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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납세자들, “국가는 독립적 개인 삶 지탱해주니 내 편” 인식
스웨덴 납세자들, “국가는 독립적 개인 삶 지탱해주니 내 편” 인식
  • 편집국
  • 승인 2018.1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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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대상기업에 조사받을 시간·장소
사전협의는 기본… 정기세무조사는 있을 수 없어”

기업들, “이런 방식으로 이렇게 납부하면 되나?”…
국세청에 언제든 상의 가능

[창간 30주년 와이드 인터뷰] 스웨덴 국세청 개혁의 주역을 만나다

 

 

 

 

스웨덴 국세청 개혁 이끈 국세청 공무원 2명 방한, 10월 25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

올 해 창간 30돌을 맞은 <국세신문>이 30년이라는 숫자를 공유하는 기획특집 소재를 궁싯거리며 찾던 중 ‘기가 막힌’ 기회를 잡았다. 30년 동갑내기는 뜻밖에도 다른 나라 국세청 개혁의 역사였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노르딕 국가의 하나인 스웨덴은 2018년 현재 납세자의 70% 이상이 그 높은 세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고 한다. 스웨덴 국세청도 여염 다른 국가 국세청처럼 납세자들이 꺼리는 불평의 대상이었다.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책임의식이 강조되어 온 북유럽국가들에서는 과거 세율이 80%대인 적도 있었으니 국세청 공무원들이 받아야 할 차가운 시선이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그런 스웨덴 국세청이 어떻게 납세자 70%가 지지하는 징세기관으로 탈바꿈했을까?

한국에서 오랜 기간 국세청 개혁을 주창해온 한 비정부기구(NGO)가 궁금증을 해결할 단초를 마련했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수년 전 연맹 직원을 스웨덴에 파견해 현지 국세청과 납세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벌였고, 얼마 안되는 연맹 재원으로 스톡홀름 현지에 ‘스웨덴 국제납세자권리연구소’를 세웠다. 이 연구소를 통해 ‘삼고초려’ 한 끝에 스웨덴 국세청 개혁의 주역들을 한국에 초청, 생생한 증언을 들을 기회를 기어이 마련했다.

스웨덴 국세청 전략담당실 안더스 스트리드(Anders Stridh)와 국세청장실 소속 레나르트 위트베이(Lennart Wittberg) 담당관이 스웨덴 국제납세자권리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납세자연맹이 협력하여 지난 10월2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8 국제납세자권리 컨퍼런스'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다.

컨퍼런스에서는 말 그대로 ‘그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인구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어찌 이렇게 한국과 정책・행정시스템・정치철학이 다를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많은 언론매체들도 그런 호기심과 놀라움을 보도했다.

그러나 본지는 단편적인 특징과 차이만 소개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에 만족할 수만은 없었다. 컨퍼런스 직후 본지는 주최측에 단독 인터뷰를 요청, <국세신문> 단독 심층 인터뷰 약속을 받아냈다. 인터뷰의 중요성을 고려해 본지의 정창영 주필, 이상현 편집국장 그리고 한국에서는 국세청과 조세심판원 등에서 과세와 불복업무를 모두 경험하고 미국 The George Washington 대학원에서 미국 조세를 전공한 조세 전문가 김진웅 논설위원이 10월 2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에서 스웨덴 국세청 개혁의 귀중한 경험자들과 단독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특히 스웨덴 국세청의 발표자들을 한국에 모시게 된 배경에는 한국납세자연맹을 이끌어 온 김선택 회장의 뚝심과 열정이 있었다. 특집 기사를 통하여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올해로 지령 30주년을 맞이한 <국세신문>과 같은 기간 동안 국세행정 모델을 성공적으로 혁신한 스웨덴 국세청 주역들이 만나 귀중한 스웨덴 국세청 세정 개혁의 경험과 철학을 본지 독자들에게 소개하게 돼 뜻 깊다. /편집자주

 

- 국세신문(이하 생략) : 한국 납세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분이 소속돼 있는 스웨덴 국세청의 공식 명칭, 현재 일하시는 소속 부서 이름과 직책, 하고 계신 일 등을 먼저 소개해 주시지요.

 

안더스 스트리드=스웨덴국세청(Swedish Tax Agency, STA)에서 전략담당관이며 주로 대 납세자 관계 개선과 세정기획 관련해 국세행정의 전략적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부 직원들을 포함한 STA 안팎 이해관계자들과 토론을 주도하고 강연도 합니다. 외부 이해관계자 중 유럽연합(EU) 조세 관련 기관들과 토의와 협력 업무도 포함되고요. 미국의 대외원조기관인 유에스에이드(USAID)처럼 케냐와 모잠비크 등 저개발국의 조세행정 현대화 공적개발원조(ODA)도 스웨덴 국세청이 담당합니다. 각국 국세청과의 협력과 원조활동도 포함되는 거죠.

 

레나르트 위트베이:저는 국세청장을 보좌하며 국세청 전략담당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우리가 설정한 전략을 기초로 스웨덴 국세청장과 함께 장기 발전방향을 수립하는 역할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요. 다른 나라 국세청 관련 자료 등 자료조사와 이를 기초로 연구보고서 작성, 각종 정보통합 후 국세청 전략 수립에 반영하는 기획조정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국세청장의 업무 관련 의제설정을 보좌하는 역할도 합니다. 물론 STA 이해관계자에게 확정된 전략을 설명하는 역할도 함께 하고요. ‘경제협력개발기구 성실납세(OECD Tax Compliance)’ 관련 보고서에 스웨덴의 통계와 사례, 경험 등을 공유하는 채널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국제협력 업무와 관련하여서는 국내외 강연도 자주 하며, 최근 중국에 가서도 강연했습니다.

 

- 스웨덴 재무부(한국의 기획재정부)와 스웨덴 국세청의 관계를 설명하여 주시지요.

▲스웨덴 국세청은 재무부 산하기관이기는 하나 업무적으로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매년 재무부가 큰 지침을 내리기는 합니다. 정부가 매년 재정목표와 국세행정 방향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는데, 매년 공문으로 전달되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스웨덴 국세청은 우선 ▶︎첫째, 공공재정에 필요한 재원조달 ▶︎두번째, 사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 ▶︎ 마지막으로 경제범죄를 낮추는 것 등 세가지로 요약됩니다. 이는 큰 목표와 방향이고 국세청을 포함한 정부 기관들은 각각의 부처 특성에 맞게 자율적인 행정을 계획하고 집행합니다. 예산과 지침, 방향 등을 포함한 지침을 국세청에 내리지만 업무적으로 독립적 기관인 국세청의 활동 관련한 일상 의사결정에는 재무부가 개입할 수 없습니다. 이는 스웨덴 헌법상 보장되어 있습니다. 조세 부과와 관련해서는 재무부와 국세청이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습니다. 국세청이 재무부와 다른 견해를 가졌을 경우에도 국세청장이 소신껏 결정합니다.

 

- 세 가지 지침이 국세행정에 초점을 맞춘 한국과 달라 흥미로운데요. 재정조달기능은 본연의 기능인데 ‘사회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과 ‘경제범죄를 낮추는 것’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스웨덴 국세청은 (구청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등록 업무를 담당합니다. 출생자와 사망자 등 인구등록관리업무로 모든 국민의 이름과 거주지 등의 관리역할 등 기본적인 사회기능을 국세청이 담당합니다.

 

정부가 ‘경제범죄율을 낮춘다’는 지침을 정하면 국세청은 경제범죄(white color crimes)를 낮추기 위해 경찰 등 다른 부처들과 협력합니다.

‘특별경제범죄전담기관’에도 참여합니다. 전현직 검경・국세청 종사자와 각 분야 범죄 전문가들의 협력기관입니다. 범죄사건이 있을 때 검경과 국세청이 수사단계에서부터 공조합니다. 각 조직에서 모인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이지만, 검경과 국세청 모두로부터 독립된 기관입니다. 국세청이 제보나 자체 조사분석을 통해 조세범죄를 발견하면 검찰에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조세범죄의 성격에 따라 국세청이 수사를 맡을지, 아니면 ‘특별경제범죄전담기관’에 맡길지를 국세청이 결정합니다. 조세범죄는 보통 한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기업이 얽혀 다른 범죄에 연루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별경제범죄전담기관’이 대형 조세범죄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한국 국세청은 세종시에 본청을 두고 전국 각 지역에 6개의 지방국세청, 128개 세무서를 두고 있습니다. 인력은 전체적으로 약 2만명 정도입니다. 스웨덴 인구가 1천만명으로 알고 있는데, 전국에서 일하는 국세 공무원은 몇 명이고 각급 관서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요?

▲스웨덴 전국에서 일하는 국세청 소속 공무원이 약 1만500명입니다. 자동화와 전산화 결과 인원이 늘지 않고 있는 추세이며, 특히 유럽 타국에 견주면 세무공무원수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한국처럼 지방국세청은 없고 전국에 (한국의 세무서에 해당되는 tax service center) 사무소 50개, 그리고 110개 방문상담센터를 가동중입니다. 이곳에서 납세자들이 상담요청할 때 대면서비스를 제공하죠. 방문상담센터에서는 조세 관련 서비스는 물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에 대한 질문과 상담 모두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센터인 셈입니다. 조세와 연금, 보험, 복지 등 모든 사회보장 담당기관들은 각자의 직원을 이 방문상담센터에 배치해 국민부담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통합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이밖에 전국적으로 500명의 전화상담원들이 세금과 사회보험 전체에 대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주 초보적인 질문을 포함해 국가에 납부하는 모든 부담에 대해 모든 종류의 상담이 보장됩니다.

 

- 스웨덴 인구의 5배가 넘는 한국은 국세공무원이 2만여명인데, 인구수에 견주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세무서에서 출생신고를 담당합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출생증명서를 전산 등록하는 순간 연계된 국세청 전산에서 동시에 출생등록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신생아의 정보가 국가시스템에 등록되는 것이고 국가는 즉각 아기와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자동으로 주민등록이 되고 개인번호(Personal Number,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가 부여되며, 일정 기간(몇 개월) 안에 부모가 인터넷으로 접속해 아기의 이름을 등록해주면 됩니다. 주민등록을 위한 별도의 지역행정조직(한국의 주민센터)은 없습니다.

개인번호를 명시한 개인번호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는 출생자 뿐 아니라 신분이 보장된 외국인도 심사를 거쳐 발급이 됩니다. 이 카드에는 국세청 마크가 새겨집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모든 정보가 국세청에 의해 관리됩니다. 세금과 연금, 은행, 사회보험 등 모든 것에 연동되는 사회 기본기능의 작동을 국세청이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곧 권한, 권력과 직결됩니다. 그런 면에서 스웨덴 국세청은 막강한 빅 브라더 같은 기관이군요?

▲(웃음) 국세청이 매우 많은 정보를 습득・보유・접근・관리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더욱이 국가 운영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데이터들을 대거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에 특별한 윤리적 투명성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모든 개인정보들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 체계 내에서도 여러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외부인이 목적사업과 행정내용을 알기 위해 정보공개를 요청하면 국세청은 즉시 제공할 정도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최소한 보유하고, 공개도 매우 제한할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그 반대이니 의외입니다.

▲법령상 ‘이 정보는 공공에게 공개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특별히 금지되어 있지 않는 한 모두 공개하는 것이 스웨덴의 ‘정보공개 원칙’입니다.

국세청에 본인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면 전부 공개하고요. 타인의 정보도 요청하면 공개합니다. 다만 타인의 개인정보가 다 공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등급을 정해서 공개할 것인지 아닌지 자세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가령 타인이 일하는 직장의 주소 등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반면 특정인의 결혼여부, 자녀 수, 집 주소 등은 공개 가능한 정보에 들어갑니다. 집 주소가 공개되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즉 이혼한 전 배우자 등의 스토킹 우려 등이 있으면 당사자가 공개금지요청을 할 경우에만 공개를 금지합니다.

특히 과세와 관련한 조사 결정에 관한 것은 요청시 모두 대중에 공개되는 정보입니다. 일부 민감한 사안도 과세소득 관련하여 대중에게 공개해야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정보는 결국 공개합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정보는 외부인의 요청에 의하여 그 사람에게만 공개하며 정부가 웹사이트에 일괄로 올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번은 어떤 민원인이 나(레나르트)에게 내가 외부와 주고받은 메일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청해서 1만 통에 이르는 이메일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내부에서 직원 사이에 주고받은 메일은 공개 대상이 아닙니다. 정보 공개는 매우 광범위하며 우리 국세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스웨덴 정부기관들이 다 그렇습니다.

 

- 어떻게 이렇게 광범위한 정보공개를 결정하게 되었는지요?

▲다른 사람의 납세정보가 공개 대상이 될 만큼 국가사무의 개방성의 폭이 넓은 것은 스웨덴의 오랜 국가정보 공개 전통과 무관치 않습니다. 과거 1766년 스웨덴 헌법에 ‘국가정보에 접근할 자유’가 명시되었습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국가정보 접근의 자유’로 평가됩니다. 당시 스웨덴 왕정은 러시아와 전쟁을 벌였습니다. 당연히 재정이 많이 소요됐습니다. 당시 국민들은 왕에게 “도대체 왜 재정이 많이 드는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인가? 이번 전쟁과 관련해 국왕이 한 일이 무언지 밝혀라”라고 요구했습니다. 당시 국왕이 국민의 이 요구를 수용하게 되어 스웨덴 헌법에 ‘국가정보 접근의 자유’가 명시된 것입니다. 권력을 견제해서 부패를 방지하는 것에 목적으로 둔 헌법 개정이 이뤄진 뒤, 각종 청구서(invoice) 등 정부지출과 관련한 정보들을 모두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민들이 스웨덴 정부 지출내역서를 보자고 하면 전부 보여줍니다. 유럽 전체에 공통된 경향은 아닙니다. 국가정보 공개 수준이 높은 것은 유럽내에서도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 정도가 그렇습니다.

 

- 유럽사법재판소에서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확고한 판례가 있는 만큼, 타인의 납세내역과 같은 개인정보는 해당자가 공개되기를 원치 않으면 보호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다만 공공정보에 대해 개인접근권 원칙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공개를 원치 않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것과 가급적 많은 공공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밀로 유지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개인정보 중 직장 주소는 통상 비공개 됩니다. 이것이 노출되면 그 경위를 경찰이 조사합니다. 개인 주거지 주소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지만 유명인이나 이혼한 경우, 협박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 사유가 됩니다.

그리고 회사 직원이 기자와 접촉했을 때 고용주는 누가, 왜 기자를 만났는지를 조사할 수 없습니다. 국세청 직원을 포함한 모든 정부 부처 공무원들과 스웨덴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보자를 찾아낼 수 없도록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런 원칙과 기준에 따라 현명하고 지혜롭게 관리해야 국민적 합의 속에서 더 많은 공공정보가 공유될 수 있습니다. 오랜 동안 스웨덴 국민들은 이런 투명한 시스템을 인정해왔고 국가에 감사해 합니다.

 

- 스웨덴 국세청이 ‘신뢰관계 세무행정(Trust-oriented administration)’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 결과는 여론조사에서 객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국세청 정책에 대한 호응도를 어떻게 알아본 것이고 그 결과는 어땠는지요?

▲개별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연구하는 기관이 있는데 그 주도로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국세청을 신뢰하느냐”고 묻고 그 대답을 분석한 연구를 벌였습니다. 조사 결과 신뢰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국세청이 가장 많이 노력하는 기관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우리 질문은 국세청에 대한 느낌을, 또 왜 그런 느낌을 받는지를 물어본 것입니다. 다양한 동기로 국세청 행정을 접하면서 받았던 대우를 조사했습니다.

신뢰 구축 정책 수행은 외부의 명령이나 권고, 압박 때문에 시작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국세청 내부에서 외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형성하지 않으면 장기간에 걸친 성실신고 확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신뢰구축을 핵심 키워드로 하여 개혁 추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국세청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스웨덴 국세청도 신뢰구축 개혁 이전까지는 눈을 부라리면서 세금을 걷었었습니다. 하지만 개혁 이후 납세자, 국민들에게 장기적으로 신뢰를 형성하자는 키워드로 전략과 방법을 바꾸고 납세자 신뢰구축에 매진(All-in)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스웨덴 각 행정부처 중 가장 신뢰를 받게 된 것입니다. 세율이 높아도 국세청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공익제보자 색출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요”

“공정함 보장되면 세율 높아도 국가를 신뢰합니다”

 

- ‘신뢰관계 세무행정’은 언제, 누가 제안하고, 그것이 어떻게 국세청의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얼마나 걸려 실행돼 온 것 입니까? 납세자들이 언제부터 ‘신뢰한다’는 신호를 보내온 것으로 평가하십니까?

▲처음부터 완벽한 큰 그림(Master Plan)을 그리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단계별 태도변화 계획을 만들어 실천하면서 점점 영역과 깊이를 넓혀갔습니다. 정확히 시작점이 언제인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국세청의 신뢰를 높이는 것과 관련된 것 들에서 시작됐습니다. 특히 세금에 관한 한 납세자의 자발성을 높이는 것은 신뢰와 깊은 관계가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2006년에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뒤 조직 안팎과 이 목표를 공유했습니다. 2006년 이전에는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수준에서 여러 해 평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이후부터 비약적으로 신뢰도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 2006년에 어떤 계기가 있어서 국세청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입니까?

▲ 대체로 2003년에 신뢰를 주는 국세청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시작했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던 2006년에는 신뢰성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자발성’도 비슷하게 개선됐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노력 때문에 신뢰가 증가했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주장할 수는 없고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정부 출범 등의 영향도 다소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상관관계는 분명 있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우리는 말로만 그친 게 아니라 실제 여러 토론과 반성, 평가와 회의, 목표 설정과 실천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국세청이 일관성을 가지고 장기목표로 목표를 세워 살아 움직이도록 만든 것이죠. 계획과 목표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하여 일관성을 가지지 않았다면 신뢰 구축 세무행정이라는 개혁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 북유럽 국가들은 대표적인 고부담(고세율), 고복지 정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소득세율이 80%까지 높았던 적도 있지요. 지금도 최고세율은 거의 60%대로 압니다. 인간 본성이 고세율에 심리적 저항감이 커서 조세행정가들이 고세율에 대하여 너무 강압적으로는 안되겠다, 차라리 달래자 하는 유화정책을 개발하게 된 것은 아닌지요?

▲세율이 높더라도 기꺼이 세금을 내려는 사람이 다수가 되는 수준으로 정부를 믿고 따르도록 신뢰를 형성하자는 의도였지 조세저항을 예상한 것은 아닙니다. 조세회피가 사회적으로 손해라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한 결과이고요. ‘공정함’도 중요합니다. 연구결과 발견된 중요한 시사점은 법 집행 관점에서 봤을 때 납세자들은 ‘다른 사람이 낸다면 나도 똑같이 낼 수 있다’는 경향이 컸습니다. ‘공정함’이 보장된다면 세율이 높아도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겁니다. 공정한 과세를 위해서 당연히 국세청이 필요한, 그리고 적절한 과세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효율적・효과적・합리적・법적 집행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신뢰 형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신뢰는 수사(rhetoric)가 아닙니다.

 

 

 

 

 

 

- 24일 강연에서 밝혀 주신 ‘권력의 인식(Perceptions of power)’ 개념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강압적 권력(Coercive power)보다 합법적 권력(legitimate power)에 스웨덴 납세자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은 일반적 태도일까요? 아니면 유럽인들의 개인주의나 독립적 자율의지가 아시아인들보다 더 큰 것은 아닐까요? 과거 아시아는 유교적이어서 권위 순응적이었던 측면이 컸기 때문입니다.

▲효과면에서 납세 자발성이 가장 징세비가 저렴하고 정확하다는 믿음과 깨달음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유럽과 아시아는 분명 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보편적으로 강압이 절대적으로 강하다면 징세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강요를 받으면 의지나 자발성이 사라집니다. 강압적 권력(Coercive power)은 아예 국민의 자발성을 없애는 것이지요. 365일 감시하고 강압적으로 통치하려면 돈이 많이 들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으로 다시 시민을 압박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발성을 높이려 했습니다. 자발성은 분명 징세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더 좋은 방향도 제시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스웨덴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내가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아가려면 국가(정부)가 필요합니다. 독립적 개인으로 살아가려는 나를 도우려면 국가(정부)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정부와 내가 대립되지만 우리는 정부가 나와 같은 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측면을 국세청이 하는 서비스에 접목했습니다.

 

- 국세청이 조세저항이나 조세회피를 대처하고 높은 세율의 세금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고자 ‘높은 복지수준을 위한 세금임’을 홍보하거나 교육도 하나요?

▲해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 일들은 국세청이 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는 징세 현황을 숨기지 않고 기업들에게 바른 세무를 조언하기 때문에 납세자를 위한 활동에 보다 초점을 맞출 수 있고, 따라서 별도의 캠페인이나 교육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국세청이 “세금 잘 내자”는 캠페인을 할 조직은 아닙니다. 그것은 정치인들이 할 일입니다. 세금을 얼마를 걷어서 어디에 쓰겠다고 설득하는 것은 정치인의 몫이지요. 그런 활동은 정치적일 수가 있습니다.

 

- 한국은 새로 국세청장이 임명되면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국세청 정책에 반영합니다. 스웨덴 국세청에게 새로운 정권이나 집권여당은 어떤 의미인가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새로 국세청장이 임명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정치권으로부터 새로운 방향이 설정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집행기관 자체가 자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력은 직접 받지 않습니다. 전체 내각에서 일반적 수준에서 정해진, 가령 부패와 관련된 정책방향이 전달되어 오는 정도일 뿐입니다. 구체적인 행정 과제들은 전적으로 국세청에서 자율적으로 수행합니다. 스웨덴 국세청에게 ‘정치적 중립성’은 상식입니다. 부패방지와 투명성을 위해,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자가 유명인이든 아니든, 맡은 바 책임에 따라 차별 없이 조사 대응합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 국세청장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려면 임기제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국세청장도 교체하고 그나마도 1년 정도 지나면 또 바꿉니다. 스웨덴은 어떤가요? 국세청장의 임기나 국세공무원의 정년이 있습니까?

▲국세청장은 5년 임기제입니다. 필요하다면 추가로 3년을 더 할 수도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국세청장이 바뀐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불가피하게 국세청장이 퇴임을 원했을 땐 교체할 수 있습니다. 청장이 개인적인 잘못이 있을 경우는 해임하겠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해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전하여 간다든지 하여 새로 임명할 수는 있습니다. 만약 행정적인 이유로 다른 자리로 갈 수는 있으나 이럴 때는 잔여 임기를 다른 자리에서 채우도록 배려합니다. 국세공무원의 정년은 다른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65세입니다. 조기퇴직을 선택하기도 하고 원하는 경우 67세까지 은퇴 시기를 늦출 수도 있습니다. 공공부분이나 민간부문이 차별이 별로 없습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이 있거나 사정이 있으면 해고도 가능합니다.

 

 

 

 

 

 

 

 

 

 

 

 

 

 

- 한국에서는 국세청장을 권력기관의 수장으로 간주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됩니다. 스웨덴도 의회 주도로 국세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절차가 있습니까?

▲의회가 내각을 장악하는 내각책임제이기 때문에 굳이 의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각이 임명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물론 후보자의 이력서가 상세히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내각의 결정을 반대하는 정치인이 국세청장 지명자의 이력을 보고 내각을 공격할 수는 있습니다.

 

- 스웨덴에서는 내각을 구성할 때 야당이 참여하는가요?

▲대개는 군소정당의 연합정부로 내각을 구성합니다. 마침 지난 9월에 선거가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내각이 구성되지 않았는데요. 군소정당이 많아서 내각이 만들어진다면 연합을 이뤄 내각을 구성하게 됩니다. 내각에 참여하기 위해 다수당 소속일 필요는 없습니다. 의회가 구성하는 내각이므로, 의회가 반대하지 않으면 어떤 당 소속이든 내각의 멤버가 될 수 있습니다.

 

- 입헌군주제인 스웨덴에서 오늘날 왕은 어떤 존재입니까? 국민들이 세금을 잘 내는 데 왕이 도움이 됩니까?

▲(웃음)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권력일 뿐 세금과는 별로 관련이 없습니다. 노벨상 수상식에 참여하는 정도지요. 사실 왕족의 존재는 스웨덴 헌법에서는 이론적으로 위배되는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스웨덴 국민들은 왕족의 존재를 뒤집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 한국에서는 납기를 못 지키면 단 하루만 늦어도 가산세를 정확히 물립니다. 스웨덴은 세금신고납부일을 넘겨도 가산세를 내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지연신고에 대하여 관용적인가요?

▲스웨덴 국세청은 일정 기준에 따라 납세자들의 신고기한 연장을 가급적 많이 허용하고 있습니다. 몸이 아파서, 혹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신고 시한을 지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해당 납세자가 아팠던 것, 사고를 당한 것을 굳이 입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세무서에 그런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만 하면 됩니다. 신고는 늦더라도 납부가 이루어지면 징세기관의 궁극적 목표는 달성된 것이므로 지연 신고는 관대하고 납부는 정확하게 따집니다. 그래서 납부기한 연장도 가능은 합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세금신고를 늦게 하면 납부기한은 줄어드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신고 시스템 때문에 신고가 아주 간편해졌고, 신고를 일찍 하면 할수록 환급을 일찍 받기 때문에 요즘 스웨덴 납세자들은 가급적 빨리 세금신고를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 한국에서는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4년마다 하는데, 기업들이 많이 부담스러워 합니다. 스웨덴은 어떤가요? 스웨덴에도 정기세무조사가 있습니까?

▲스웨덴에서는 ‘4년마다’와 같은 식의 정기적인 세무조사는 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세무조사 대상기업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 한하여 해당 조사를 종합조사로 할 지, 부분조사로 할 지 결정합니다. 이럴 경우에도 국세청은 세무조사 착수에 앞서 미리 해당 기업과 협의하여 세무조사 시기나 장소 등을 정합니다. 일방적으로 조사를 개시하지 않습니다.

세무조사를 나가기에 앞서 피조사 기업과 사전 협력을 해야 한다고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최대한 협력을 하도록 규정한 거죠. 그래서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가기 앞서 조사 시기, 장소 등을 협의하는 겁니다. 국세청과 기업 모두 적합치 않다면 제3의 장소에서 만나서 세무조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 세무조사를 받게 된 납세자가 “조사대상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지요?

▲국세청이 조사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항의나 거부는 있을 수 없습니다. 기업들은 국세청의 권한을 알고 투명한 세무조사를 믿기 때문에 협조합니다. 물론 사전고지를 하지 않고 피조사 기업을 급습(수시조사)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이 반드시 필요한가, 올바른 방향인가 등에 대해 충분히 사전 논의한 다음에 실행에 옮깁니다.

세무조사 지정과 무관하게 기업들은 자신들이 세금을 국세청으로부터 검증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납부한 세금 내역을 국세청에 가져와서 “우리는 이런 식으로 결정했는데 이게 올바른 것이냐”라고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국세청은 어떤 질문에도 성실하고 진지하며 정확하게 대답을 해줍니다.

 

- 장시간에 걸쳐 소중한 스웨덴 국세청의 세정 경험을 한국 독자들과 공유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도 멀리서 스웨덴 세무행정을 공유하고자 한국에 왔습니다. 많이 공유하고 상호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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