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대출도 옥죌 듯…DSR 위험대출 기준선 80%로 하향 검토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면서 임대료 안정을 꾀하려던 주택정책을 9개월만에 중단했다.
애초 정책 의도와 달리 다주택자들이 임대 등록의 세제 혜택을 집을 많이 살 수 있는 유리한 조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각종 대출을 활용해 다주택자가 양산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저렴한 민간 임대주택을 늘리려는 취지로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료를 많이 올리지 못하지만 종합부동산세·양도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이런 유인책 효과로 국내에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지난해 말 98만 가구에서 지난달 117만6000가구로 급증했다.
문제는 이들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늘릴 수 있었던 것.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 한도가 집값의 40%인데 임대사업자는 8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당연히 임대주택 등록이 부동산 투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는 “임대주택등록제는 수요와 공급 두 측면에서 모두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살지도 않을 주택을 몇 채씩 사는 이유는 사재기를 해놓았다가 나중에 판매차익을 올리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한 일”이라며 “임대주택등록제는 투기에 따르는 조세부담을 현저하게 덜어줌으로써 이로부터 얻는 수익률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주택자들이 중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시장에 집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 교수의 비판이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임대시장 안정책을 9개월 만에 철회하게 한 결정적인 근거가 된 것으로 풀이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등록된 임대주택에 주는 혜택이 좀 과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기존에 보유 중인 주택보다 새로 집을 사서 등록하는 임대주택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임대사업자 대출 한도를 축소할 계획이다. 현재 은행들이 100% 정도로 적용 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위험대출 기준선을 80% 정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SR은 대출자가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부채의 원리금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정한다. 위험 대출의 기준선을 100%에서 80%로 낮추면 대출 가능액이 더 줄어들게 된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일 경우 DSR이 100%이면 연간 부채 원리금이 5000만원이지만 80%로 낮아지면 이 금액이 4000만원으로 낮아진다.
한편 집값을 잡으려고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주택자들은 전월세가격을 높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줄어든다면 늘어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킨다는 것이다. 전월세 가격이 높아지면 매매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목적이 집값 안정에 있다면 공급을 늘리겠다는 신호와 함께 전월세 안정을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부동산 공급 대폭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제라든가 여러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종부세 강화 검토와 함께 공급 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제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화답했다. 장 실장은 3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실제 신혼부부나 중산층 서민 실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주택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공급을 늘릴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실장은 다만 “과거처럼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거나 투기 수요가 몰리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생활권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세권에 소규모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분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