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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稅想) 칼럼] 대법원장, 수갑 그리고 법조계
[세상(稅想) 칼럼] 대법원장, 수갑 그리고 법조계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9.02.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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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갈수록 사회가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 의학, 상거래가 상호 맞물려 비트코인, 원격 진료, 전자상거래 등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숨가쁜 진화에도 불구하고 유난히도 적응을 하지 못하는 분야로 법조 3륜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오랜 동안 전관예우, 유전무죄, 연고주의, 서남오(서울대, 남성, 오십 대)에 국민들이 식상한데다 대법원의 사법농단사건으로 국민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법조계는 지금 위기다.

국민들의 눈에 보인 현실은 이렇다. 대법원은 대법관 위상을 지키고자 그 수를 늘리지 않으면서 조직을 키우려고 상고법원 도입 전략을 쓰다가 사법 수장이 구속되었다. 검찰은 일제 때 친일 경력이 있는 경찰조직의 권력 남용과 득세를 막고자 부득이 검찰에 몰아준 수사권과 기소권을 세상이 바뀌었어도 도무지 내놓지 않으려 하지 않는다. 한편 변호사 업계는 진화하는 복잡한 현실에 미처 따라가지도 못하면서 기본6법 실력으로 광범위한 사회분야를 모두 독식하겠다고 목청을 돋구고 있다.

입법과정을 보더라도 국민들에게 법률안은 국회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막으면 아무리 좋은 법안도 모두가 허사다. 법사위는 전통적으로 법조인 출신들이 움켜쥐고 있는데 자신들의 직역을 건드리는 입법안은 여기서 모두 걸러진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직역 지키기에 가장 성공한 사례로 비친다.

역사적으로 변호사와 유사한 직업이 나타난 것은 옥타비아누스 황제가 지배하던 로마제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거대한 제국이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와 무역 분쟁이 생겨났다. 자연 법학자들의 역할이 늘어났다. 그러나 정작 법정에서는 말을 잘하는 웅변가들이 나섰다. 법학자들의 이론을 웅변과 수사학으로 법정에서 설파하였던 것이다. 결국 법학자와 말 잘하는 웅변가들의 팀워크가 변호사들의 원조인 셈이다.

그러나 정말 법률 전문직다운 법조인들이 형성된 것은 중세 잉글랜드(1066년경)이다. 강력한 국왕법원이 설립되면서 법률 전문가가 필요했고, 이에 대응하고자 법정에는 변론 법률가들이 출현한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역을 보호하고자 법학원(Inns of Court)을 만들고 함께 숙식하면서 변론기술을 익혔다.

유럽은 대학 중심으로 법학이 발전하였음에 반하여 영국은 이들 변론 실무자 집단이 법학원 출신을 기반으로 폐쇄적 직역을 만들면서 영국 법조계를 성공적으로 장악했다. 그들은 법학원에서 선배들의 강의를 듣고 법정 재판을 직접 참관하는 방식으로 현장학습을 하였다. 이들은 배타적이어서 당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법률 전문가는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

이들 법학원 출신들은 미국 식민지에까지 진출하여 식민지배를 옹호하고 미국 독립을 반대하다 보니 미합중국 건국 이후 19세기 당시 자유를 원하는 대중에게는 기득권의 수호자인 법률가들에 대한 반감이 컸다.

그러나 서양 각국에서 근대국가의 중앙집권화 및 자본주의의 발달 덕택에 오늘 날 일반인이 당연하게 여기는 법조 전문직의 독점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리고 국내에서 법조계는 각종 자격 자동 취득 및 전관예우와 연고주의 등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건 조선시대에도 비공인 변호사들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외지부(外知部)라 하여 유사 변호사였는데 이들은 주로 민사소송에 관여하면서 교묘하게 증거 위조나 재판 진행을 지체시키다 보니 관가의 골머리였다. 이들에 대한 기록은 대개는 부정적이며 결국 성종 때 외지부 금지법을 만들어 막기에 이르렀다.

조선시대에 행정기구에서 사법기구가 분리된 것은 1894년 갑오개혁이 그 계기가 되었다. 1985년에 ‘재판소 구성법’을 제정하였는데 재판소가 법원으로 이름으로 개명된 것은 1909년이다. 법원이란 말은 일본식 개명인 셈이다.

 

우리 나라에 법률 전문가는 법조 3륜뿐일까. 고대에는 족장이나 마을 원로가 법률가였다. 그들은 상식과 관습에 따랐다. 보수를 받지도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충분히 복잡해졌고 족장이나 마을 원로가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찾기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특허 사건이나 인권 사무, 환경 분쟁, 노동 사무, 회계 사무 등의 출현은 분야별 전문화가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각 분야의 실무자들과 관련 학계가 중요해진 것은 말할 나위가 없게 되었다.

그러나 법조 3륜은 여전히 족장이기를 고집하고 있다. 사법시험에서 인권법, 특허법, 노동법, 회계학, 환경법, 세법이 필수시험과목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로스쿨 역시 사정은 같다. 짧은 기간에 간신히 기본6법 정도를 공부하고 변호사 시험을 치른다. 그러나 특허사무나 조세사무나 회계사무 등을 모두 다루겠다는 직역 욕심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조세사무만 해도 그렇다. 부기를 배우고, IFRS를 배우고, 원가회계 등 여러 회계학 과목을 배우고, 마지막으로 세법을 공부해야 한다. 그런 후에도 실수가 없으려면 선배들로부터 몇 년씩 실무를 배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노련한 경력자들 중에는 양도세 등의 특정 업무는 취급하지 않는다.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자신 있는 분야만 취급할 정도로 세무는 방대하고 깊은 심연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공부가 되어 있지 않은 특정 자격자들이 나설 일인지 우려가 크다. 질 낮은 서비스는 모두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로스쿨 졸업자가 과연 세무업무를 해낼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로스쿨 교수조차 부정적이다. 학교에서 부기는 커녕 회계학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치지 않는 데다, 세법의 경우 선택과목이긴 하나 점수 따기가 어려워서 전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세법 공부는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기피대상이란다.

많은 이들이 수긍하는 것은 변호사들이 주장하는 ‘세무대리에 있어서 세법해석 적용능력’만으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가령 감자차익과 합병차익을 계산하는 것은 세법 해석의 문제가 아닌 계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회계학적인 계산도 못하는 이들이 해석은 온전히 할 수 있을까?

과연 회계학과 세법을 공부하지 않은 이들이 세법 해석은 커녕 당기순이익과 합병차손을 계산할 수 있느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세무사나 회계사 시험에는 회계학과 세법이 필수다. 그러나 변호사 시험에는 회계과목은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세법은 선택과목이지만 선택율은 고작 2.2%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기(簿記)를 공부하고 그 다음 회계원리, 중급 회계학, 고급 회계학을 공부하고, 국내 및 국제 IFRS를 공부해야 비로소 분개(journal entry)가 가능하고, 계정과목별로 회사의 장부를 기장하고, 합병차익과 감자차익을 계산하고, 재무제표를 생성해 낼 수 있는데, 민법, 형법 등의 기초 법학과목만 공부한 로스쿨 졸업생들이 무슨 수로 세무조정을 할 것이며, 재무제표를 작성해낼 수 있다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세법, 회계학 교수들이나 실무 전문가들의 우려다.

따라서 이 참에 조세소송에 관해서는 외국과 마찬가지로 세무사들에게 행정소송법 등의 일정 법률과목 이수나 연수를 전제로 조세소송 수행자로서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정작 조세 전문가들을 배제한 조세소송 수행은 소비자 역행적이기 때문이다. 처음이라 직역 저항이 크면 공동 수행 정도에서 시작하여도 좋을 일이다.

복잡해지는 사회현상에 대응하는 것은 사회적 요청이다. 그렇다면 변리사, 노무사, 법무사, 세무사 등의 전문 직역을 인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께 복무하는 자세이다. 제도 개선의 방향은 간단하다. 서비스 소비자가 보다 전문적인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하면 된다.

다양한 전문화 분야에 뛰어들고 싶다면 로스쿨 졸업자들도 통신대학이나 사이버 대학 등에서 누구나 쉽게 이수할 수 있으므로 회계학이나 세법 등 관련 과목의 학점 이수를 하거나, 혹은 관련 협회의 연수 수료자에 한하여 전문화 분야의 서비스를 허용하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인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일 거라는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경쟁력은 실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특정인들에게 자동으로 이런 저런 자격을 몰아주기 하는 것은 여러 모로 비판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정의의 저울’을 들여다 보는 게 직업이라는 법률 전문가들은 스스로 '자기중심주의(meism)'와 직역 탐욕의 화신으로 보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모쪼록 직역 생태계를 다양화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고양해 나가는 공생의 길을 모색했으면 한다. 다 함께 가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겠는가.

 


김진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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