려야 한다’고 양심고백을 한다.

[신자유주의] 이번 월 스트리트의 몰락은 공화당이 추구하여 온 신자유주의의 위험성을 확실히 알렸고, 미국인들에게 위기감을 충분히 전파하였다. 공화당은 1970년대 이래 시카고학파 프리드만의 신자유주의를 공경하면서, 정부의 공익적 시장개입을 권장해 온 케인즈 학파를 수정주의자로 깔보다가 자신들이 굳건히 믿어 온 ‘자유시장’에 배반당하고 ‘흑인’ 후보에게 정권을 내놓는 수모(?)를 겪게 된 셈이다.

‘오바마는 분배의 통수권자이지만 나는 군대의 통수권자’라는 매케인의 연설은 이번 대선을 이해하기에 가장 적절히 요약된 명문이다. 자유시장(+강한 미국, 세계경찰)을 신봉하여 과거 30년간 부의 편재를 확대해온 공화당과 부의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민주당간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처럼 여전히 재력가들이 사자의 몫을 가져가게 놔둘 것인지, 아니면 중산층에게도 온당한 제 몫을 가져 가도록 할 것인지를 묻는 선거였던 셈이다.

[예정된 결과] 전임 클린턴 대통령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고자 애를 썼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에서 비토를 하여 헛수고만 하였다. 게으른 자(사실상 흑인)들에게 국가가 사회보장과 지원을 해주기 시작하면 결국 공산주의 국가와 다를 게 없다는 공화당 철학에 기초한 것이다.

웬만큼 산다는 자본주의 국가들은 모두 국민 개보험을 도입하고 있는데도 유독 초강국인 미국에 국민의료보험제도가 없어서 미국인 중 40%가 의료보험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제한적이어서 치료를 못 받는 고초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중립적인 미국의 Tax Policy Center에서는 ‘20만 달러(약 2억 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자에게 제공하는 Bush 정부의 감세제도를 폐지하면 미국 상위 1%의 고소득자들은 세후소득이 4.5% 정도 줄어들겠지만 대신 미국 국민 모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 정도의 공공정책조차 외면해온 결과 공화당은 정권을 내놓게 되었으니 역시 민심이 천심인가 보다. 연이나 늘 미국을 벤치마킹하여 온 한국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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