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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과 분노의 변주곡
열광과 분노의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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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0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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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N 칼럼] 김진웅 (NTN 논설위원)
   
 
 
한국의 기적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후 이 땅은 폐허일 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로부터 불과 20년이 지나기가 무섭게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발전이 가시화되기 시작하였다. 타고난 근면성과 낮은 문맹률 등으로 무장한 양질의 인력을 가진 한국은 어렵사리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얹자 경제성장이라는 비행기가 쉽게 이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외국인들은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국계 투자펀드들이 언론의 호된 매를 맞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먹튀’, 투기자본 등 어두운 이름들이 그들의 대명사가 되었다. 미디어와 시민단체들은 입을 모아 외친다. "외국 자본에게도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을 따끔하게 보여 주라!"고.

홀인원과 대박

한국전쟁에서 우뚝 일어 선 한국인들은 국가부도 직전까지 간 IMF 위기에서도 오뚝이처럼 또 일어섰다. 지구촌은 또 한번 놀랐다. 그리고 IMF 이후 한국인들은 열광도 하고 분노도 하였다. 미국 여자 골프가 그들을 열광하게 만들었고, 미국 투자펀드가 그들을 분노케 하였다. 두 가지 다 미국발이다. 박세리 선수가 미국 선수들을 젖히면서 우승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통쾌해하였고, 미국 투자펀드들이 거액의 투자이익을 챙길 때마다 울분에 젖었다.

덕택에 한국인들에게는 홀인원(Hole in one)과 알바트로스(Albatros)가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꼬마 아이들도 장래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박세리 언니나 미셸 위 언니 같은 프로 골퍼가 되는 것이라고 야무지게 대답하는 세상이 되었다. 반면에 대중은 외국 투자가들의 천문학적 ‘투기’소득에 분노하지만 정작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명쾌하게 답해 줄 사람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소위 ‘대박’이면 투기이고 ‘쪽박’이면 투자일까?

뫼비우스의 띠

투기와 투자 역시 어쩌면 서로 다른 두 면이 교차 연결되는 뫼비우스의 띠인지도 모른다. 어느 경제전문가는 바로 그런 시각에서 주류언론과 전혀 다른 흥미로운 분석을 해 주었다. 우선 시점별로 나누어 보자는 것이다. IMF의 나락에 빠진 한국에 소수의 외국펀드들이 천문학적인 외자를 ‘수혈’할 때 외자 유치 방향이 옳은가에 대한 자체 논란은 다소 있었을 망정 언론은 외국 투자자들을 향한 비난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IMF가 극복되고 난 지금에 와서는 미디어의 대접이 투자자들에서 투기꾼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투자 결과를 놓고서 같은 미디어의 시각이 180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잔치냐 비탄이냐

이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가령 그 투자가 거덜이 났다면 한국 경제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상상도 하기 싫습니다. 망가진 경제 앞에서도 여전히 언론은 외국투자자들을 투기꾼이라고 매도하였을까요? 아니면 국민들은 성금을 모아 우리를 도와주려다 망가진 외국투자자들을 위해 십시일반해주자고 나섰을까요? 투자자들에게 있어 ‘High Risk, high yield’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일반인도 ‘위험한 장사, 많이 남는다’는 것쯤은 모두 알지 않아요? IMF 이후 ‘대박’은 외국인에게만 선택적으로 찾아 온 건 아니지요! 크게 보아서는 경제 국난을 이겨 낸 사실 그 자체가 모든 한국인들에게는 선물인 겁니다. 그리도 빨리 다시 일어섰으니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의 저력에 잔치라도 벌여야 할 텐데 일부 외국 투자펀드들의 성공에 그리 가슴 아파하고 비탄에 젖어 있어요. 외국투자자들이 대형은행의 지분 반절을 가지고 있다가 ‘대박’을 하였다면 나머지 절반 지분은 누가 가졌나요? 한국인들이 가졌잖아요. 우리 한국인들도 그만큼 대박이 난 겁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것은 말하려고 하지 않아요. 한국인들은 희망적일지, 비관적일지를 선택해야 할 때 주저 없이 비관적인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어요. 좋아도 죽겠다, 맛있어도 죽겠다는 것을 보아도 그래요."

다양성과 쏠림

그는 여전히 경제전문가답다. "당신은 무엇이 투기이고 무엇이 투자인지 명쾌하게 말해 줄 수 있나요? 부동산에 돈을 쏟으면 투기조사반이 뜨고, 주식시장에 돈을 담으면 양도소득도 면제해주는 것으로 보아서 부동산 투자는 ‘투기’이고 주식투자는 ‘투자’로 본다고 유추할 수 있어요. 그 기준으로 보면 한국인들처럼 투기를 좋아하는 국민도 없어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권을 걸고 다짐하는 것이 부동산 ‘투기’근절이니 말이지요. 실제로 경제개발 이후 부동산 가치증가로 부가 늘어난 것은 천문학적이지요. 굳이 학술적으로 말하면 ‘고위험’ 투자를 투자에서 세분하여 투기라고 부르지요. 따라서 투기를 비난할 일은 없어요. 투자 중 위험이 높은 투자일 뿐이지요. 그 위험부담도 투자자 스스로가 지는 것이니 그저 경제활동의 한 현상으로 이해해야지 비난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종자돈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어떻게 키워 볼까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들 투자자들을 비난하지 말고 투기에는 사회적 비용을 더 부과하면 되는 거지요. 자칫하면 내가 하면 투자이고 남이 하면 투기라는 식이 되어버려요. 세무조사도 그래요. 외국펀드 조사에 국내법도 있지만 조세협약도 있어요. 그런 일은 전문가인 과세관청이 어련히 알아서 하겠는가 믿고 언론은 지켜 보아야 해요. 대중은 차분히 이성적으로 지켜보아 주는 양식이 필요한 거지요. 호떡 집 불난 양 시끄러운 것은 왠지 촌스러워 보입니다." 그의 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사실 국제사회에 살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의 균형감각이 우리에게 필요해 보인다. 살다 보니 진실이 아닌 것들이 진실보다 더 리얼하게 보도되는 일들을 자주 접한다. 전해진다고 다 진실은 아니다. 보도들이 균형되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지나치면 매카시즘 아니면 문화대혁명을 연상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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