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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세, 과연 반대급부가 없나?
[칼럼] 조세, 과연 반대급부가 없나?
  • 日刊 NTN
  • 승인 2013.10.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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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정창영 본지 주필

 

 

일반 국민은 물론 학생들이 보는 백과사전에는 아직도 조세(租稅)의 개념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경비에 충당할 재력을 얻기 위하여 반대급부 없이 일반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금전 또는 재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행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는 “국가·공공단체가 재정권(財政權)에 의하여 일반국민으로부터 개별적인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획득하는 수입”으로 조세를 정의하고 있다.

요약하면 정부가 ‘대가없이 강제로 거둬가는 돈’이 곧 세금인 것이다. 물론 법이 규정하는 합법적 범위에서 시행되고, 정의된 개념의 자구를 따져보면 그리 틀린 구석은 없어 보이지만 시대와의 부조화를 쉽게 알 수 있다. 마치 중세 봉건사회에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국민을 수탈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는 정반대 분위기로 미국 국세청 입구에는 “Taxes are what we pay for a civilized society(세금은 문명사회를 누리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크게 걸려 있다.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가는데 우리나라는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징수’하고 있고 미국은 ‘문명사회를 누리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세금 내는 국민 입장에서 마음이 어떨까?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시작도 하기 전에 돈 가뭄을 실감하고 있다. 시작단계부터 복지정책도, 조세정책도 엉망이 되고 있다.

없는 살림에 ‘큰 인심’을 공약한 것이니 현실적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다. 공약입안 주역인 주무 장관이 손사래를 치는 상황까지 왔다.

현실적으로 정부 곳간에 돈이 들어오지 않고는 이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돈 쓸 곳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것과 병행한다고 해도 정부 수입을 늘이는 길은 결국 세금 문제인데 정부가 세금 내는 국민들을 대하는 시각이 ‘대가없는 강제징수’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니 문제해결 또한 난망이다.

복지확대 정책 집행을 위해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란 정치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갖고 국민들에게 무상복지라는 환상만 심어놓은 꼴이 됐다면 확대한 해석일까.

솔직히 증세를 피하기 위해 제시된 ‘비과세 및 감면철폐 정책’도 따지고 보면 엄연한 증세정책이다. 증세란 세율과 과세기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비과세·감면철폐 정책은 과세기반을 확대하는 정책으로 곧 증세정책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단지 세율인상이나 세목신설이 없다는 이유로 ‘증세는 없다’고 주장한 것은 모순이었고 국민적 기대만 높여준 꼴이 됐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이 ‘불량 정치상품’이 됐다는 극단적인 지적도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실제로 무상복지 정책으로 해당 가구가 연간 300만원 이상의 혜택을 받게 되지만 세금으로 연 16만원 인상하는 정부 세제개편안이 지난 8월 발표 됐을 때 우리 사회는 심각한 조세저항을 실감했다.

정부 기준으로 중간소득 계층인 이들이 국가로부터 연간 300만원 이상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16만원을 부담하지 않겠다며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국가로부터 받는 복지는 정부 정책의 혜택이고, 조세는 ‘반대급부 없이 강제징수’되는 것인만큼 혜택은 늘이고, 강제징수는 피하려는 심리가 당연히 16만원 조세저항으로 나타났다.

모순투성이지만 이미 잘못 형성된 기반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정부가 뭔가 하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마련하려고 세금을 거두려면 사사건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는 악순환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또 있다. 최근 세금과 관련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단어가 바로 ‘세금폭탄’이다.

국민적 합의인 입법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세금도 부담이 늘면 아주 자연스럽게 ‘세금폭탄’이 떨어진다는 표현으로 연결된다. 실제로 ‘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을 전제한다면 세금인상이 생사를 가르는 절대적인 상황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국민들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살벌해지지 않을 수 없고, 300만원 주기 위해 16만원 더 걷겠다는 정책을 두고도 조세저항과 세금폭탄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다. 이것이 곧 여론이 되고 여론이 정책에 반영돼 한걸음도 떼지 못하는 극단적 상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평균 조세부담률에 미달한다는 통계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세금을 올리는 단계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된다.

무조건 증세에 박수를 보내겠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적어도 정부가 꼭 필요한 일을 위해 계획한 것이 있다면 합법적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것이 맞다. 재원이 필요하면 거둬야 하는데 한걸음도 떼기 어려운 현실은 문제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은 불편한 것이지만 ‘국가가 반대급부 없이 강제징수’한다는 우리의 조세개념이 통용되는 한 이런 현상을 쉽게 해결하기는 어렵다. 국민 정서를 안정시키고, 제대로 이해시켜 가면서 세금도 거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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