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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세금, 어떻게 쓸 것인가
[국세(國稅)칼럼]세금, 어떻게 쓸 것인가
  • 정창영 (본지 주필)
  • 승인 2018.05.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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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주필)

 

지난 1월 시행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 법인세율 인하 조치는 미국 기업에 활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의 1분기 순이익이 17~18%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이 조사한 S&P500지수를 구성하는 뉴욕증시 상장 500대 기업의 올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1%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2011년 1분기(19.5%) 후 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미국 대기업의 실적 호조세는 2분기(19.1%) 이후에도 이어져 연간 기준으로도 순이익 증가율이 18.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정보 서비스회사 톰슨로이터도 S&P500 기업의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 매출은 7%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들도 미국 기업의 순이익 증가는 경기 회복 요인 외에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감세 정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에 따라 미국 기업은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35%→21%) 등 파격적인 혜택을 보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이익이 증가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일자리와 임금,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올 1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했고 애플은 직원 2만 명을 늘리기로 했다. 엑슨 모빌은 5년간 미국 내 원유 생산시설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법인세 감세 이후 신규 투자나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한 기업이 500개가 넘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감세 덕에)미국 기업이 포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것이 완벽한 결론은 아니지만 정 반대의 길을 힘겹게, 억지로 걷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아주 큰 상황이다.

규제완화가 민간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라는 원론적 분석도 실증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달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규제완화를 통해 창출된 화물차운송업, 화장품제조업, 항공운송업, 맥주제조업, 피부·네일 미용업 등 5가지 주요 업종을 발굴해 규제완화 전후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분석 결과 진입규제와 영업규제 등이 완화된 이후 전에 비해 약 20%에서 많게는 2배 이상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완화가 일자리 창출의 직접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실증과 함께 국가재정에도 부담이 없는 정책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일반화물차운송업은 1998년 면허제를 등록제로 진입규제를 완화한 결과 1998년 9만6000명이던 종사자가 2003년 17만900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화장품제조업은 선제적인 규제완화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만들었다. 화장품 제조허가제를 1999년 신고제로 기준을 낮췄고 착실하게 경쟁력을 확보한 업계는 2010년 이후 중국·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류열풍이 불면서 K뷰티의 르네상스를 열었다. 일자리 역시 허가제 당시 1만명에서 2016년 2만3000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진입장벽 규제를 미리 완화해둔 덕에 시장수요의 급작스런 확대에 탄력적으로 적응했고, 그 결과 선순환의 고용확대가 가능했다.

항공운송업의 경우도 영업규제 완화가 일자리 창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저비용항공사의 등장은 침체된 항공시장을 다시 살렸고 항공사간 국내·국제선 분업과 경쟁 촉진을 통해 항공운송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이로 인해 6개 저비용항공사가 직접 고용한 인원(8000명)과 항공운송시장 확대에 따른 기존 항공사 고용증가(5000명)로 2005년 대비 1만3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2002년 도입된 수제맥주 사업은 도입당시 지지부진 하다가 2014년 제조 사업장 밖으로의 유통이 허용되자 프랜차이즈가 새롭게 등장하고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체 맥주업계 종사자 수는 이후 2년 만에 19.3%나 증가했다.

미용 산업도 새로운 시장수요에 맞게 규제를 완화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2007년 미용사 자격에서 피부미용사 자격증이 별도로 분리됐고, 2014년은 네일 미용사 자격증이 신설됐다. 머리손질 등 기술 습득 없이도 피부, 네일 미용에 필요한 기술만으로도 자격취득이 가능해진 것이다.

자격증 획득이 쉬워지자 2006년 이후 두발미용업 종사자가 11만7000명에서 15만명(2016)으로 1.3배 증가했고 피부미용업은 1만3000명에서 2만6000명으로 1.9배, 네일미용업은 약 4000명에서 1만8000명 수준으로 종사자 수가 4.4배 늘어났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4차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걸림돌을 치우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우리 정부의 선택은 정 반대다. ‘정부 보전’ 발상이 보편화 돼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청년 취업도 그렇고, 최저임금제 시행도 그렇고, 근로시간 단축에도 정부는 일단 ‘정부 보조’를 들고 나온다. 풀어야 할 과제만 보이면 일단 세금으로 막고 나가겠다는 발상이 기저에 깔려 있는 느낌이다.

세금을 써도 앞뒤가 맞아야 하는데 정작 받는 쪽에서는 불편만 크고 실익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며 퉁퉁거리고 있고 정부가 나서 ‘제발 세금을 받아 가시라’고 세일즈를 펼치는 진풍경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땜질도 돌려막기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자리 창출이 국정 최우선 과제이고 이를 위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지만 실적은 재앙 수준이다.

길을 열어주고, 막힌 곳을 뚫어주고, 미리 대비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면 국민들이 제 발로 찾아가 신나게 일하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도 선순환으로 돌아가는데 정부는 영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돈 벌어보지 못하고, 세금 거둬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국가 재정은 ‘공돈’이라는 생각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것 같아 안쓰럽고 답답하기까지 하다.


정창영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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