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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가 받았어도 명의 피도용자에게 법인세 등 부과 못해"
법원, "대가 받았어도 명의 피도용자에게 법인세 등 부과 못해"
  • 이상석 기자
  • 승인 2018.11.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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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행정법원, "출자금 납부여부가 중요 판단기준"
- "운영 당사자 여부로 법인 실질지배 여부 판단"
- 패소 서울국세청, "항소 여부 규정상 못 밝혀"
서울행정법원 전경
서울행정법원 전경

명의 사용에 대한 대가까지 받았다 할지라도 그 사람을 법인 대표이사로 간주해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지방소득세 등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자신의 인감·서류 등이 불법도박 법인 설립에 사용되고 자신이 부지불식간 그 법인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 돼 명의도용 대가를 받았다 할 지라도, 명의 피도용자가 법인을 실제로 지배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김모씨가 "법인세 등 부과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노원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회사원 김모씨는 지난 2011년 대출을 받기 위해 한 대부업체에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서 등을 보냈다가 낭패를 봤다. 그 뒤 수차례 날아든 법인세, 부가세 등의 세금고지서 액수가 무려 6억6000만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씨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2011년 봄 개업 한달 만에 폐업한 소프트웨어개발업체 A사의 법인등기부상 등기이사 및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실을 알게 됐다. 국세청은 당연히 A사 대표이사 김씨를 상대로 2011~2012년 귀속연도에 대한 법인세 등의 세금을 부과했고 억울한 김씨는 과세에 불복, 2017년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원세무서는 서울지방국세청의 '인터넷 불법도박 사업자 및 대포통장 조사계획'에 A사가 포함되자 7월부터 세무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A사 계좌에 인터넷 도박 관련 자금 35억원이 입금된 것을 확인, A사에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4억6710만원을 결정 고지했다.

하지만 이미 폐업한 A사가 세금을 납부하지 않자, 노원세무서는 김씨를 A사 주식 전량을 가진 소유주로 판단, 그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해 체납 세액을 부과했다.

김씨의 거주지 관할 중부세무서도 종합소득세 1억5000만원을, 서울 중구청은 지방소득세 1500만원을 각각 고지했다.

재판부는 당시 A사와 비슷한 형태로 설립돼 불법도박에 이용된 법인들이 여럿 있었기에, 과세당국이 김씨가 실질 사업자인지를 의심할 충분한 사정이 있었지만 무시했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1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법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고 출자금 납입이 일절 없었으며 불법도박업체 관계자들이 서류를 임의로 작성하고 이에 대한 통보 역시 당연히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나중에 명의도용 대가를 받았지만) 명의 대여에 대한 보상 수령 여부 보다 출자금 납입 여부가 더 중요하다"며 "불법 명의도용임을 세무서에서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통상의 주의력과 이해력을 가진 공무원의 판단에 의했더라면 김씨가 A사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실질 주주나 대표자가 아니었단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이를 간과하고 이뤄진 모든 처분은 위법하고, 그 잘못이 '중대·명백'해 당연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패소한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과 관계자는 항소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규정상 항소 계획이 있는지 여부도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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