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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헌재의 “변호사의 세무대리 금지”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
[국세(國稅)칼럼]헌재의 “변호사의 세무대리 금지”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
  • 이동기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승인 2018.06.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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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26일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로서 세무사의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세무사법과 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의 일부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했다. 그러면서 현행 관련 법 규정들은 2019년 12월 31일까지만 적용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고의 헌법기관으로서 현행 법체계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법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의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 금지사건(2015헌가19)”에 대한 이번 헌법불합치결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보는 것은 헌재의 결정으로 인해 향후 관련 법령을 개정할 때 개정의 범위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헌재는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서 변호사가 세무사나 회계사보다 오히려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부실 세무대리를 방지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세무행정의 원활한 수행 및 납세의무의 적정한 이행을 도모하려는 세무사법 등의 규정의 입법목적은 일응 수긍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서는 일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세무사법 등의 규정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은 세무업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은 다음과 같이 현행 세무사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사의 직무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1. 조세에 관한 신고·신청·청구(과세전적부심사청구, 이의신청, 심사청구 및 심판청구를 포함한다) 등의 대리(「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발부담금에 대한 행정심판청구의 대리를 포함한다)

2. 세무조정계산서와 그 밖의 세무 관련 서류의 작성

3. 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장부 작성의 대행

4. 조세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

5. 세무관서의 조사 또는 처분 등과 관련된 납세자 의견진술의 대리

6.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별공시지가 및 단독주택가격·공동주택가격의 공시에 관한 이의신청의 대리

7. 해당 세무사가 작성한 조세에 관한 신고서류의 확인

8.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한 확인

9. 그 밖에 제1호부터 제8호까지의 행위 또는 업무에 딸린 업무

 

변호사라는 이유로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은 변호사를 세무사 업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장대리나 세무조정업무 등을 할 수 있는 조세전문가로 보기는 힘들 것

위와 같이 세무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사의 직무범위를 보면 세무사는 조세법뿐만 아니라 회계에 대한 전문가로서 복잡한 조세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자격사인데, 실제로 사법시험 및 로스쿨 출신자를 위한 변호사시험 응시자 중에 조세법을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예를 들면, 2015년 기준으로 사법시험에서 조세법의 선택비율은 0.5%이고, 변호사시험에서는 조세법 선택비율이 1.91%에 불과한 정도이다. 물론 별도로 세무사나 회계사시험에 합격하였거나 조세나 회계를 전공한 후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극히 일부의 변호사들은 세무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세무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17년 이전에 변호사자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은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세무사의 직무 중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세무조정계산서와 그 밖의 세무 관련 서류의 작성”, “조세에 관한 신고를 위한 장부 작성의 대행(일명 ‘기장’)”, “조세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 “세무관서의 조사 또는 처분 등과 관련된 납세자 의견진술의 대리”,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에 따른 성실신고에 관한 확인”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헌재는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금지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점도 사실과 달라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세무조정업무 등 세법 및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이 필요한 세무사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사로서의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세무사의 자격을 취득함으로써 회복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서, 세무사 자격 부여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격제도를 규율하고 있는 법 전체의 체계상으로도 모순되고, 세무사 자격에 기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결정은 사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사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조세에 관련된 일반 법률사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대한 소수의견에도 나오듯이 변호사로서 업무 수행에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세무사의 세무대리 영역 업무만 수행하지 못하는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의 불이익이 부실한 세무대리를 방지하고 납세자에게 적정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현재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대리 금지규정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지 않은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것은 엄격한 검증을 통해 부여된 각 자격사의 전문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선택권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관련 법령을 개정함에 있어서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조세문제를 다루는 세무사 자격의 전문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선택권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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