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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빈익빈’…오늘의 '소득 격차'가 내일의 '연금 격차'
‘부익부빈익빈’…오늘의 '소득 격차'가 내일의 '연금 격차'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8.08.2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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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세자연맹, “현 국민연금은 ‘소득역진적’…확정기여형으로 개혁해야”

- “연금기여금 많은 고소득자, ‘긴 수명’에 ‘장기 가입’으로 혜택 더 커”

고소득자일수록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내고 가입기간도 긴 데다 평균수명까지 길기 때문에, 저소득자보다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하게 돼 정부 발표와 달리 ‘소득 역진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기업과 공기업, 공무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단체가 소득재분배 기능을 이유로 국민연금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이런 ‘소득 역진적’인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24일 “지난해 국정감사 때 김승희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민연금 보험료 기준인 소득 상한 가입자의 20년 가입 후 연금수령액을 비교해 보니 하한가입자보다 무려 32.32%나 ‘순이전액’이 많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순이전액’은 수급자가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의 수급총액에서 가입기간에 낸 총액인 총기여액을 뺀 금액이다. 자기가 기여한 것보다 얼마의 연금을 더 받는지 알려주는 개념으로, 납부한 기여금보다 많은 받는 몫은 다음 세대가 낸 기여금으로 충당된다. 후손들이 장차 납부할 기여금을 앞당겨 자신의 노후자금으로 쓰는 셈이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1999년 가입해 20년간 보험료를 낸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 소득 하한인 월 29만원 소득자의 순이전액은 4245만원이다. 연금수급총액 4850만원에서 총기여액 605만원을 뺀 금액이다.

반면 월소득 상한인 449만원 소득자는 ‘순이전액’이 5617만원(수급총액 1억4991만원 – 총기여액 9374만원)으로 하한소득자보다 1372만원이 많다. 소득금액 100만원인 근로소득자는 5148만원, 200만원 근로소득자는 5288만원의 ‘순이전액’이 발생한다.

그간 보건복지부 등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옹호하는 진영에서는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기능이 있어 저소득자에게 유리하다”고 주창해왔지만, 고소득자의 ‘수익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순이전액’은 높아 결과적으로 ‘소득 역진적’이라는 주장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익비’란 앞으로 수령할 연금액을 재직기간 중 낸 보험료로 나눈 금액이다.

납세자연맹은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순이전액이 많은 결과에 대해 “고소득자가 수익비는 낮지만 보험료 납입금액이 저소득자보다 크고, 고소득자도 수익비가 1.6이 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소득자일수록 오래 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한다는 점도 짚었다.

연맹은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는 균등부분은 가입기간이 길수록 많다”며 “1분위의 생애가입기간은 평균 13.9년, 상위 5분위는 27.6년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를 고려하면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순이전액의 격차는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소득자가 고소득자보다 수명이 짧고, 가처분소득을 낮추는 연금보험료의 기회비용도 고소득자보다 훨씬 크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국민연금은 복지부의 주장과 달리 매우 역진적인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런 점은 보수‧진보를 가릴 것 없이 연금 전문가들이라면 누구나 지적해온 문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지난 2016년 10월1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 “현실적으로 국민연금은 노동시장을 토대로 운영되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격차가 그대로 국민연금 가입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은 중상위계층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또 “균등급여가 가입기간에 연동되다 보니까 오래 가입하신 분들이 더 많이 받아가는 걸로 돼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24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스웨덴처럼 ‘확정기여형’으로 바꾸고 저소득자에게 유리한 기초연금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총 기여금이 1000원일 때 연금 수령액은 이 1000원에 국가가 정한 이자율 상당액을 더한 금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법제화 한 것이 스웨덴 국민연금 모델이다. 이자율 상당액도 물가와 성장률 등 각종 거시지표에 연동돼 현 세대의 연금지급을 위해 다음 세대가 허리띠를 졸라 맬 일이 거의 없다.

회장은 “스웨덴 역시 연금을 둘러싼 갈등이 심했지만, 10년간의 토론을 통해 정교한 해법을 마련, 모든 계층과 세대가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직 소득계층별 기대수명이나 국민부담 통계조차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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